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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제개혁이 혁신성장의 답이다] 한상하 재기중소기업개발원장 “재창업 기업 생존율 75%… 지원 확대해야”
입력 2018-12-02 18:18
‘성실경영’ 평가 기간 한 달 이상… 재기 타이밍 놓칠 수도

▲한상하(49) 재기중소기업원장이 경남 통영 죽도로 가는 배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제공=한상하 원장)

‘실패하면 끝이다’라는 생각에 내몰리는 사람은 모험하지 않게 된다. 모험하지 않는 사람들만 있는 사회는 역동성을 잃는다. 모두가 보수적으로 행동하는 사회는 잠재력을 발휘하지 못한 채 굴러간다. 악순환의 연속이다.

창업 기업은 존재 자체가 모험이다. 안주하기를 거부한 창업 기업들이 실패하기도 쉽다. 따라서 한 번 실패한 창업 기업이 얼마나 빠르게, 잘 재기할 수 있는지가 역동적 사회의 지표나 다름없다.

일찍이 이 같은 생각을 가지고 재기 지원의 필요성을 역설하고 다니는 사람이 있다. 바로 한상하(49·사진) 재기중소기업개발원 원장이다. 재기중소기업개발원은 2011년 8월, 현재의 중소벤처기업부(중기부)가 청 시절이었던 당시 인가받은 비영리 공익 재단법인이다.

2일 한 원장은 경상도 사투리 특유의 투박한 말투로 정부의 재기 지원 규제를 비판했다. 그가 느끼는 대표적인 규제는 실패한 재기 기업인을 지원하기 위해 시행 중인 ‘재창업자 성실경영 평가 제도’의 규정이다. 2016년 7월부터 시행되고 있는 이 제도는 재창업을 희망하는 사업자가 이전에 경영하면서 고의 부도, 분식회계, 부당해고 등을 하지 않고 성실하게 경영했는지를 평가하는 것이다. 정부의 재정 지원을 받고자 하는 재기 기업인은 반드시 이 평가를 통과해야 한다.

이 제도는 지난해 10월 일부 개정돼 지원 길이 넓어졌다. 과거 경영, 노동 관련 법령 위반이 있더라도 경중에 따라 일정 기간이 지나면 사업 신청이 가능하다. 벌금형은 처분 확정 날부터 5년이 지나면 정부의 재창업 지원 사업에 참여할 수 있다.

그런데 한 원장은 재기 기업인의 지원길이 열렸다는 부분에 좀처럼 동의하지 않았다.

그는 “똑같이 국민의 혈세로 지원받는 자금 중 유독 재창업 관련 자금만 성실경영 평가제도라는 미명 아래 범죄기록 사실을 확인하고 그 사실이 있으면 지원받지 못한다”며 “범죄를 저지르면 당연히 죗값을 치러야 하지만 일반 창업자금에는 범죄 사실 여부를 물어보지 않는다”고 밝혔다. 그는 국가가 또 다른 이중처벌을 하는 것이 아닌지 의문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정부가 ‘7전 8기 재도전 생태계 구축 방안’을 발표하는 등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어느 한쪽에서는 재도전을 막는 셈”이라며 “창업은 타이밍인데, 성실경영 평가 기간 또한 한 달 이상 기간이 걸려 힘든데, 거기에 막혀 결국 통과하지 못하게 되면 엄청난 낙담을 하게 되고, 그런 일이 알려지다 보니 애초에 재창업 지원 신청을 하지 않는 사람도 많다”고 말했다.

한 원장은 이외에도 재기 기업인을 가로막는 ‘보이지 않는 규제’가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재창업 지원 대상 간에도 차별이 있다는 주장이다. 재창업자는 재창업을 준비 중인 예비 재창업자와 이미 재창업에 돌입한 기재창업자로 나뉜다. 한 원장은 중기부 산하기관인 중소기업진흥공단의 재창업자금이 기재창업자에 몰린다고 역설했다.

그는 “중기부로부터 융자 대출을 받는 비율을 보면 기재창업자와 예비 재창업자가 9대 1 정도로 나뉜다”며 “자금 회수를 못 하면 중진공 직원에게 책임이 돌아가기 때문에 창구 담당자가 리스크 적은 기재창업자를 더 도울 수밖에 없는 구조”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중소기업진흥공단(중진공) 창구에서 실패기업인이 자금 신청을 위해 창구를 찾아가면 담당자가 ‘매출이 있냐?’라는 질문을 가장 먼저 한다”며 “좋은 아이템을 들고 가도 ‘매출’ 이야기에 말문이 막히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한 원장은 실패해 본 사람이 성공할 확률도 높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일반 창업 기업의 5년 생존율은 평균 25%이지만 실패 뒤 재창업한 기업의 생존율은 75%”라며 “실패해야 성공한다”고 설명했다.

정부가 재창업 지원을 확대해야 하는 이유도 이와 무관치 않다. 한 원장은 청년창업사관학교도 재창업 지원에 힘을 쏟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청년창업사관학교는 만 39세 이하(기술경력자의 경우 만 49세 이하)의 예비창업자, 창업 3년 이하 기업의 대표자를 대상으로 하는 중기부의 지원 사업이다.

한 원장은 “올해 청년창업사관학교를 5개에서 17개로 늘리기로 했는데 창업 100만, 폐업 100만 시대에 왜 재창업사관학교는 없냐고 묻고 싶다”며 “17개 중에서 10%라도 재창업사관학교로 운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명박, 박근혜 정부 때부터 높았던 ‘규제 개혁’ 목소리가 제대로 현실에 반영되지 않는 이유에 관한 질문에 한 원장은 ‘탁상행정’이 문제라고 꼽았다. 박근혜 정부는 규제를 ‘손톱 밑 가시’라고 표현하며 2013년 새누리당 정책위원회 산하에 ‘손톱 밑 가시 뽑기 특별위원회’를 설치했다. 이때 국회의원 13명이 일제히 죽도를 방문했다. 의원들은 한 원장이 있는 재기중소기업개발원을 찾아 재창업 교육의 문제, 정부 지원의 필요성 등 현장 이야기를 들었다.

그러나 성과는 두드러지지 않았다. 한 원장은 “TV, 신문에 한 번 나오는 게 목적이었던 것 같다”며 “진짜 문제를 개선할 의지가 없다”고 비판했다. 이어 “실사용자 중심의 규제 개혁이 이루어져야 한다”며 “‘규제 개혁’이 국회의원들의 인기몰이로 전락해서는 안 될 일”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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