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 풀어 소비 살리자①]쇼핑몰 생기자 환영한 日 소상공인 “유동인구 늘잖아요”

입력 2019-01-01 17:21수정 2019-01-11 08: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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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일본에서 배운다 복합몰-자영업 상생...오사카ㆍ도쿄 현지 르포

▲긴자식스. 이꽃들 기자 flowerslee@
자영업자를 옥죄는 최저임금은 약정휴일시간을 임금에서 제외하기로 했지만 주휴수당은 여전히 포함됐다. 사실상 자영업자의 부담은 크게 줄지 않았다. 정부는 복합쇼핑몰에 대형마트와 같은 월 2회 의무휴일을 적용하는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을 추진하는 것으로 자영업자 달래기에 나섰다. 하지만 이로 인한 부작용은 이미 예견되고 있다. 대형마트 의무휴업으로 인근 소상공인의 매출도 동반하락한 것이 그 예다.

체인스토어협회에 따르면 2012년 의무휴업 도입 이후 2015년까지 대형마트사의 343개 기존점 매출이 21.1% 감소했고 같은 기간 중소상인 매출은 12.9% 줄어들었다. 사실상 중소상공인이 대형마트 휴무로 인한 반사이익을 거의 보지 못한 셈이다. 조춘한 경기과학기술대 교수가 대형마트 의무휴업 제도가 시행된 2013년부터 2018년 6월까지 전국 24개 대형마트 주변 신용카드 빅데이터 분석 결과에서도 매출 5억 원 미만 점포수가 27.93%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복합쇼핑몰에 의무휴업을 적용하면 부작용은 이보다 클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복합쇼핑몰 입점 업체의 90%가 소상공인이기 때문에 자영업자의 상황이 더 악화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기업들이 신시장 및 일자리 창출에 기대를 거는 서비스산업 발전방안에 대한 입법 추진도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과 함께 기해년 1분기로 미뤄진 상태다. 일각에서는 정부의 과도한 규제가 시장경제를 가로막고 있다는 볼멘소리도 나온다. 출점 거리 제한, 가맹사업법 등은 국내에만 존재하는 법이다. 그러나 이 같은 법안들이 수차례 개정됐음에도 자영업자의 사정은 크게 나아지지 않았다.

가까운 일본만 해도 2000년 대형마트와 복합쇼핑몰에 대한 규제 빗장을 푼 후 ‘상생’에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유통 대기업과 소상공인이 다함께 잘살 수 있는 방안, 경제가 잘 돌아가게 할 열쇠는 바로 ‘소비의 활성화’다. 이투데이가 일본 현지 취재를 통해 내수 불씨를 되살릴 수 있는 해법을 찾아봤다.

▲ 한큐백화점 인근 중소 상가. 박미선 기자 only@
#일본 오사카 시내에 있는 ‘큐즈몰’은 덴노지 상권을 이끈 주역이다. 오사카 남쪽 덴노지가 재개발되면서 7년 전 대형 쇼핑몰인 큐즈몰과 하루카스300 전망대, 킨텐츠 백화점까지 이곳에 자리를 잡았고 새 상권이 형성됐다. 웅장한 나선형 건물이 특징인 큐즈몰은 횡단보도를 사이에 두고 중소 상점가와 마주하고 있다. 20년째 상점을 지키고 있는 10평 남짓한 규모의 비앙슈르 빵집은 기자가 방문한 지난해 12월 16일 점심시간이 지나서야 인터뷰에 응해줄 만큼 손님이 끊이지 않았다. 제빵사 코지마(24)는 큐즈몰이 생긴 후 빵집 근무자가 5배 늘었다고 말했다. 그는 “큐즈몰이 생기기 전에는 주인 혼자서 일했는데 상권이 커지면서 사람이 몰리고 바빠져 현재 직원은 5명이다. 지금도 함께 일할 사람을 구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이어 “주말에는 500명 정도가 빵집을 방문하고 평일에도 300명 정도 방문한다”며 “하루카스 전망대를 찾은 사람들이 방문하기도 하고 큐즈몰에서 가수를 불러 공연할 때면 빵집을 찾는 사람도 더 늘어난다”고 덧붙였다.

큐즈몰과 마주한 상점가 뒤편에서 10년째 오코노미야끼 집을 운영하는 노토(39)는 “원래 저녁 장사만 했었는데 상권이 형성되면서 유동인구가 늘어 주말에는 점심 장사도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한국에서는 월 2회 대형 쇼핑몰 휴업을 강제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라는 말에 “우리는 이곳에 쇼핑몰과 백화점이 들어선다고 했을 때 반발하지 않았다. 오히려 사람이 많아지겠다고 생각해 환영했던 기억이 있다”며 “의아하다”고 덧붙였다.

