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내 들킨 캐리 람 사면초가...“사의는 맞지만 사임은 아니다”

입력 2019-09-03 1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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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정부에 사임 요청하지 않아”…지난주 연설 녹음 내용은 사실상 시인

▲캐리 람 홍콩 행정장관이 3일(현지시간) 기자회견에서 “중국 정부에 사임을 요청한 건 아니다”라고 말하고 있다. 홍콩/AP연합뉴스
홍콩 최고지도자인 캐리 람 행정장관이 홍콩과 중국 사이에서 사면초가 신세가 됐다.

캐리 람 장관은 3일(현지시간) 기자회견을 열어 자신이 중국 정부에 사임을 신청하지 않았다는 것을 강조했다고 미국 CNN방송이 보도했다.

이날 기자회견은 전날 로이터통신이 지난주 캐리 람이 참석한 기업인들과의 비공개 회의에서 사의를 표명한 연설 녹음을 공개한 것에 대한 해명 차원에서 이뤄진 것이다.

그는 해당 녹음과 관련해 이날 “중국 정부에 사임을 요청하지 않은 것은 물론 본토 상급자들과 이를 의논한 일조차 없다”며 “사임하지 않기로 한 것은 나의 선택이다. 나는 여러 차례 나의 팀이 홍콩을 돕기 위해 남아야 한다는 점을 반복적으로 얘기해 왔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도 “사적인 회의에서의 내 발언이 녹음돼 미디어에 누설된 것은 용서하기 어렵다”고 말해 녹음 내용이 사실이었음을 인정했다. 사실상 물러나고 싶어도 그럴 수 없는 상황을 실토한 셈이다.

연설 녹음에 따르면 람 장관은 영어로 30분 정도 연설했는데, 그 자리에서 “내가 선택할 수 있다면 가장 먼저 하고 싶은 일은 사임하고 깊이 사과하는 것”이라고 토로했다. 이어 “세계 양대 국가인 미국과 중국의 전례 없는 긴장의 한 가운데에서 이번 사태가 일종의 주권과 안보 수준으로 높아짐에 따라 위기를 해결할 수 있는 옵션이 거의 없다”고 하소연했다.

또 람 장관은 13주째 계속된 소요사태가 자신의 책임이라고 한탄했다. 그는 “범죄인 인도법은 중국 정부가 아니라 나의 이니셔티브에서 비롯된 것”이라며 “홍콩 정부가 중국 본토에 대한 시민의 엄청난 두려움과 불안을 파악할 만큼 세심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어 “최고지도자로서 홍콩에 이렇게 커다란 혼란을 초래한 것은 용서받을 수 없는 일”이라고 반성했다.

한편 람 장관은 지난주 연설에서 중국이 건국 70주년을 맞는 10월 1일 국경절 기념일을 데드라인으로 삼아 이때까지 사태가 해결되지 않으면 인민해방군을 투입할 것이라는 관측은 극구 부인했다. 그는 “중국은 10월 1일을 데드라인으로 설정한 것이 아니다”라며 “아울러 홍콩 거리에 인민해방군을 배치할 계획도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들은 치러야 할 대가가 너무 크다는 점을 알고 있다”며 “중국의 국제적 평판을 신경쓰고 있다”고 부연 설명했다.

다만 캐리 람 장관의 이런 언급은 범죄인 인도(송환)법 논란으로 지난 6월 시작된 시위가 국경절 이전에 해결될 가능성이 거의 없음을 간접적으로 인정한 것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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