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로 아세안] 핀테크 서비스 각축장 된 인도네시아·베트남·미얀마

입력 2017-05-11 1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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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영업망의 30% 동남아에 집중…3개국 ‘쏠림현상’은 풀어야 할 숙제

국내 은행들이 중국의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 보복’을 계기로 탈(脫) 중국을 위해 동남아시아 금융시장 진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그동안 중국 당국의 각종 규제에 고전해온 국내 은행은 롯데마트 등 현지 한국기업이 매출 확장 등에서 어려움을 겪자 ‘아직은 수익모델이 마땅치 않다’는 현실적인 한계를 감안해 해외 네트워크의 다원화를 추진하고 있다.

11일 은행권에 따르면 지난해 6월 말 기준 국내 은행은 173개의 해외 영업망을 보유하고 있다. 이 중 30.64%에 달하는 53곳이 동남아 지역에 집중돼 있다. 필리핀·말레이시아·싱가포르·태국·베트남·미얀마·캄보디아·인도네시아 등 동남아 8개국에 진출한 상태다.

특히 인도네시아와 베트남, 미얀마 진출이 가장 활발하다. 은행권의 베트남 영업망은 17개이며 이어 미얀마 10개, 인도네시아 8개 순이다. 동남아 영업 네트워크 53개 가운데 총 35곳(약 66%)이 인도네시아·베트남·미얀마 3국에 쏠려 있다. 세 곳 중 두 곳 꼴이다.

◇‘카드업 등 非은행 결합’ vs ‘M&A 통한 현지화 전략’ = 국내 은행의 동남아 시장 공략 방법은 크게 ‘카드업 등 비(非)은행의 결합’과 ‘인수·합병(M&A)을 통한 현지화 전략’의 두 가지로 요약된다.

베트남의 경우 초기 한국기업의 진출과 교민 확대에 힘입어 현재 하노이·호찌민 등 주요 도시 대부분에 국내 은행이 진출해 있다. 하지만 50여 개에 이르는 현지 은행과의 경쟁이 심화되면서 고객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에 카드업 등과 같은 신(新) 수익원 창출을 통해 돌파구를 마련하고 있다.

지난달 21일 신한베트남은행은 ANZ BANK 베트남 리테일 부문을 인수했다. ANZ BANK 베트남 리테일 부문은 작년 9월 말 수신 5억4700만 달러, 여신 1만6100만 달러, 카드회원 9만5000여 명을 각각 달성했다. 영업점은 8개로 직원 수는 289명에 이른다.

이로써 신한베트남은행은 1993년 베트남에 첫발을 내디딘 후 24년 만에 총자산 30억 달러, 카드회원 16만 명, 임직원 1300여 명의 외국계 1위 은행으로 발돋움하게 됐다. 향후 신한베트남은행은 신용카드, 방카슈랑스 등으로 상품 라인업을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또 하나의 동남아 거대시장 인도네시아의 경우에는 M&A를 유도하는 정부 정책 덕분에 현지 은행을 아예 사들여 현지화하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 2014년 12월 우리은행은 1906년에 설립돼 110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인도네시아 소다라은행을 매입했다.

합병법인 ‘우리소다라은행’은 지난해 말 기준 여신고객 10만2490명, 수신고객 28만7135명을 각각 기록했다. 점포수는 142개로 전체 직원은 1502명이다. 글로벌 신용평가기관인 영국의 피치(Fitch)가 부여한 국제신용등급은 AAA이며, 인도네시아 내 118개 상업은행 가운데 47위로 은행순위를 단숨에 급상승시켰다.

또 우리소다라은행은 총자산 17억2700만 달러, 영업수익 8154만9000달러를 각각 달성하며 출범 2년 만에 총자산은 8.6%, 영업수익은 무려 173.0%나 성장했다. 같은 기간 우리소다라은행은 대출금 12억700만 달러, 예수금 11억5600만 달러를 각각 유치하며 현지화에 성공한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외연 확장에 핀테크 접목… 베트남·印尼·미얀마 ‘脫3국’은 숙제 = 국내 은행들이 동남아 금융시장에 많은 공을 들이는 이유는 바로 이 지역의 높은 인터넷 및 스마트폰 보급률 때문이다. 베트남은 생산가능 인구 비중이 제일 크고 인도네시아는 스마트폰 보급률이 높다. 외국어 번역, 다국어 지원 등을 통해 각종 애플리케이션을 현지 특성에 맞도록 최적화해 출시하고 있다.

제4차 산업혁명으로 디지털 금융이 본격화하면서 국내 금융시장에서조차 대면 채널을 축소하는 상황에서 해외진출 역시 기존 오프라인 점포망을 넓히는 전략 대신 비대면 채널로 ‘현지화’에 승부를 거는 것이다. 신한은행의 ‘써니뱅크’, 우리은행 ‘위비뱅크’, KB국민은행의 ‘리브(Liiv)’ 등 우리에게도 친숙한 모바일 전문은행이 동남아 시장에서도 앞다퉈 서비스를 개시하고 있다.

시중은행의 한 관계자는 “디지털 기술이라는 한국계 은행의 강점을 현지에서 경쟁력으로 활용할 수 있다”며 “핀테크를 기반으로 한 디지털 금융 서비스를 강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른 시중은행 관계자는 “한국은행끼리의 영업 경쟁을 피하고 타 은행에 비해 경쟁력이 높은 부분에 집중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다만 아무리 비대면 채널 활성화가 전 세계적인 금융 트렌드라고는 하나, 베트남·인도네시아·미얀마 등 3국에서 벗어나 동남아 여타 국가에도 최소한의 영업거점은 구축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동남아 지역 국가별로 거점 점포를 갖출 필요가 있다는 전문가들의 의견이 적지 않다.

금융권 관계자는 “외환위기 당시 태국 정부의 간곡한 잔류 요청에도 한국 산업은행과 한국 외환은행이 지점을 폐쇄한 바 있다”면서 “이후 태국 정부는 한국계 은행에 대해 부정적인 자세를 취하는 중”이라고 꼬집었다. 일관성을 유지하고 장기적인 관점에서 지속적으로 해외 진출을 모색해야 한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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