[만년필 이야기] 10. 수집의 요령

입력 2018-02-23 1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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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년필 수집이 좋은 점은 전 세계 어딜 가도 그 가치가 인정된다는 것이다. 수집하는 사람들이 선호하는 파커51, 1950년대 몽블랑149, 펠리컨100 등은 우리나라는 물론 미국이나 일본에서도 엇비슷한 가격에 거래된다. 때문에 그 나라 말을 잘 못해도 그곳의 펜쇼(만년필을 전시하고 팔거나 살 수 있는 행사)에서 만년필을 구입하거나 판매도 할 수 있다. 이런 점이 만년필 수집의 장점이다.

하지만 만년필은 이름처럼 100년 이상 된 것도 부지기수이고, 모양, 색상(色相), 재질, 문양(文樣) 등이 다양하여 수집 범위가 지나치게 넓은 것은 단점이다. 그러므로 수집은 그 범위를 줄이는 것부터 시작하는 것이 좋다. 세상 모든 만년필은 평생 연구해도 다 알 수 없으니 이름 있는 만년필 회사 10개를 고른다. 미국의 파커 셰퍼 워터맨, 독일 몽블랑과 펠리컨, 이탈리아의 오로라와 오마스, 일본의 3사(社) 파이로트 플래티넘 세일러 등이다. 여기에 한두 개 회사를 더하거나 빼도 무방하다.

잘 알려지지 않은 회사의 것은 100살에 새것이라도 가치는 별로 없다. 만년필은 명불허전(名不虛傳)의 세계다. 오래가기 때문에 세월이 지나면서 좋은 것과 나쁜 것이 반드시 판별(判別)된다. 10개의 회사에서 그 회사를 대표하는 모델을 찾는다. 앞서 나온 파커51, 몽블랑149, 펠리컨100은 그 회사들의 대표 중 대표이다.

그렇게 고른 10개 정도가 만년필 수집의 절반이 넘는다고 해도 과언(過言)은 아니다. 다음 단계는 대상을 정하고 구입하는 것이다. 0순위는 초기산이면서 새것이다. 유명한 만년필의 초기산은 유명한 작가의 초판(初版)처럼 반드시 프리미엄이 있다. 주의할 것은 새것을 가장한 속임수에 넘어가지 말아야 한다는 점이다. 새것은 뚜껑이 닫힌 상태에서 흔들리지 않고, 클립과 밴드 등 도금(鍍金)이 벗겨진 곳이 없다. 또 적정 가격 이하로 시장에 나오는 법은 없다. 가격이 싸면 의심해 보는 것이 좋다.

▲세상에서 가장 작은 만년필(위·1910년대 워터맨사). 성냥보다 작지만 잉크를 채워 글씨를 쓸 수 있다.
그다음 순위는 새것을 구하는 것이 좋다. 새것은 경험이 적어도 어렵지 않게 구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적정 가격보다 살짝 비싸도 새것이라는 확신이 있으면 사는 것이 좋다. 경험이 적은 경우 싼 맛에 산 것은 손해 보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새것만 사야 할까? 몇 번의 경험이 생겼으니 위험하지만 실력이 생기는 중고품에 도전해야 한다. 중고품은 새것을 구입한 경험이 있다면 그렇게 겁낼 필요는 없다. 새것을 100, 잉크를 한 번 넣었거나 살짝 찍어 사용한 것은 85, 모든 부품이 온전하나 살짝 변색되고 도금이 벗겨진 상태라면 50, 고쳐야 하고 자기 부품이 아닌 것이 끼워지고 갈라짐 등이 있는 것은 30, 가장 낡은 상태로 부품용인 것은 20 이하의 점수를 매기고 구입에 참고하면 된다.

새것의 가격이 10만 원이면 뚜껑과 몸통이 살짝 변색된 것은 10만X0.5=5만 원 이상을 줄 수 없다. 이밖에도 뚜껑, 몸통, 펜촉 등 세 부분으로 나누고 동일하게 33%를 매겨보자. 예를 들어 뚜껑이 없거나 파손이 심하면 33%를 제하는 방법도 있다. 이런 속담이 있다. “개 꼬리 3년 묵어도 (붓 만드는) 황모(黃毛) 되지 않는다.” 만년필은 백년을 두어도 소용없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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