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남 건설 '빅3'] 주택 하나로 덩치 '쑥'… 폭풍성장 전략이 '독' 되나

입력 2019-08-19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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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권 편법 승계ㆍ오너 비리… 사회적 책임ㆍ도덕성 시험대에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로 국내 건설산업은 큰 어려움을 겪었다. 주택 전문 중견건설사와 시행사들이 줄도산하고 대형 건설사들도 구조조정의 칼날을 피해가지 못했다. 하지만 이 시기 호남지역을 기반으로 한 호반건설·중흥건설·부영 등 3개 건설사는 공동주택(아파트) 부지를 싼값에 대량 매입·공급하면서 고속 성장했다. 경제 위기를 중견건설사로 발돋움하는 기회로 잡은 것이다.

이들 ‘호남 건설 3인방’은 이후 공공택지지구 내 분양주택(호반건설·중흥건설)과 임대주택 사업(부영)을 활발하게 펼치며 전국구 건설사로 성장했다. 회사 재무구조 또한 튼실한 편이다. 수익성 높은 주택사업을 기반으로 안정적인 캐쉬카우(현금창출원)를 확보하면서 대형사를 능가하는 탄탄한 재무구조를 갖췄다는 평가가 많다.

기업 오너들도 사세 확장과 함께 입지를 넓혀가고 있다. 정창선 중흥건설 회장과 김상열 호반건설 회장은 광주상공회의소 회장에 차례로 선임됐고, 이중근 부영그룹 회장은 대한노인회 회장을 맡고 있다.

하지만 급격한 성장의 이면에는 그림자도 적지 않다. 호반건설과 중흥건설은 정부나 공기업이 내놓은 주택 용지를 수십개의 페이퍼컴퍼니를 동원해 대거 사들인 뒤 주택 공급하는 방식을 통해 큰 분양 수입을 거뒀고, 부영은 정부의 지원금을 등에 업고 주택 임대사업에 열을 올렸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이 지난 10년간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택지 공급 현황 자료를 분석한 결과 LH로부터 사들인 필지는 호반건설이 3조1419억 원, 중흥건설이 3조928억 원으로 다른 건설사보다 압도적으로 많았다. 경실련이 추산한 이익은 토지비 등을 전부 제외하고 얻은 분양 수입만 호반건설이 2조1700억 원, 중흥건설이 1조9000억 원에 달했다. 부영은 저리의 주택도시기금(옛 주택융자금) 융자를 통해 임대주택용지를 다량으로 확보, 공급하면서 현금이 순환하는 구조를 구축했다. 하지만 이 회사는 임대 기간이 끝난 후 분양 전환을 하는 단지 입주민들과 다수의 소송전을 벌이고 있다. 부실 시공 논란도 불거졌다.

오너들의 개인 비리와 경영권 편법 승계 의혹 역시 향후 적지 않은 부담이 될 것으로 보인다. 2015년 정창선 회장의 아들인 정원주 중흥건설 사장이 회삿돈 횡령 혐의로 구속된 데 이어 최근에는 손혜원 국회의원이 중흥건설의 목포 재개발 당시 비리 의혹을 제기하며 불똥이 튀는 모습이다. 호반건설도 편법을 통해 공급받은 땅을 김상열 호반건설 회장 자녀들이 지분을 보유한 회사에 몰아주는 방식으로 경영권 승계를 진행했다는 의혹과 함께 후계구도에 편법이 동원됐다는 논란도 일고 있다. 이중근 부영그룹 회장 역시 배임과 횡령 등의 혐의로 재판을 받으면서 경영에서 물러난 상태다.

이들 건설사는 모두 내부 일감 몰아주기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하고 상장된 계열사가 한 곳도 없다는 공통점도 가지고 있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이른바 ‘호남 빅3 건설사’이 성장 과정에서 정부나 공기업의 도움을 받은 것은 부인할 수 없다”며 “기업의 덩치가 커진 만큼 기업공개(IPO) 등을 통해 자본시장의 정당한 평가를 받고 이참에 사회적인 책임과 도덕성도 다시 한번 자체 점검할 기회로 삼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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