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태희의 통상브리핑] USMCA(미국 ·멕시코·캐나다협정)가 가져올 파급 효과

입력 2018-12-05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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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세대학교 특임교수, 前 산업통상자원부 2차관

작년 8월 시작된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재협상은 우여곡절 끝에 14개월 만인 지난 10월 초 타결되었다. 새 협정의 이름은 미국 ·멕시코·캐나다협정(USMCA)이다. 캐나다가 맨 끝에 붙은 것은 미·멕시코 양자협정도 불사하겠다는 트럼프의 강경한 자세에 맞서다가 막판에 합류했기 때문이다. 캐나다는 우유, 버터, 치즈 등에 새로운 수출 할당(TRQ 3.6%)을 미국에 제공하고, 각종 낙농업 보호제도를 철폐키로 약속했다. 그 대신 분쟁 해결절차(19장)를 존치시켜 혹시라도 있을 미국의 일방적 조치에 대비토록 했다고 자평하고 있다.

향후 16년간 유지될 새 협정은 일몰조항을 강화해 6년 주기로 갱신 여부를 검토하고, 어느 회원국이든지 6개월 전 서면통지를 하면 탈퇴할 수 있다. 지난주 G20 정상회의에서 서명된 이 협정은 각국 의회 비준을 거치면 발효될 예정이다.

우리의 관심사인 자동차 원산지 기준은 무관세로 수출할 수 있는 역내 부품 비중이 상향(62.5%→75% 이상) 조정되고, 부품의 40∼45%는 시간당 16달러 이상 임금을 받는 노동자가 만들도록 해 멕시코에 불리하게 제도화되었다. USMCA는 미국의 일방적 승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고, ‘미국 우선 통상정책’을 현실화시켰다.

USMCA가 가져올 파급효과는 대략 세 가지이다. 우선, 새 협정(제32조1항)은 非시장경제 국가와 FTA 협상을 하는 경우 다른 회원국에 사전 통보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문제는 이 조항이 향후 미국의 표준협상 조항이 되어 적군과 아군을 구분 짓고, 미·중 사이에서 양자택일을 요구하게 된다는 점이다.

곧바로 중국 정부는 주권침해라며 항변했지만, 미국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멕시코와 캐나다는 이를 수용했다. 오랫동안 중국과의 FTA에 공들여온 일본 등은 큰 타격을 입게 되었다.

또한, 쿼터규제를 상시변수로 고려해야 한다. 미국은 원산지 기준을 충족하는 자동차 260만 대까지만 면세를 한다는 공식서한을 멕시코·캐나다와 교환했고, 이를 초과할 경우 무역확장법 232조에 따른 25% 관세 부과 대상이 될 수 있다. 멕시코(230만 대)와 캐나다(180만 대)의 경우 작년 기준 대미 수출량보다 높은 수준이어서 수용했다지만 앞으로가 문제다.

수량 규제는 WTO 협정 위반으로 국제무대에서 퇴출된 지 오래인데 트럼프는 이를 공개적으로 부활시켰다. 연초 철강·알루미늄에 이어 자동차까지 쿼터 규제가 현실화할 경우 국제무역 질서의 혼란이 우려된다.

마지막으로 각국의 환율시장 개입은 FTA규범에 의해 규제받게 되었다. USMCA는 처음으로 협정국의 환율 개입을 제한하는 조항을 규정하고 있다. 각 회원국은 경쟁적 평가절하와 환율조작을 해서는 안 되고, 외환시장 개입 내역을 매달 공개해야 하며, 개입 시 즉각 다른 회원국에 통보해야 한다.

과거 비공식서한으로 교환했던 내용을 이제 FTA 협정 본문에 공식적으로 명기한 것이다. 우리나라는 일본, 중국, 독일 등 6개국과 함께 관찰대상국으로 분류되어 외환시장 개입 내역을 반기별로 평가받고 있다. 트럼프는 향후 USMCA를 잣대로 미국과 FTA를 맺는 모든 국가에 대한 환율 개입 통제를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무역전쟁 와중에도 미국은 EU, 영국, 일본과 양자 FTA를 추진한다고 발표하고 의회 승인을 기다리고 있다. USMCA에 포함된 非시장경제국과의 FTA 제한, 쿼터규제, 환율조항 등은 미국 통상정책 패러다임의 전환을 의미한다. 트럼프는 글로벌 공급망(GVC)을 축소해 미국 제조업체들을 다시 불러들이는 U턴 정책과 기술우위 확보에 초점을 두고 있다.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트럼프와 시진핑이 ‘90일 휴전’에 합의했다고 하지만 해결된 문제는 하나도 없다.

미·중 무역전쟁 2라운드가 G2 대결에서 시장경제국과 非시장경제국 간 블록대결로 커질 경우 발생할 부작용이 큰 걱정이다. 불확실성이 커지는 대외환경 속에서 우리 수출이 타격받지 않도록 통상전략을 재정비해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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