오사카시 북부 우메다역을 중심으로 한큐백화점, 한신백화점, 양판점인 요도바시우메다, 복합 쇼핑몰인 그랜드프론트오사카 등이 지하도와 구름다리로 연결된 이곳은 ‘쇼핑 메카’다. 주말이면 지하도와 구름다리에 사람이 가득 차 줄지어 이동해야 할 정도다. 그랜드프론트오사카와 요도바시우메다 근처 과자점 치도리아를 운영하고 있는 코자루 류코(64) 씨는 대형 매장에 입점한 먹거리 브랜드도 많은데 경쟁에서 밀릴 우려가 있지 않느냐는 질문에 “그랜드프론트에는 매우 비싸거나 외국에서 시범적으로 진입을 원하는 브랜드가 들어간다”며 “서로 겨냥하는 소비층이 다르다”고 말했다. 우메다역 지하 상가에서 옷을 팔고 있는 핫타(55)는 “그랜드프론트처럼 새로운 매장이 생기면 한동안 그곳을 찾는 사람이 많지만, 우리 가게에서 파는 옷이 필요한 사람들은 다시 돌아온다”며 “대형 쇼핑몰이 생겨 유동인구가 많아진 긍정적인 측면이 훨씬 크다”고 말했다.

▲난바지역 구인광고. 박미선 기자 only@
상권이 발달하자 구인광고도 늘었다. 이날 난바역에서 이어진 쇼핑거리를 5분만 걸어도 매장 밖에 붙은 구인광고 포스터가 10여 개나 눈에 띄었다. 오사카시 도톤보리에서 WOMB라는 옷가게를 운영하는 야마구치(35) 씨는 “최저임금보다 높은 1000엔에 사람을 구하고 있는데 안 온다”며 “현재 7명이 상주하는데 상근 직원 2~3명이 더 필요하다. 매출이 올라가면 일할 사람을 늘려 매출을 더 올리고 이렇게 선순환해야 하는데 사람을 못 구하니 답답하다”고 말했다. 현재 오사카시 최저임금은 936엔으로 985엔인 도쿄 다음으로 높다. 그럼에도 오사카 시내에는 시급 1000엔이 넘는 일자리 광고가 수두룩했다. 아따기리 신발가게를 운영하고 있는 사사키(26)는 사람을 구하고 있으나 쉽지 않다고 했다. 그는 “최저임금이 오르는 게 문제가 아니라 사람을 구하려고 해도 안 구해지는 게 문제”라며 “임금이 올라가는 건 사람이 부족해서이니 당연히 감수해야 한다고 본다”고 말했다.

#2017년 4월 도쿄 긴자 마쓰자카야 백화점 자리에 생겨난 복합쇼핑몰 긴자식스는 외국인 관광객이 선호하는 에르메스, 샤넬 등 쟁쟁한 명품 브랜드를 포함해 총 241개 브랜드가 입점해 있어 내국인은 물론 명품 쇼핑과 ‘체험형 유통 콘텐츠’를 결합해 해외 관광객 집객효과까지 일으키며 긴자 상권에 활력을 불러일으킨 신유통 모델로 평가받고 있다.

▲긴자식스 내 츠타야. 이꽃들 기자 flowerslee@
최신 트렌드에 맞게 ‘체험형 유통 콘텐츠’로 가득 채워진 긴자식스 내 ‘츠타야’를 지난해 12월 찾아갔다. 서점과 스타벅스가 결합된 ‘츠타야’는 주류까지 팔고 있어 쇼핑몰 안에서 독서, 쇼핑, 음주를 한꺼번에 즐길 수 있다. 이런 특장점 덕분에 평일 낮시간에도 관광객과 도쿄 시민들로 북적였다.

일본 정부가 내수 진작을 위해 해외 관광객 유치에 주력하면서 긴자식스 영업은 한층 탄력받고 있다. 2017년 방일 외국인 관광객은 2869만 명을 기록했다. 2011년만 해도 662만 명에 그쳤으나, 매년 20%씩 늘어나는 추세다. 일본 정부는 외국인 관광객 연 4000만 명 유치를 목표로 하고 있다.

긴자식스가 불러들인 외국인 관광객은 인근 소상공인 매출에도 도움이 됐다. 긴자식스에서 유라쿠초 쪽에 위치한 중년 여성 패션 전문점 직원인 타마시로 씨는 “뒷 구역에 호텔 2곳이 더 문을 연다고 하더라. 긴자식스 개점 전후로 인근에 호텔들이 들어서면서 유동인구가 많아졌다”면서 “우리 가게는 같은 자리에서만 35년간 운영해왔다. 단골 손님 위주의 정기 매출이었는데 최근 외국인 관광객이 는 덕분에 매출이 10% 늘었다”고 말했다. 식료품점 운영자인 후지모토(65) 씨는 “긴자식스 개점 이후 외국인 관광객들이 혼다시 등 일본 조미료와 소스를 많이 구매해 전보다 월 매출이 15%가량 올랐다”면서 “긴자식스가 공사 중이던 2년 전처럼 복합쇼핑몰이 문을 닫는다면 손님이 줄어들 것”이라고 덧붙였다.

긴자 상권 내 ‘도큐 플라자’에 2016년 입점해 영업 중인 롯데면세점의 이성철 긴자점장은 “관광 트렌드가 과거 ‘소비형’에서 ‘체험형’으로 바뀌고 있어 일본 오프라인 유통채널들도 체험형에 신경 쓴다”고 말했다. 이 점장은 “중국인 관광객이 늘면서 우리 면세점도 개점 초기와 달리 시세이도, SKII 등 일본산 화장품 중심으로 브랜드를 많이 바꿨다”면서 “‘MADE IN JAPAN’이 씌어 있어야 중국인 관광객들이 선호한다. SKII 등은 재고가 없어서 못 팔 정도”라고 말했다. 도쿄ㆍ오사카=이꽃들기자ㆍ박미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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