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로 보는 세상] ‘킹덤’ 그리고 전염병

입력 2020-01-31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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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준영 크로스컬처 대표

극도의 불안과 실체적 공포를 야기하는 전염병. 그래서 영화나 드라마의 소재로 자주 쓰일 수밖에 없다. 하필인지, 아니면 불행히도 적기인지 모르겠지만 조선의 역병을 소재로 만든 넷플릭스 오리지널 콘텐츠 ‘킹덤’ 시즌2<아래 사진>가 곧 릴리스 될 예정이다. ‘킹덤’ 시즌1은 마니아층을 형성할 정도로 인기를 끌었었고, 다음 시즌을 애타게 기다리게 하였다. 제작사는 한국의 드라마 제작사 A-스토리다.

넷플릭스는 조선시대에 왕세자가 직접 나서 수많은 인명을 앗아간 역병을 퇴치한다는 이야기에 편당 20억 원을 투자했다. ‘왕좌의 게임’의 100억 원보단 적지만 회당 제작비가 웬만한 영화 한 편이다. 동양의 낯선 문명이라 서양 시청자들을 끌어들이는 게 어렵지 않겠나 하는 우려를 말끔히 해소할 정도의 흥행 성공을 거두기도 했다.

오리엔탈 문화에 대한 이국적 호기심을 자극하는 데 성공했기 때문이다. 특히 조선의 좀비보다 더 인기를 끌었던 건 당시 남성들이 머리에 썼던 ‘갓’이었다. ‘오 마이 갓’을 외치며 열광했던 서양 시청자들은 갓의 종류와 모양이 그렇게 다양하고 아름다울 줄 몰랐다며 환성을 질렀다는 후문이다.

드라마 ‘킹덤’은 감염된 좀비에게 물리면 죽거나 자신도 좀비가 되는 집단괴질이 점점 그 정체와 치료법이 발견되면서 몰입감이 높아진다. ‘용재총화’에 보면 좀비를 ‘재차의(在此矣)’라 하여 우리 식으로 표현하였다. ‘나 여기 있소’라는 뜻인데, 마치 아직 죽지 않고 살아 있다는 마지막 절규처럼 들린다.

현대 전염병 영화의 대표작 ‘연가시’도 떠오른다. 인간의 뇌를 조종, 물에 뛰어들도록 유도해 익사시키는 변종 바이러스인 연가시는 짧은 잠복기간과 치사율 100%로 대한민국을 초토화한다. 이런 걸 보면 인류문명의 지속력은 참으로 허약하기 이를 데 없다. 상상하기 싫지만 강력한 변종바이러스 한 방에 지구는 순식간에 멸망할 수도 있음에 괜히 몸서리가 쳐진다. 이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도 제발 별 탈 없이 하루빨리 소멸되길 빌어 본다. 오늘도 난 마스크를 챙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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