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 채굴 전력량이 2020년 세계 전력 소비량과 맞먹는다?

입력 2017-12-27 1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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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화폐 채굴에 소모되는 전력량이 2020년이면 전 세계 전력 소비량과 맞먹을 것이다?

가상화폐 정보업체 디지코노미스트의 이같은 주장에 대한 갑론을박이 일고 있다. CNBC는 26일(현지시간) 에너지 및 IT 전문가들의 발언을 인용, 가상화폐 채굴에 소모되는 전력량에 대한 디지코노미스트의 추정치에 의혹을 제기했다.

앞서 디지코노미스트는 각 가상화폐를 채굴하는 컴퓨터 프로세스가 미국이 1년 간 소비하는 것보다 더 많은 전력을 필요로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비트코인 광산은 세계 국가가 매년 사용하는 것보다 더 많은 전력을 소비한다고 추정했다. 디지코노미스트의 주장에 대해 대부분의 언론과 리서치 애널리스트, 심지어 억만장자들도 그대로 받아들였다. 이는 1990년대 중반 인터넷 데이터 트래픽에 따른 전력 소비량과 대비되며, 가상화폐의 미래 에너지 사용량 예측을 위한 기초 자료로 쓰일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을 받았다.

▲비트코인 에너지 소비 지수 추이. 디지코노미스트

그러나 스탠포드대학의 조나단 쿠미 강사는 이처럼 터무니없는 예상이 현실 세계에 다양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총 전력 수요를 주도하고 있는 비트코인 문제에 대해 아무것도 제시되지 않았으며, 이는 모든 데이터 센터 전력 사용량의 일부일 뿐”이라고 일축했다. 비트코인이 에너지 효율 문제를 지니고 있음은 의심의 여지가 없지만, 가상화폐 채굴에 소모되는 전력량이 2020년 세계 전력 소비량과 맞먹는다는 건 다소 과장의 여지가 있다는 것이다.

가상화폐는 복잡한 수학문제를 컴퓨터로 풀어서 채굴한다. 채굴되는 양이 줄어들수록 채굴 난이도는 더 높아지며 그렇게 되면 광부들은 가상화폐 채굴에 더 많은 에너지를 필요로 하게 된다. 블록체인인포는 “24일까지 채굴된 비트코인이 1676만 개로 비트코인 총 발행량(2100만개)의 80%가 이미 채굴됐다”고 밝혔다.

비트코인 광산은 현재 전기요금이 저렴한 아이슬란드에서 내몽골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한 지역의 전용 데이터 센터에서 이뤄지고 있다. 대부분의 광업은 대부분의 전력을 생산하는 중국에서 일어나고 있다. 최근 비트코인 채굴을 가장 많이 한 앤트풀(22.4%), BTC닷컴(17.1%) 같은 기업이 모두 중국계다. 전문가들은 비트코인이 환경을 파괴하고 세계 배출가스를 과도하게 내뿜을 것이라는 점에 우려하고 있다.

일부 에너지 전문가들은 가상화폐를 만드는 과정에서 얼마나 많은 전력이 소비되는지를 측정할 수 있는 신뢰할 수 있고 검증 가능한 방법이 없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이들은 그 첫 번째 단계는 데이터 센터에서 하드 데이터를 수집하는 것인데, 아직 아무도 그 작업을 완료하지 못했다고 말한다. 매사추세츠공과대학(MIT) 슬론경영대학원의 크리스티안 카탈리니 조교수는 “오늘날 생각할 수 있는 대부분의 계산은 매우 약한 가정에 기반을 두고 있다”면서 “광부들의 데이터를 실제로 사용하지 않고 현재 비트코인 채굴을 위한 전력 사용에 대해 누구도 신뢰할 수 있는 주장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비트코인 채굴에 드는 전력 소비량 추이. 디지코노미스트

최근 노무라는 비트코인이 2018년 에너지 시장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발표했다. 노무라의 조던 로체스터 애널리스트는 “내년 ‘그레이 스완’은 비트코인 버블 붕괴가 아니라 계속되는 석탄 수요 증가에 있다”고 주장했다. 노무라는 비트코인을 채굴하는 데 소비되는 전력은 시간당 33.2테라와트(TW)라고 추정했다. 이 수치는 비트코인 에너지소비지수에서 산정한 것으로, 디지코노미스트에서 매일 업데이트된다. 이 지수에 따르면 비트코인 채굴에 의해 소비된 에너지 양은 11월에만 약 26% 증가했으며, 현재는 시간당 363만TW에 달한다. 이는 약 330만 가구에 전력을 공급하기에 충분한 에너지 양이다. 디지코노미스트는 비트코인을 한 나라라고 치면 세계에서 59번 째 에너지 소비국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스탠퍼드대학의 코미 강사는 디지코노미스트의 산출 모델은 많은 결함이 있다고 말한다. 광부의 매출과 비용을 어림한 것에 따른 것으로 비트코인의 전력 소비량을 뒷받침하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것이다. 에릭슨 리서치의 젠스 몰마딘 수석 애널리스트 역시 디지코노미스트의 추정치에는 회의적인 견해를 나타냈다. 그는 디지코노미스트가 산출한 수치는 구글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MS) 페이스북 애플의 연간 전력 사용량의 2배라는 셈인데, 이를 뒷받침하려면 더 정확한 수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현재 비트코인은 10분마다 12.5개가 채굴되며, 채굴량은 4년마다 절반으로 떨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즉, 다음 하락이 예정된 2020년까지 채굴 비용이 감소하지 않으면 이익 마진도 줄어들 것이라는 의미다.

스탠퍼드대학의 코미는 “불확실한 숫자를 기반으로 대규모 투자를 결정하는 기업은 화를 당할 것”이라며 “그것은 매우 큰 실수”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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