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써보니] SSG닷컴 새벽배송 "마켓컬리·쿠팡 장점 다 모았다...이게 바로 신세계”

입력 2019-06-27 14:39수정 2019-06-27 1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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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오전 4시 30분 경 서울 영등포구에 위치한 한 아파트 세대 문 앞 SSG닷컴의 보랭백이 놓여져있다. (남주현 기자 @jooh)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의 야심작인 온라인 SSG닷컴(SSG.COM)의 서비스가 26일 본격 시작됐다. 기존에는 각 계열사의 온라인몰을 한곳에 모은 통합 홈페이지에 불과했다면, 이번에는 신사업 ‘새벽배송’을 통해 이커머스 시장 공략에 드라이브를 걸었다. ‘쿠팡’과 ‘마켓컬리’ 등이 장악한 새벽배송에 유통 공룡인 신세계ㆍ이마트마저 뛰어든 것이다.

새벽배송은 ‘샛별배송’의 마켓컬리와 ‘로켓배송’의 쿠팡이 선두 주자다. SSG닷컴은 새벽배송은 후발주자지만 국내 유통계의 큰형 격인 신세계ㆍ이마트 계열사인 만큼 어떤 서비스를 보일지 궁금해서 서비스 첫날 곧바로 이용해봤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마켓컬리와 쿠팡의 장점만 쏙쏙 뽑아내 잘 버무렸다는 느낌이다. 소비자가 우유와 라면 등 공산품의 빠른 배송을 위해 쿠팡에 들르고, 신선식품 구입을 위해 마켓컬리에 접속했다면 이제는 SSG닷컴 한 곳에서 원스톱으로 해결될 만큼 식품 분야에서는 완벽에 가깝다고나 할까.

서비스가 시작된 26일 오후 2시 50분. 오픈 예정 시간보다 10분 일렀지만 고객들의 유입이 높아지면서 SSG닷컴의 홈페이지는 다소 느려졌다. '빠른배송' 카테고리에는 경쟁사보다 다양한 상품 군이 눈에 띄었다. 공산품과 신선식품 등 실제 SSG닷컴에서 새벽배송이 가능한 상품 종류는 총 1만2000가지에 이른다. 여기에는 신선식품 2000여 개를 비롯한 식품이 8000개, 반려동물 사료와 같은 비식품 2000개가 포함된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SSG닷컴은 계속해서 식품 외 상품까지 추가한다는 방침이다.

특히 SSG닷컴의 새벽배송은 이마트의 대중적인 이미지에 신세계백화점의 고급스러움을 더한 점이 인상적이다. 일반 식품을 보다 빨리 배송받을 수 있고, 고급 베이커리로 유명한 ‘메나쥬리’와 ‘나폴레옹’의 빵도 있다. 프리미엄 반찬으로 유명한 ‘더반찬’과 유기농 무항생제 신선제품도 구입 가능했다.

아쉬운 점은 오픈 30분만에 품절 상품이 상당수 뜬다는 점이었다. ‘메나쥬리’와 ‘더반찬’의 몇몇 상품이 매진됐고, 계속해서 품절 상품은 늘어갔다. 특히 일부 상품의 경우 장바구니에 담는 것은 가능했으나 다른 상품 쇼핑 후 결제시 품절로 나타나기도 했다. 밤 9시 경 새벽 배송 마감을 3시간 앞두고는 품절 상품은 더욱 늘어났다. SSG닷컴 관계자는 “예상보다 소비자의 관심과 인기가 높았다”면서 “특히 베이커리와 반찬 선호도가 높았는데, 이들 상품 물량 확보를 늘릴 것”이라고 말했다.

▲26일 오후 9시 경 SSG닷컴 새벽배송 카테고리의 일부 상품이 품절 표시됐다.(SSG닷컴 홈페이지 캡쳐)

가격 경쟁력도 높은 점수를 줄만했다. 신선식품은 단순 비교가 어렵지만, 공산품은 경쟁사와 비슷하거나 저렴한 상품이 눈에 띄었다. 새벽배송 카테고리 중 베스트 상품에 올라있는 CJ제일제당의 비비고 새우볶음밥(420g)은 4480원으로 100g당 1067원에 판매되고 있다. 이 제품은 쿠팡에서 3묶음에 1만3440원에 살 수 있어 100g당 가격은 같다. 대신 SSG닷컴에서는 새벽배송이 가능했지만, 쿠팡은 일반택배 배송으로 전날 주문시 도착예정일은 29일이다. 이 제품은 마켓컬리에서는 팔지 않고 있다.

신라면의 경우(120g 5개입) SSG닷컴에서 새벽배송을 받을 수 있는 상품은 3380원이다. 개당 가격은 676원이다. 같은 상품을 쿠팡에서는 3450원에 판매 중이다. 개당 690원으로 SSG닷컴보다 다소 높은데다 로켓배송 대상도 아니다. 다만 배송료는 2000원으로 SSG닷컴에서 4만원 이하 3000원보다는 저렴하다. 마켓컬리는 신라면을 취급하지 않는다.

특히 SSG닷컴은 주문과 배송의 신속성도 경쟁사를 압도한다. 마켓컬리는 샛별배송을 통해 밤 11시까지 주문을 받고, 다음날 오전 7시까지 배송한다. 쿠팡은 밤 12시 주문, 오전 7시 배송이 원칙이다. 하지만 SSG닷컴은 자정까지 주문을 받고 다음날 새벽 3~6시 사이에 배송을 완료하는 시스템이다. 게다가 배송일이 무조건 다음날 새벽이 아닌 3일 내 지정할 수 있다는 점도 새롭다.

주문 후 밤 12시까지 상품을 추가할 수 있는 기능이 있다는 점도 신선했다. 쇼핑을 마친 후 자정까지 빠뜨린 상품이 생각날 때 유용한 기능이다.

26일 밤 주문한 상품은 27일 새벽 집 문 앞에 도착했다. 카카오톡으로 새벽 3시 3분에 SSG닷컴으로부터 도착 완료 메시지가 왔고, 새벽 4시 30분 현관 문을 열자 커다란 보랭백이 놓여 있었다. 이 '알비백(i'll be back)'은 SSG닷컴이 자랑하는 친환경 가방이다. 처음에는 무료로 제공되지만 2번 째 주문할 때는 먼저 받은 보랭백을 문 앞에 두면 회수해간다. 회수가 안 될 경우에는 2000원을 지불해야 한다. SSG닷컴 관계자는 “영업용 차량이 아닌 직접 배송을 운영하는 SSG닷컴만이 할 수 있는 시스템으로 환경오염에 대한 소비자 죄의식을 덜 수 있는 방안”이라고 말했다.

일단 시작 시점에서 이용해본 바로는 경쟁업계에서 유통 공룡의 무한 확장성에 긴장할 만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현재 서울 강남과 서초, 용산, 영등포, 양천 등 10개 구에서는 가능한 새벽배송 서비스는 네오3(NE.O 003) 물류센터가 완공되는 올 12월을 기점으로 지역을 넓힌다. 전국에 퍼져있는 이마트 점포를 우선 거점으로 활용하고 중기적으로 네오(NE.O) 센터 11곳으로 확대하기로 했다. SSG닷컴은 이마트 상품을 비롯해 신세계백화점에서 취급하는 프리미엄 상품군까지 계속 추가한다는 계획이다. 소비자 편의와 혜택은 그만큼 커진다는 점에서 반길만한 경쟁이다. 남주현 기자 joo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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