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한일 통화스와프…‘한국은행’은 없었다

입력 2016-08-30 1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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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주현 자본시장2부 기자

한·일 통화스와프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 지난해 2월 중지됐던 한국과 일본의 통화스와프가 27일 한·일 재무장관회의에서 ‘기획재정부’의 제안으로 논의를 재개했다. 이에 따라 연내 한·일 통화스와프 재개 가능성도 높아졌다.

장점은 많다. 통화스와프는 유사시 양국의 통화를 맞교환하는 계약으로 최근 불확실성이 높은 국제금융시장에 적절한 보험으로 평가된다.

하지만 적잖이 놀랐다. ‘한국은행’이 아니었다. 정부는 한·일 통화스와프를 발표하면서 한은을 쏙 뺐다.

한은 관계자는 “통화스와프 체결은 중앙은행끼리 하는 게 맞지만, 일본은 재무성이 모든 권한을 가지고 있어 우리도 기재부가 나섰다”고 설명했다.

앞서 한·중 통화스와프 연장을 기재부가 먼저 치고 나왔을 때도 한은은 없었다. 당시 한은 관계자들은 속앓이만 해야 했다.

통화스와프에 대한 주도권을 놓고 한은과 기재부 간 갈등은 이미 오래전부터 있어 왔다.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한·미 간 통화스와프 체결에 대한 공적을 놓고도 한은과 기재부 간 갈등을 빚은 바 있기 때문이다.

다만 최근 통화스와프는 한은이 맺어왔다. 중국과 호주, 인도네시아 등 한국이 현재 통화스와프를 체결하고 있는 5곳 모두 한은이 상대국 중앙은행과 결정하고 세상에 알려왔다.

과거 통화스와프 체결을 주도한 것으로 알려진 한은의 한 퇴직 간부는 “원래 중앙은행이 해야 하는 것이 맞는데, 왜 일이 이렇게 됐는지 모르겠다”며 불편한 심경을 감추지 못했다.

앞서 자본확충 펀드 때도 한은은 보이지 않았다. 금융통화위원회 의결 사항임에도, 회의에서 논의되기 전에 정부의 발표가 먼저였다. 김현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중앙은행이 이런 식으로 정부에 끌려다니는 일은 없어져야 한다”고 질타했다.

한은은 통화정책을 담당하는 엄연히 독립된 기관이다. 물론 군사정권 시절에는 정부의 남대문 출장소라는 비아냥을 듣던 흑역사도 있다. 최근 한은의 위상이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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