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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쏭語 달쏭思] 간신(艱辛)히
입력 2019-06-12 05:00
김병기 전북대 중문과 교수

2019년 FIFA U-20 즉, 세계축구연맹 20세 이하 월드컵 열기가 뜨겁다. 9일 새벽, 연장전까지 치르는 접전 속에서 3:3으로 비겼으나 승부차기에서 극적으로 승리함으로써 우리나라는 세네갈을 꺾고 4강에 진출하게 되었다. ‘36년 만의 쾌거’라고 한다. 우승도 내다볼 수 있게 되면서 축구 열기가 뜨겁게 달아올라 전국이 축제 분위기이다. 이렇게 우리는 4강 진출의 기쁨을 만끽하고 있지만 지난 8강전은 냉정하게 말하자면 ‘간신히’ 얻은 승리이다. 서로 세 골씩을 주고받으며 3:3 동점에 이르는 과정도 손에 땀을 쥐게 하였고, 승부차기를 할 때는 정말 피를 말리는 것 같은 긴장과 조바심 속에서 경기를 지켜봐야 했다. 숨 막히는 접전 끝에 우리는 승부차기에서 3:2로 이김으로써 간신히 승리를 따낸 것이다. 이처럼 어렵게 이긴 경기이기 때문에 승리의 기쁨이 더 진하고 벅차다. 진하고 벅찬 감동을 선수들도 국민들도 맘껏 누려야 한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냉철하게 기억해야 할 것은 기억해야 한다. 간신히 이겼다는 사실을 말이다. 그리하여 다음 경기는 여유롭게 이길 수 있도록 만반의 준비를 해야 하고, 승자의 자리를 오래오래 지키기 위해 더욱더 노력해야 한다. 승리의 기쁨에 취하다 보면 자칫 방심할 수 있겠기에 하는 말이다.

‘간신히’의 ‘간신’은 순우리말처럼 들리지만 사실은 한자어로서 ‘艱辛’이라고 쓴다. ‘고될 간(艱)’, ‘어려울 난(難)’, ‘매울 신(辛)’. ‘쓸 고(苦)’를 쓰는 4자 성어인 ‘간난신고(艱難辛苦)’의 줄임말인데 艱難辛苦는 ‘몹시 고되고 어렵고 맵고 쓰다’는 뜻으로 매우 힘든 고생을 이르는 말이다. 우리 선수의 4강 진출을 “간신히 이겼다”며 폄하할 생각은 추호도 없다. 한없는 찬사와 응원을 보낸다. 그러나 간신히 이긴 고생을 상기하며 더욱 철저히 준비해 주기를 바라는 마음 또한 간절하다. 오늘 또 한번 승리의 축제가 벌어지기를 기대하고 또 기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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