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남호의 중구난방] 한미약품 사태를 반면교사로

입력 2016-10-19 1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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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2부 차장

한미약품이 기술수출 계약 해지와 늑장 공시 의혹 등으로 검찰의 압수수색까지 받는 등 위기를 맞고 있다. 지난해 8조 원대의 신약 기술 수출을 통해 향후 한국 경제를 이끌 신성장동력으로 제약업계를 거론하게 한 주역에서 처지가 급전직하(急轉直下)했다.

한미약품은 검찰 압수수색이 이뤄진 18일 공식 입장을 통해 “검찰 수사로 국민과 주주들께 심려를 끼쳐 드려 대단히 죄송하다”며 “회사 차원의 의도적 내부정보 유출이나 공시 지연 등은 없었다”고 발표했다. 그러면서 검찰 수사에 적극적으로 협조하겠다고 밝혔다.

한미약품이 이번 사태와 관련해 그간 해명했던 내용을 살펴보면 일견 이해가 되면서도 한편으로는 이해하기 어려운 바도 있다. 검찰 조사를 통해 시시비비가 명백하게 가려져야 할 부분이다. 조사 결과 각종 의혹이 사실로 드러난다면 한미약품은 어떠한 처벌이든 감내해야 한다.

이번 사태와 관련해 우려스러운 점은 한미약품으로 비롯된 문제가 제약업계 전반에 대한 신뢰도 상실로 이어지지 않을까 하는 점이다. 한미약품이 수조 원대의 기술 수출로 주목받고 제약업계 전반에 연구개발(R&D)을 통한 성장 가능성을 실증했다는 점에서 사태의 파장이 제약업계에 대한 ‘거품론’으로까지 번지지 않을까 걱정이다.

한 가지 다행스러운 점은 한미약품 사태를 반면교사 삼아 제약업계 스스로 변화하려는 노력을 보인다는 점이다.

한미약품과 함께 바이오시밀러 개발로 주목받는 셀트리온은 최근 2, 3번째 복제약의 북미 유통사 선정을 홍보하며 계약금 반환 가능성을 명시했다. 한미약품을 비롯해 제약업계가 전체 계약 규모를 알리기에 집중했던 것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셀트리온보다 한발 더 나가 악재가 될 만한 내용을 자진해서 알리는 곳도 생겼다. 녹십자는 글로벌 전략 과제에 대한 사업 진단 결과 유전자 재조합 A형 혈우병 치료제 ‘그린진에프’의 미국 임상을 중단하고 중국 시장 공략에 집중하기로 했다는 사실을 13일 주식시장이 개장하기 전 보도자료를 통해 알렸다. 같은 날 미국 식품의약국(FDA)에도 임상 중단 사실을 통고했으나 시차를 고려하면 국내에 10시간가량 더 먼저 관련 소식을 알렸다.

아스트라제네카는 중증 천식환자 치료를 위한 흡입형 약물에 대한 2상 임상시험을 중단했다고 최근 밝혔다. 유나이티드제약은 작년 매출의 24%가량을 차지하는 장시지민커신집단유한공사(JJK)와의 개량신약 공급계약 해지 사실을 12일 주식시장 마감 후 공시했다.

제약산업은 호흡이 긴 산업이다. R&D 성공 확률도 희박하고 천문학적인 비용이 투입되며 신약이 나오기까지 10년 이상이 소요되기도 한다. 신약개발의 특성상 계약해지 같은 사례는 얼마든지 생길 수 있는 일이다. 일례로 셀트리온의 서정진 회장은 한때 ‘사기꾼’ 소리를 듣기도 했다.

제약업계의 변화가 얼마나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중요한 점은 성공이든 실패든 관련 소식을 알리는 데 있어 제약업계 스스로 세련된 방법을 찾을 필요가 있다는 점이다. 아울러 이러한 노력이 쌓이면 제약업계 전반에 대한 투자자들의 이해도를 높여 결국 기업과 업계 모두에게 유익할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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