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학중의 가족이야기] 연명치료가 문제다

입력 2017-08-10 1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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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명 ‘웰다잉(well dying)법’이라고 하는 연명의료결정법이 8월 4일 시행되었다. 정식 명칭은 ‘호스피스, 완화 의료 및 임종 과정에 있는 환자의 연명 의료 결정에 관한 법’이다. 회생 가능성이 없는 환자가 자기 결정이나 가족의 동의로 심폐소생술이나 인공호흡기 착용, 항암제 투여나 혈액 투석 같은 연명치료를 거부할 수 있도록 하는 법이다. 내년 2월 4일 본격적인 시행을 앞두고 있지만 법의 존재조차 모르는 사람이 많고 호스피스 병실은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3년 전 경막하출혈(硬膜下出血)로 돌아가신 어머님을 생각하면 가슴이 아프다. 처음부터 수술을 한 건 아니었지만 5주가 넘도록 차도가 없어 시작한 수술이 두 번, 세 번이 되어버렸다. 연명치료에 대한 개념을 몰랐던 것도 아니고 형제들과 상의하여 결정한 일이지만 어머님이라면 어떤 결정을 내렸을까를 생각하면 후회가 남는다. 작은형님 집에서 어머님이 마지막을 편안하게 마칠 수 있었던 건 참 다행스러운 일이었다.

‘의미 없는’ 연명치료로 고통 속에서 신음하고 있는 환자들이 전국의 주요 병원에 수만 명이나 입원하고 있다. 살아생전 맑은 정신일 때 연명치료에 대한 분명한 의사 표명을 하지 않은 경우, 임종을 앞둔 환자를 두고 가족 중에 어느 누가 연명치료를 중단하자고 할 수 있을까? “부모님이 빨리 죽기를 바라는 것이냐?”, “돈이 아까워서 그러느냐?”, “그러고도 배우자, 가족이라고 할 수 있느냐?”는 비난과 원망, 분란이 두려워 환자의 뜻을 잘 알고 있으면서도 평소의 뜻을 배반하는 경우도 있다.

평소에 잘 돌보지 못하고 자주 왕래하지 못했던 가족이나 친척일수록 마지막 효도라고 생각하고,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남에게 보여 주기 위해 정작 환자의 뜻이나 고통 같은 것은 무시해 버리는 경우가 많다. 소위 ‘먼친척증후군’이라는 것이다. 이런 점을 악용해 과잉진료를 하는 병원도 많고, 의료 분쟁에 휘말리지 않기 위해 가족의 자발적인 선택이라며 슬그머니 뒤로 숨어버리는 의사도 있다.

“인간은 생명에 대한 결정권을 가질 수 없다”는 종교계의 주장에도 귀 기울여야 한다. 생명을 경시해서는 안 된다는 경고나, 범죄에 악용되거나 사회적 약자들이 이용당할 위험에도 주목해야 한다. 하지만 인간은 품위 있게 죽을 권리도 있다. 중환자실 등 병원에서의 ‘의미 없는’ 연명치료로 환자나 그 가족이 겪는 신체적, 정신적, 경제적 고통을 생각하면 연명의료결정법 시행은 적절한 조치라고 본다. 적극적인 안락사와 연명치료 중단은 다르며 물이나 기본적인 영양 공급, 통증 완화 치료를 하지 말자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오래전부터 아내와 연명치료에 대한 얘기도 나누고, 우리라면 어떻게 할까를 생각해 왔기 때문에 부부간에 이견은 없다. 법적인 효력이 있는 개정된 ‘사전연명의료의향서’부터 작성해야겠다. 등록기관이 정식으로 결정되면 내년 2월 4일부터 의향서를 제출할 수 있다고 한다. 그 전에 우리의 뜻을 아이들에게도 전할 셈이다. 몇 차례 얘기는 했지만 정식으로 다시 그 주제를 꺼내면 아이들은 어색해하고 불편해할 것이 틀림없다. 하지만 부모가 먼저 얘기를 꺼내고 명확한 의사를 밝혀두어야 훗날의 분란을 예방할 수 있기에 그것 또한 겪어야 할 과정이라고 본다.

중환자실에서 의식도 없이 고통 속에서, 가족들에게 짐이 되면서까지 생명을 연장하고 싶지는 않다. 후회 없이, 편안하게 생의 마지막을 마무리하고 싶다. 사랑과 아름다운 추억이 있는, 품위 있는 죽음은 준비 없이 저절로 찾아오는 것이 아니며, 가족들에게 줄 수 있는 마지막 선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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