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등록금 환불 문제 대학에만 맡겨둘 건가

입력 2020-06-16 1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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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효진 사회경제부장

대학이 등록금 환불 문제로 몸살을 앓고 있다. 1학기 내내 온라인 강의를 들었던 학생들은 “이게 뭐냐”며 등록금을 일부라도 돌려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102개 대학 학생회로 구성된 전국총학생회협의회가 최근 대학생 6만여 명에게 물었더니 97.9%가 등록금 환불에 찬성했다고 한다.

이들은 온라인 강의, 학교 시설 사용 불가 등 제대로 된 교육서비스를 받지 못한 것을 가장 큰 원인으로 꼽았다.

학생들이 등록금 반환을 주장하는 이유를 들어보면 일리가 있다.

우선 온라인 강의는 수준 미달이다. 누구도 원치 않았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대학은 뜻하지 않게 온라인 강의를 시작했다.

준비 부족으로 온라인 강의는 형편없다. 원격 수업을 시작하기 이전 전국 대학의 온라인 강의 도입률은 0.9%에 불과했다. 사실상 모든 강의는 대면으로 이뤄진 셈이다.

학생들을 가르쳐야 할 교수들은 우왕좌왕했다. 발군의 실력을 발휘해 온라인 강의를 기가 막히게 진행한 교수도 있지만 극히 일부다.

대체로 녹화한 방송을 틀어주거나 심지어 영상에 음성만 흘러나오게 한 교수도 있다. 강의 수첩을 그냥 줄줄 읽어 내려가는 영상도 부지기수다.

소통이 사라진 온라인 강의는 평소 영상으로 많은 정보를 습득하고 유튜브 등에 익숙한 20대 청년들이 감당하기엔 무리가 따를 수밖에 없다.

학생들은 대학 생활에서 빼놓을 수 없는 캠퍼스의 낭만도 즐기지 못했다.

특히 새내기들은 입학한 지 반년이 지났지만, 오리엔테이션(OT), 멤버십트레이닝(MT), 동아리 활동의 재미는 느끼지 못했다. 그저 주변에서 듣는 말로 상상하는 게 전부다.

학생들은 이에 대한 일정 부분의 보상을 바라고 있다. 온라인 수업만 하는 사이버대학의 평균 등록금이 140만~150만 원인 점을 고려하면 400만~500만 원을 온전히 낼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대학들도 학생들이 무엇을 말하는지 알고 있다. 그러나 대학 재정과 직결되는 등록금은 현실적인 문제라며 난색을 표하고 있다.

대학들은 대면 강의를 하지 않았어도 인건비, 시설유지비 등 고정비용은 그대로 지출했고 오히려 코로나19 방역 비용 지출이 더 늘어난 상황에서 재정적 여건이 안 좋다며 맞서고 있다.

학생들의 요구가 일견 합리적이라는 점은 인정하면서도 현실적인 어려움 때문에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대학들은 특별장학금을 통해 돌파구를 찾으려 하지만, 전체가 아닌 특정 학생들에게 지급되는 특성상 대안이 되지 못하고 있다.

등록금 환불을 둘러싼 매듭은 쉽사리 풀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최근 건국대학교가 1만3000여 명의 재학생을 대상으로 2학기 등록금을 감면하기로 하면서 대학 측과 학생 사이에 갈등은 더 심화할 것으로 보인다.

건국대 등록금 환불은 감면 금액이 얼마나 되느냐가 관건이지만 학생들의 요구를 수용한 점 자체로써 의미가 있다.

대학들은 건국대의 결정에 고개를 끄덕이면서도 동조할 것인지에 대해선 손사래를 친다. 더 정확히 말하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눈치만 보고 있다.

이럴 때 필요한 교육부는 “대학이 알아서 할 일”이라며 뒷짐만 지고 있다.

한국대학교육협의회가 등록금 일부 반환 효과를 낼 대학혁신지원사업비 특별장학금 활용 방안을 제시했지만 거절했다. 어떠한 이유에서든지 정부지원금을 등록금 반환에 사용하지 말라는 뜻이다.

대학이 재정난을 호소하는 가장 큰 이유는 12년간 이어진 등록금 동결에 있다. 표면적으로 등록금은 대학이 자율로 결정하지만 각종 지원 예산을 틀어쥔 교육부가 사실상 통제하고 있다.

구조적으로 교육부가 나서지 않으면 등록금 환불 문제는 해결할 수 없다.

지금은 코로나19로 인해 전시상황이나 마찬가지다. 전례 없는 상황에 부닥쳤다. 원론적인 말만 되풀이하는 틀에 박힌 대응은 필요 없다. 지금 정부는 해결사 역할을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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