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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이나 드림’은 끝났다…중국서 짐 싸는 ‘주식회사 미국’
입력 2019-01-14 16:25   수정 2019-01-14 17:42
당국 규제 회피 방안 검토…중국 완전히는 못떠나

미국의 미디어 공룡 바이어컴(Viacom)이 중국의 주요 사업 지분 매각을 논의 중이다. 미국과 중국 간 정치적 긴장 심화와 중국 당국의 규제 강화로 사업 확장이 어려워진 미국 기업들이 점차 중국 시장에서 짐을 싸는 모양새다.

13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바이어컴이 중국 MTV와 니켈로디언 지배 지분을 인도의 릴라이언스인더스트리에 매각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바이어컴은 지난해에도 벤처 자회사 지분을 릴라이언스에 매각한 바 있다.

뉴욕에 본사를 둔 바이어컴은 20여 년 전부터 중국에서 영업 기반을 다져왔다. 바이어컴의 경영진은 중국의 인구 증가로 엄청난 성장의 기회가 올 것이라는 기대가 컸지만 중국 정부의 영화 배급 쿼터제와 외국 방송사에 대한 규제 등으로 인해 수 차례 좌절을 맛봐야 했다. 바이어컴의 자회사인 파라마운트픽처스는 영화 ‘트랜스포머: 사라진 시대’와 ‘닌자거북이 TMNT’로 중국 박스오피스에서 기록을 세우기도 했지만 이외에 배포할 수 있는 영화 수와 유형은 매우 제한적이었다.

맥도날드나 휴렛패커드 등 다른 미국 대기업들도 수십 년 전부터 중국에서 시장을 다져왔지만 최근 몇 년 새 사업 철수에 대해 진지하게 논의하고 있다. WSJ는 투자은행업계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일부 다국적 기업은 중국 법인 지분 매각을 넘어 아예 중국에서 철수하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2000년대 초반까지 은행과 컨설팅 회사들은 미국 기업들이 어떻게 중국에 진입할 수 있는지 지침을 주고 높은 수수료를 받았다. 그러나 최근 들어서는 이들 회사들이 중국 시장에서 손실 없이 빠져나가거나 사업 기회를 재모색하는 방안을 컨설팅하고 있다. 모건스탠리나 JP모건체이스의 투자 은행 부문과 아시아 지역 투자 부티크들은 최근 이들 회사에 중국 사업 전략을 다시 짜주는 데 가장 많은 시간을 들이고 있다.

바이어컴처럼 타국 기업이나 중국 기업에게 지분을 팔아 중국 당국으로부터의 규제 위험을 줄이는 방안 등이 유력하게 고려된다. 중국 정부가 시장 개방을 약속하고서도 규제로 미국 기업들의 목줄을 죄는 일이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이날 중국 인민은행이 비자와 마스터카드가 제출한 위안화 결제처리 신청서 접수를 거부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중국 정부는 2017년 신용카드 시장에 외국기업 참여를 허용키로 했지만 아직 실질적으로 벽을 허물지 않고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기업들이 중국을 완전히 버리지 못하는 것은 중국 시장이 기업 운영에 미치는 영향이 여전히 막대하기 때문이다. WSJ 집계에 따르면 S&P500 기업 중 중국에서 가장 매출을 많이 낸 상위 20곳의 2017년 중국 매출은 1584억 달러로 같은 해 중국의 미국 수입 규모(1299억 달러)를 초과한다. 미국과 중국의 무역 갈등은 중국 기업은 물론이고 미국 기업의 자국 내 성장까지 압박하고 있다.

컨설팅회사 알릭스파트너스의 브렌트 칼슨은 “중국이 엄청나게 성장할 것이라는 전망이 희미해지면서 기업들이 중국에서의 사업 전략을 전면 재설정하고 있다”며 “여전히 중국은 무시하기엔 너무 큰 시장”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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