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객석] 차도와 인도 사이에 끼인 따릉이

입력 2017-06-15 1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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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교혁 SK텔레콤 브랜드커뮤니케이션실 매니저
을지로 샐러리맨 13년 차. 일과 중에 자전거를 타기 시작했다. 고객을 만나는 일이 빈번한 샐러리맨들에게 서울시 공공자전거 ‘따릉이’는 최고의 이동수단이다. 버스나 택시를 타기 애매한 거리를 이동할 때 이용하기 쉽게 곳곳에 설치된 따릉이에 고마움을 느낀다.

스마트폰 앱으로 쉽게 빌리고 반납한다. 이용요금도 저렴하다. 아낀 교통비만 모아도 꽤 쏠쏠하다. 차량통행량 감소와 미세먼지 저감도 기대할 수 있다.

차도 혹은 인도, 어느 길로 타야 할지 고민을 하게 하는 것은 따릉이의 유일한 단점이다. 현행 도로교통법상 ‘이륜차’로 분류되는 자전거는 도로 우측 가장자리나 자전거도로로 다녀야 한다. 붐비는 차량과 좁은 도로에서 법대로 따릉이를 몰려면 강심장이 필요하다.

대형버스나 화물차가 정차하고 있으면 알아서 피해야 한다. 반대로 인도로 가면 자전거에서 내려 끌고 가야 하는데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서울시는 현재 5000여 대인 따릉이를 연내 4배인 2만 대로 늘릴 예정이다. 애용자 입장에서는 박수를 보내고 싶지만, 따릉이를 안전하게 탈 수 있는 도로 환경 정비 계획이 없는 것은 여전히 의아하다.

가장 쉽게 떠올릴 수 있는 방안은 자전거도로 정비이다. 이미 서울 시내에는 800여㎞에 달하는 자전거도로가 조성돼 있다. 하지만 공원 중심으로 조성되어 있거나 자동차와 도로를 공유하는 방식으로 설치돼 따릉이 이용자들이 자전거도로의 이점을 체감하기 어렵다.

독일과 네덜란드처럼 인도에 자전거도로를 표시하는 방식이 보다 현실적인 대안이 될 수 있다. 따릉이 이용자, 보행자 모두 안전할 뿐 아니라 문화로 정착하면 자전거와 보행자가 얽혀 서로 눈살을 찌푸리는 일도 예방할 수 있다.

도로의 구조물들을 고려하지 않고 마구 그려 놓은 듯한 자전거도로 표시를 정비하고, 도로변에 무단 주차돼 통행을 방해하는 차량의 단속을 강화하는 것도 필요하다. 자전거를 차량 통행의 ‘방해물’로 여기는 문화의 개선 캠페인도 병행하면 금상첨화(錦上添花)이다.

따릉이는 ‘서울의 발’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어디서나 안전하게 탈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면 동료에게도 따릉이를 같이 타자고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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