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의 실리콘밸리 꿈꾸는 프랑스의 도약…‘프렌치테크’가 뜬다

입력 2018-09-27 15: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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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지원·기업가 커뮤니티 설립으로 혁신 성장…구글·MS 등 IT 대기업도 주목

▲1월 31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의 스타트업 인큐베이터 ‘스테이션F’에서 기업가들이 회의하고 있다. 최근 니혼게이자이신문은 프랑스가 기술 강국으로 부상한 배경을 자세히 보도했다. 파리/AP뉴시스
미식의 나라, 낭만의 나라로 유명세를 떨쳤던 프랑스가 이제는 혁신 강국의 자리까지 차지하며 ‘프렌치테크’의 저력을 보여주고 있다. 실리콘밸리와는 차별화된 전략으로 성장을 거듭하는 프랑스를 최근 니혼게이자이신문이 소개했다.

프랑스는 올해 1월 세계 최대 IT 전시회 CES에 스타트업 300여 곳을 선보이며 기술 강국의 면모를 과시했다. 5월 파리에서 개최된 비바테크는 전 세계 기업 6000여 개 사를 유치하며 개최 3년 만에 세계 최대의 스타트업 콘퍼런스로 발돋움했다.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최고경영자(CEO)와 버지니아 로메티 IBM CEO, 다라 코스로우샤히 우버 CEO 등 유수 기업의 CEO들이 참석하며 전 세계의 높은 관심을 입증했다.

프랑스가 기술 강국으로 부상할 수 있었던 데에는 정부의 지원과 대기업 신화의 붕괴, 기업가 커뮤니티 설립 등 3가지 배경이 있었다. 그중 가장 큰 영향을 미친 것은 정부의 지원이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현재 33%인 법인세를 2022년까지 25% 수준으로 감면하는 정책을 내놓으며 취임 이후 혁신 성장에 박차를 가했다.

프랑스 정부는 2015년부터 ‘라 프렌치 테크’라는 스타트업 육성정책을 내놓고 국제적 이미지 제고와 창업 생태계 조성에도 힘쓰고 있다. 프랑스의 상징 붉은 수탉 로고를 사용하는 라 프렌치 테크는 프랑스 스타트업의 통합 브랜드로 전 세계인에게 각인됐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프랑스 대기업들이 청년 고용에 소극적으로 변한 것은 오히려 스타트업 성장에 도움을 줬다. 프랑스의 청년 실업률은 2008년 18.3%에서 2009년 22.98%로 급등했다. 나폴레옹 시대부터 자리했던 이공계 전문교육기관 에콜 폴리테크니크의 졸업생들이 이전처럼 대기업에 입사하기보다 스타트업 창업 등에 도전할 수밖에 없는 환경이 조성된 것이다. 고용 위기는 정부의 지원에 힘입어 기술 강국 프랑스를 만드는 호재가 됐다.

프랑스의 기업 커뮤니티 또한 빼놓을 수 없는 요소다. 특히 차세대 실리콘밸리로 꼽히는 ‘스테이션 F’는 지난해 6월 문을 연 이후 1034개의 기업이 모인 스타트업의 요람이 됐다. 스테이션F 입주를 희망하는 기업은 전 세계적으로 1만1271개사에 달한다. 그중 성장 가능성을 입증한 9%만이 스테이션F에 들어올 수 있다. 1년이 조금 넘는 시간 동안 232개 기업이 자금 조달에 성공했으며 투자비 회수에 성공한 기업도 8곳이나 된다. 록산느 바르자 스테이션F 책임자는 “수천 명의 기업가가 모여있는 환경에서 서로 자극을 받으며 성장할 수 있다”고 소개했다.

대기업과 벤처캐피털 등 투자자들도 스테이션F를 자주 찾는다. 셰릴 샌드버그 페이스북 최고운영책임자(COO)와 사티아 나델라 마이크로소프트(MS) CEO가 스테이션F를 방문했고 구글은 코치 공간을 마련해 스타트업을 지원하는 한편 유망 기업을 가려낸다. 한국 네이버도 ‘스페이스 그린’이라는 스타트업 육성 캠퍼스를 운영하고 있다. 아직 기업가치 10억 달러(약 1조1125억 원) 이상의 유니콘 기업은 나오지 않았지만 스테이션F에 입주한 기업 중 40%가 지난해 창업한 곳이라 전망이 밝다.

투자자와 기업이 한 데 모여 혁신을 주도한다는 점에서 미국의 실리콘밸리와 비슷하지만, 프랑스는 기업 간 교류에 중점을 뒀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프랑스가 이뤄낸 것은 수직적 자본 관계가 아닌 수평적 교류”라며 “프랑스가 전 세계 스타트업의 커뮤니티로 성장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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