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제조업 추락 가속화, 불황 악순환인가

입력 2019-02-12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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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경제의 성장동력인 제조업 추락이 가속화하고 있다. 기획재정부와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 제조업 생산은 겨우 0.1% 증가한 반면, 재고가 6.2%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작년 12월 재고율이 116.0%로 외환위기 때인 1998년 9월(122.9%)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고, 제조업 평균가동률은 72.7%로 2개월 연속 줄어 8개월 만에 가장 낮았다.

재고율이 높아진 것은 제품을 만들었지만 불황으로 팔리지 않은 양이 많아졌다는 뜻이다. 재고율이 상승하면 기업은 그 부담으로 공장 가동을 줄이고, 결국 생산이 둔화된다. 이는 투자와 고용 축소로 이어진다. 작년 설비투자는 전년 대비 4.2% 감소했고, 제조업 생산능력지수가 1.1%포인트 하락해 1970년대 경제개발 이래 처음으로 뒷걸음질했다. 생산시설 축소나 폐기, 해외 이전 등으로 국내 생산 기반이 쪼그라들고 있는 것이다.

업종별로 조선의 생산능력이 10여 년 전 수준으로 주저앉은 것을 비롯, 자동차, 철강, 금속 등 주력 제조업 다수가 후퇴했다. 생산비용이나 기술력 등에서 중국 등 신흥국에 비해 경쟁력을 잃은 요인이 크다. 자동차 생산량이 작년 2.1% 감소하면서 세계 7위로 밀렸다. 2016년 인도에 5위 자리를 내준 뒤 2년 만에 멕시코에도 뒤처졌다. 줄곧 점유율 1위를 지켜왔던 세계 LCD TV 시장에서 우리나라는 지난해 처음으로 중국에 추월당했다.

생산과 투자 위축은 제조업 일자리도 없애고 있다. 상대적으로 임금 수준이 높은 좋은 일자리인 제조업 고용은 작년 5만6000명 줄었다. 2016년 2만100명, 2017년 1만8000명보다 감소폭이 훨씬 크다.

제조업이 수출로 먹고사는 우리 경제의 근간이자 국부(國富) 창출의 원천임은 강조할 필요도 없다. 그 제조업이 급속히 퇴조하면서 경기 부진이 더 깊어지고 불황의 악순환에 빠져드는 상황이다. 한국 경제의 최대 과제인 고용 회복의 길도 갈수록 멀어지고 있다. 지금까지 제조업을 홀로 떠받쳐온 반도체마저 경기가 꺾이고 있는 현상이 뚜렷하다.

비상한 위기다. 제조업 붕괴와 산업 공동화에 대한 경고는 어제오늘 얘기도 아니다. 생산·투자·고용이 부진의 늪에 빠진 지 오래인데 새로운 성장산업이 나오지 않고 있다. 혁신산업 육성, 시장주도형 연구개발 고도화, 제조업 스타트업 활성화 등은 여전히 말뿐이고 성과가 없다. 미래산업에 투자할 환경이 만들어지지 않고, 도전적 기업가정신을 꺾는 반(反)시장 정책만 쏟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제조업이 무너지면 한국 경제가 쓰러지는 것은 시간문제다. 미국이나 중국, 일본 등이 다시 제조업 부흥에 올인하고 있는 사례를 들 것도 없다. 제조업 쇠퇴 추세를 반전시킬 수 있는 획기적 전환점 마련과 활력을 되살리기 위한 근본적 정책 변화 없이는 한국 경제의 미래 또한 기약하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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