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TX-D 노선따라 교통요충지 또는 교통지옥 결판
원희룡 장관 만나 설득..."강동 경유 검토" 이끌어
교통+한강 접근성 개선으로 젊은 인구 유입 호재
12일 본지와 만난 이 구청장은 “그때를 생각하면 정신이 아득하다”고 운을 뗐다. 5·8·9호선이 각각 하남·구리·남양주로 연장되면서 출퇴근 ‘지옥철’이 펼쳐질 날이다. 그는 “지하철 연장으로 경기도 신도시가 종점과 기점이 되고 출근 시간 꽉 차서 들어오면 강동구민들은 탈 수가 없게 된다”며 “현재 김포골드라인 상황이 재연될 게 불 보듯 뻔하다”고 한숨을 쉬었다. 연장을 완료한 5호선은 증차에도 불구하고 이미 출근대란을 겪고 있다. 이 구청장은 “GTX 같은 광역철도망이 들어와 분산을 시켜야 한다”며 “이건 선택이 아닌 필수”라고 강조했다.
그런 이유 때문일 것이다. 교통 얘기가 빠진 메가시티 서울 논의가 이 구청장에겐 한가롭게 들릴 뿐이다. 서울의 서쪽 끝자락 김포에서 시작된 서울 편입 바람은 반대편 강동구 인접 지역까지 불어왔다. 최근 구리·하남도 서울 편입 의지를 내비쳤다. 이 구청장은 “교통이 해결 안된 상태에선 편입을 하든 뭘 하든 더 나아질 게 없다. 서울이 된다고 그냥 집값이 오르고 더 살기 좋아지는 건 아니다. 그만한 인프라가 갖춰져야 한다”며 “교통 문제가 먼저 해결돼야 편입을 하더라도 가치가 있지 않을까 싶다”고 역설했다.
스스로에 대해 ‘낙관적이기는 하지만 상황을 낙관적으로만 보고 준비하지 않는다’고 평가한 것처럼, 그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두드리고 또 두드렸다. 취임 후 태스크포스(TF)를 만들어 전문가들과 접촉, 강·약점을 지도받고 논리를 보충했으며 키를 쥐고 있는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도 몇 번이고 만났다. “대규모 사업도 결국 사람이 하는 거죠. 그것 때문에 불공정하게 진행되는 건 아니지만 절박하게 매달렸어요. ‘붐업’을 시킨 거지요” 진심이 통한 걸까. 원 장관은 최근 “GTX-D의 강동 경유를 검토하겠다”고 했다.
이 구청장이 ‘붐업’을 벼르는 건 또 있다. 강동구가 가진 천혜의 자원이지만 각종 규제에 묶여 ‘그림의 떡’이 돼버린 한강변 개발. 그는 “상수도 보호구역 문제가 제일 큰데, 한강 수계 따라 경기도는 빠지고 강동구가 속한 경우가 있다”며 “중구난방 규제 탓에 한강을 고속도로 위에서 버스 탄 사람만 즐기고 있다. 생태를 훼손하지 않는 한에서 더 많은 사람들이 접근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녹지 기능을 한다고 볼 수 없는 데도 그린벨트로 아직 묶여 있는 곳도 많다”며 “그런 데는 길을 내서 단절된 걸 연결시켜야 발전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강동구는 아름다운 낙조를 감상할 수 있는 스카이워크 조성 사업을 추진 중이다.
교통과 한강 접근성이 개선되면 이미 젊은 인구 유입이 늘고 있는 강동구엔 더 호재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 구청장은 “강동구에 공원이 많고 해서 엄마들 사이에 아이 키우기 좋다고 소문이 났다”며 “학군도 괜찮은 편이라 중·고등학교 거쳐서 대학교까지 보내고 정주할 수 있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강동구는 아이맘 택시사업, 서울형 키즈카페, 지역아동센터, 교사 대 아동 비율 축소 등 선도적 정책을 펼치며 서울시 자치구 중 2년 연속 합계출산율 1위를 달성했다.
원도심과 신도심 간 격차 완화는 풀어야 할 과제다. “원도심 안에서도 초등학교까지는 키울만한 데 갈 만한 상위 학교가 없어 이사를 하는 상황”이라며 재정비 촉진사업 등 주거 환경 개선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고 밝혔다.
법조인에서 정치인으로, 또다시 행정가로 변신한 이 구청장은 “행정이 방향타를 쥐고 끌고 가지 못하는 한계는 있다”면서도 “주민들과 만나서 얘기하고 성과를 함께 만들어간다는 점에서 재미를 느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