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청법, 여전한 논란-1] 성인 배우가 교복 입어도 ‘아동청소년 음란물’ ?

입력 2013-05-13 1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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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인용 게임도 ‘아동청소년 음란물’ ?

▲박범신 작가의 동명소설 '은교'를 영화화한 정지우 감독의 2012년작 '은교' 포스터. '은교'를 연기한 배우 김고은은 1991년생으로 개봉 당시 실제 나이는 21세였지만, 극중 '은교'는 17세 소녀로 그려진다.(롯데엔터테인먼트)

성인 배우가 교복을 입고 성행위를 하는 장면을 담은 영상물은 아동청소년 음란물(아음물)에 해당할까? 우리 법원의 판단은 ‘그렇다’다.

수원지법 형사3단독 신진우 판사는 지난 3월7일 판결문을 통해 “아동·청소년으로 인식될 수 있는 사람이나 표현물에 해당하는 조건은 ‘음란물의 내용’을 기준으로 한다”며 “해당 영상은 모두 교실과 대중교통수단 등의 장소에서 교복과 체육복을 입은 채 촬영됐고, 가정교사에게 수업을 받는 학생으로 등장한 배우가 성행위를 하는 것을 내용으로 담고 있으므로 아음물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웹하드에 음란 동영상을 올려 기소된 피의자들은 “일본 업체들이 현지 성인 배우를 출연시켜 합법적으로 제작한 것을 입수했다”며 “성인 배우임을 알 수 있기 때문에 아음물이 아니다”라고 주장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는 지난 2011년 9월 개정된 아동청소년의성보호에관한법률(아청법)에 따른 것. 시행 이후 첫 처벌 사례다.

당초 아청법 제2조5항은 실제 아동·청소년이 등장하는 것만을 아음물로 규정했으나, 현행 아청법은 ‘아동·청소년으로 인식될 수 있는 사람이나 표현물이 등장하는 경우’로 범위를 넓혔다.

법 적용이 애매할 수 있다는 비판이 일자 해당 내용은 지난해 12월 ‘아동·청소년으로 명백하게 인식될 수 있는 사람이나 표현물’이라는 문구로 다시 개정돼 다음달 18일 시행을 앞두고 있지만 여전히 불명확한 표현이라는 비판이 많다.

(트위터 화면 캡처)

애니메이션이나 게임 등에 등장하는 가상의 캐릭터의 경우에도 미성년으로 판단된다면 이용자가 처벌될 여지가 충분하기 때문이다. 최민희 민주당 의원은 지난 14일 실제 아동·청소년이 출연하는 음란물만을 아음물로 규정하는 개정안을 발의했으나 국회 아동·여성대상 성폭력대책특별위원회 법안심사 소위원회 소속 위원들은 최 의원과 유승희 민주당 의원을 제외하고 모두 반대해 통과되지 못했다.

실제로 개정 아청법 시행 이후 ‘야동(야한동영상)’을 만들거나 유포시켜 적발된 사건은 급격히 늘었다. 지난 3월22일 투명사회를위한정보공개센터가 대검찰청에 아청법 8조(아동·청소년의이용음란물의 제작·배포) 위반 사건접수·처리현황을 정보공개 청구한 결과, 사건 접수 건수는 2011년 100건에서 지난해 2224건으로 급증했다. 기소 처리된 사건도 2011년 58건에서 지난해 775건까지 늘었다.

센터는 “사건이 늘어난 이유는 논쟁의 여지가 있는 법이 너무 급히 추진된 탓”이라고 지적했다. 법 적용의 모호성과 남용가능성 등으로 위헌 소지가 있고, 국가가 지나치게 개인 사생활 영역과 자유를 침범한다는 비판이다.

(네이버 화면 캡처)

이같은 이유로 현재 아청법에는 위헌소송이 제기된 상태다. 표현의 자유와 프라이버시 보호, 공공 데이터 개방, 망중립성 등 인터넷의 개방과 공유를 기치로 전응휘 녹색소비자연대 이사, 남희섭 변리사, 김기창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등이 참여해 만든 비정부기구 오픈넷은 지난 3월13일 “가상의 청소년 캐릭터가 등장하는 성인용 애니메이션까지 단속하는 아청법은 명확성 원칙과 표현의 자유에 대한 과잉금지 원칙, 평등 원칙을 위반해 헌법에 위반된다”며 위헌소송을 냈다.

그러나 아청법 위반 사범은 여전히 늘고 있다. 지난 8일 경찰청은 지난달 아음물 단속에서 1938명을 검거해 6명을 구속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1년 동안의 수치와 비슷한 수준이다.

검거 유형은 음란물 제작 8명(구속 4명), 영리목적 판매 등 98명(구속 2명), 단순 배포·전시 326명, 단순 소지 39명, 일반 음란물 배포 1466명, 미등록 사업자 1명 등으로 집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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