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 CGV, 환헤지 안했다가...터키법인 5분의 1토막 위기

입력 2019-02-13 13:58수정 2019-02-13 1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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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유안타증권)

CJ CGV가 대기업으로는 보기 드물게 낯선 이종통화인 터키 리라화에 휘둘리고 있어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총수익스왑(TRS) 방식으로 인수한 터키법인의 가치가 리라화에 따라 급등락하고 있는데, 향후 추가 손실이 발생할 가능성도 남아 있어 주목된다.

12일 CJ CGV는 지난해 당기순손실이 1885억 원으로 적자 전환했다고 밝혔다. 이중 1771억 원은 파생상품 거래손실이다. 이는 자기자본대비 23%에 해당하는 규모다.

회사 측은 “종속기업인 보스포러스인베스트먼트가 보유하고 있는 마르스엔터테인먼트그룹의 가치가 하락함에 따라 파생상품 평가손실이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CJ CGV는 2016년 CJ E&M(현 CJ ENM), 국내 재무적투자자(FI)들과 공동으로 터키 영화관 사업자 마르스엔터를 인수했다. 총 인수가격은 8000억 원 정도로 CJ CGV와 국내 FI들이 설립한 특수목적회사(SPC)인 보스포러스인베스트먼트가 마르스엔터를 인수하는 형태다.

이 과정에서 CJ CGV는 TRS 계약을 체결했다. 국내 FI들이 SPC 지분을 제3자에게 매각할 때 공정가치 변동으로 발생하는 차액을 CJ CGV가 부담하는 것이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SK실트론 지분을 매입할 당시 활용한 방식으로 적은 자본으로도 지분을 확보할 수 있다.

박성호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TRS 행사 시점인 2021년 기준으로 FI의 투자원금에 대한 원화기준 공정가치가 2825억 원을 하회할 경우 CJ CGV가 차액을 현금으로 정산해줘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당시 CJ CGV가 이런 상황을 인지하지는 못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까지 발생한 TRS 누적 평가손실은 2200억 원 이상이다. 이는 투자원금에 대한 공정가치가 500억 원 상당으로 평가되고 있다는 의미다. 이를 토대로 추산하면 8000억 원에 인수한 마르스엔터의 기업가치가 5분의 1을 밑도는 1500억 원 수준으로 하락했다고 볼 수 있다.

지난해 리라화 가치는 터키가 2016년 쿠데타를 지원한 혐의로 미국인 앤드루 브런슨 목사를 구금하고 이에 트럼프 대통령이 터키에 제재 가하면서 급락했다. 지난해 8월에는 연초 대비 하락률 40%에 육박하며 달러당 6.8리라까지 하락했다. 이후 터키 정부가 브런슨 목사를 석방하면서 지난해 10월부터 리라화 환율 위기는 진정됐다.

TRS 거래는 M&A시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옵션 기법이다. 현금만으로 인수대금을 모두 충당하기 어려울 때 재무적투자자에게 돈을 빌리돼 수익이 나면 일부를 나눠주고 손해가 나면 차입자가 모두 책임지는 옵션이 포함된 일종의 파생상품거래다. 다만 이 과정에서 왜 CGV가 환 헤지를 하지 않았는지는 의문으로 남고 있다.

결국 당시의 판단 착오로 엄청난 환 손실을 입고 있는 것이다.

CJ CGV 관계자는 “당시 환헤지 방안을 고려했으나 터키 리라화 관련 헤지 상품 시장이 활성화되지 않아 장기상품이 존재하지 않았고 단기상품은 연간 20%의 비용이 부담돼 실질적 헤지효과가 없어 실행하지 않았다"면서 "전망은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향후 공정가치를 평가할 2021년 이전에 장부상으로 손실이 미리 반영된 것”이라면서 “위험요인은 거의 다 반영된 것이라 볼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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