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모빌리티 투자 붐… 국내 스타트업엔 ‘그림의 떡’

입력 2019-02-06 1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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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제에 대기업 국내투자 꺼려… 정부가 투자여건 마련해 줘야”

대기업들이 해외 차량공유 업체들에 공격적인 투자를 단행하는 가운데 한국 모빌리티 스타트업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정부가 신사업을 키워줘도 모자랄 판에 규제 문제를 해소하지 않아 투자 리스크를 높인다는 주장이다.

6일 업계에 따르면 글로벌 모빌리티 산업의 성장성이 높다고 판단한 국내 대기업들은 그랩, 디디추싱 등 해외 차량공유 업체에 천문학적인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달 말 SK텔레콤은 동남아 최대 차량 공유 기업인 그랩과 손잡고 조인트 벤처인 ‘그랩 지오 홀딩스’를 설립하기로 협약을 맺었다. 그랩 지오 홀딩스는 1분기 내 싱가포르에서 사용할 수 있는 그랩 운전자용 내비게이션을 선보인다.

앞서 1월 16일 현대자동차는 전기차 코나 일렉트릭(EV) 20대를 그랩에 공급했다. 그랩은 연내 총 200대의 코나 EV를 사들일 계획이다. 지난해 11월에도 현대자동차와 기아자동차는 그랩에 2억5000만 달러(약 2782억 원)의 대규모 투자를 했다. 미래에셋대우도 지난해 중국 승차 공유시장 1위 업체인 디디추싱에 미래에셋캐피탈, 네이버 등과 함께 2800억 원을 투자했다.

국내 모빌리티 스타트업들은 한목소리로 이 같은 상황을 ‘비극’이라고 토로했다. 스타트업 대표들은 해외로 집중된 대기업의 모빌리티 산업 투자를 두고 “너무도 당연한 결과”라고 진단했다.

박병종 콜버스 대표는 “말도 안 되는 규제 때문에 대기업이 국내 모빌리티 스타트업 투자를 꺼리는 것은 사실”이라며 “외국 모빌리티 업체보다 국내 업체들이 투자받을 기회가 적다”고 말했다. 이어 “제도가 개선되면 투자도 늘고 고용도 늘 것”이라며 “정치권이나 정부에서는 과도한 규제를 없애 투자의 문을 열어줘야 한다”고 설명했다.

콜버스는 스마트폰으로 목적지나 경로가 비슷한 승객을 모아 운송하는 콜택시와 유사한 전세버스 공유 서비스로 2015년 12월 출범했다. 출범 2년이 채 안된 2017년 4월 콜버스는 버스 대절 가격 비교 예약 서비스로 사업 모델을 바꿔야 했다. 서울시ㆍ국토교통부(국토부)가 시간, 가격, 차종 등 각종 규제의 칼을 들이댄 탓이다.

공항 픽업 서비스 벅시를 운영하는 이태희 대표도 “자본의 속성상 안전하고, 유망한 곳에 투자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말했다. 그는 “불합리한 규제로 우리나라의 모빌리티 주권이 심각하게 위협받고 있다”며 “우버, 그랩, 디디추싱이 국내 플랫폼을 장악하고 나면 지금 카풀에 반발하는 택시 업계가 그 외국업체들을 상대로 말이나 걸어볼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밝혔다.

내달 카풀 앱 ‘어디고’를 출시하는 위츠모빌리티의 문성훈 대표는 2017년 현대차가 카풀 스타트업 럭시에 50억 원을 투자했다가 6개월 만에 엎어진 일을 언급했다. 당시 택시 업계가 현대차의 투자에 강하게 반발하자 현대차는 럭시 지분 12.2%를 모두 매각하기로 했다.

문 대표는 “모빌리티 플랫폼이 점차 자동차 제조사 위에 설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며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이 우버, 그랩, 디디추싱 등 공유 업체의 대주주인 이유”라고 분석했다. 이어 “대기업이라면 당연히 모빌리티 산업에 관심이 있겠지만, 카카오 카풀처럼 될 수도 있는데 누가 투자하겠냐”며 “대기업이 국내에 투자할 여건을 정부가 마련해 줘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내달 론칭 예정인 택시 서비스 브랜드 ‘마카롱택시’를 운영하는 이행렬 KST모빌리티 대표도 정부가 투자받을 만한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카풀 규제만큼이 택시 업계 규제도 만만치 않다”며 “차고지 교대, 택시 내외부 튜닝 등이 그 예”라고 밝혔다. 이 대표는 “이런 규제 속에서 투자자들은 업계 1위인 카카오택시와 어떻게 경쟁할지에 집중한다”며 “2, 3등이 투자받기 어려운 환경”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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