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박성택 회장의 ‘아름다운 퇴장’

입력 2019-03-06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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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영희 중기IT부장

“많이 닮았다. 최 기자가 진짜 동생이라고 해도 믿겠다.”

박성택 산하 대표가 25대 중소기업중앙회장으로 선임되자 가장 많이 들은 이야기다.

그런 박 대표가 지난달 말 4년이라는 임기를 채우고 25대 중소기업중앙회장직에서 물러났다.

지난 4년간 지켜본 박 대표는 첫인상보다 뒷모습이 아름다운 사람이다. 담배를 무척이나 좋아하는 애연가에, 생긴 것과는 달리 술과는 거리가 멀었다. 우락부락한 생김새와는 달리 한없이 착하고, 생각이 깊은 인물이 바로 박 대표다.

그는 1957년 경기도 안성에서 태어났다. 이후 연세대학교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하고, 1984년 LG금속(現 LS니꼬동제련)에서 첫 직장생활을 시작했다. 그러다 세계적인 경영컨설팅회사인 맥켄지와 LG그룹의 미래 전략을 수립하는 TF에 참가하게 됐다. TF에서 활동하면서 세계경제의 격변기 속에 수많은 기회들이 있다는 것을 확인한 그는 ‘직접 도전해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결국 1990년 LG그룹에서 함께 일하던 후배들과 힘을 합쳐 산하물산을 설립했다. 그 뒤로 아스콘산업에 전념하면서 남양주시 와부읍에 공장 및 사업장을 두고 레미콘 및 아스콘을 생산, 판매하고 있는 주식회사 산하의 대표를 맡고 있다.

산하는 2017년 기준 매출액 828억 원, 영업이익 139억 원의 알짜 중소기업이다.

박성택이란 인물은 허례허식을 싫어한다. 실제 그는 중기중앙회장 자리에 오르자마자 불필요한 의전들을 거부했다. 비서실 직원은 기존 5명에서 3명으로 줄였다. 해외 출장 때 항공기 좌석 등급도 퍼스트 클래스에서 비즈니스 클래스로 낮추고, 호텔도 스위트룸 대신 일반룸에 묵었다. 중소기업중앙회 자회사 홈앤쇼핑이 내준 법인카드도 반납했다. 출퇴근 의전도 없앴다. 비상근직인 회장이 이를 받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다는 판단에서다.

이 같은 노력의 결과 중기중앙회는 최근 국민권익위원회가 발표한 ‘2018년도 공공기관 부패방지 시책평가’에서 1등급 기관으로 선정됐다. 중기중앙회가 1등급 기관으로 선정된 것은 2012년 부패방지 시책평가를 받기 시작한 이래 처음이다. 부패방지 시책평가는 권익위 주관으로 공공부문 청렴 수준을 제고하기 위한 각급 기관의 자발적인 반부패 노력을 평가하는 것이다. 지난해에는 전국 270개 공공기관을 대상으로 청렴 생태계 조성, 반부패 수범 사례 개발·확산 등 총 39개 과제를 평가했다. 이번 평가에서 중소기업중앙회는 ‘청렴 거버넌스 운영’ ‘청렴교육 내실화’ ‘청탁금지제도 및 공익·부패신고 활성화’ 등 단위과제에서 만점을 받았다. 회원사에 대한 청렴교육, 청렴 캠페인, 청탁금지법 위반 여부에 대한 회원조합 감사 실시 등 공공 부문을 넘어 민간 분야까지 청렴문화 확산을 위해 노력한 점을 인정받았다. 이날 권익위가 발표한 중소벤처기업부 산하기관 가운데 ‘부패 방지 시책기관 1등급’은 중기중앙회가 유일하다.

지난 4년간 박 대표는 어느 누구보다 바쁜 나날을 보냈다. 수없이 많은 새로운 중소기업 관련 정책들이 쏟아졌고, 이에 대응하기 위한 중소기업계 현장의 목소리를 전달해야 했기 때문. 그는 전면에 나서 최저임금 산입범위 확대를 주장했고 이를 통과시켰다. 근로시간의 경우 탄력근로제 확대와 특별연장근로 도입 등의 성과를 이뤄냈다. 이 외에도 연대보증제·약속어음 단계적 폐지, 스마트공장 보급 및 고도화 등 다양한 일들을 해냈다. 물론 정부 정책과 반대되는 업계의 목소리를 여과 없이 뱉어내면서 어려움도 있었다.

특히 박 대표는 기득권을 내려놓을 줄 아는 진정한 용기도 겸비한 인물이다. 그는 재임 시절 정관에서 규정하고 있는 회장 입후보자에 대한 정회원 10% 추천 조항을 폐지했다. 회장직을 연임하기에 가장 결정적 역할을 할 수 있는 수단 중 하나를 스스로 바꾼 것.

중기중앙회장직에서 아름답게 물러난 박 대표에게 박수를 보낸다.

끝으로 중소기업 CEO, 자수성가한 창업가라는 이미지보다 이 시대의 아픔을 같이할 줄 아는 ‘인간 박성택’으로 언제나 뒷모습이 아름다운 사람으로 기억되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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