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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은 지금] 홋카이도 지진, 자민당 총재선거 뒤흔들까
입력 2018-09-10 10:35

이번 여름 일본에서 과도한 더위와 수차례에 걸친 태풍의 습격, 그리고 지진에 의해 인명 피해가 속출했다. 9월 5일 오사카(大阪)를 중심으로 태풍이 일본을 강타하여 간사이(關西)공항이 마비되었고, 한국 관광객도 4000명 정도가 발이 묶였다. 이런 보도로 앞으로 당분간 일본으로 가는 관광 자체가 어려워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가운데 바로 그 다음 날인 9월 6일 오전 3시경에 홋카이도(北海道)의 동남부에 위치한 아쓰마초(厚眞町)를 중심으로 규모 7의 강진이 발생했다. 이렇게 일본 열도가 북쪽과 오사카 이남에서 천변지이(天變地異)로 몸살을 앓고 있다. ‘몇백 년에 한 번 온다’는 일본 열도의 활동기가 시작된 느낌이다.

현재 도쿄(東京)대지진이나 후지(富士)산 기슭에 위치한 태평양 연해지방에서는 언제 대지진이 일어나도 이상하지 않은 상황이다. 2020년 개최 예정인 도쿄올림픽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그리고 이런 기상이변이 정치 일정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는 9월 9일 홋카이도를 찾아 지진 피해 지역을 순회했다. 아베 총리는 7을 관측하고 대규모 산사태가 일어난 아쓰마초의 모습을 헬리콥터로 상공에서 시찰한 다음 현장을 찾아 묵념을 올렸다. 그리고 수색 활동과 토사 철거 작업을 벌이고 있는 자위대원들을 격려했다.

홋카이도 지진으로 9일 오후 기준 아쓰마초에서 추가로 2명이 숨져 사망자는 39명으로 늘었다.

중요한 정치 일정을 보면 9월 20일 실시될 자민당 총재 선거는 7일 고시됐다. 앞으로 3년간 자민당을 이끌어갈 총재 선출이 임박했다. 자민당이 국회 다수당이므로 총재가 선출되면 당선자는 국회에서 일본 총리로 지명된다. 그런데 아베 현 총리와 이시바 시게루(石破茂) 전 자민당 간사장의 전면 대결의 모양새가 된 자민당 총재 선거는 홋카이도 지진으로 인해 소신 발표 연설과 기자회견이 연기되는 등 이례적인 사태가 발생했다. 두 후보 모두 선거 활동을 9일까지 3일간 자제한다고 밝혔다.

사실상 10일 시작되는 총재선거운동에서 아베 총리는 ‘재해에 강한 나라 만들기’를 내세울 작정이고, 이시바 전 간사장은 ‘지방 잠재력 만들기’를 강조할 생각이다.

총재를 결정하는 요소 중 하나인 국회의원 표는 현재 아베 총리가 전체의 80%를 넘는 342명의 지지를 얻고 있어 50명의 지지밖에 모으지 못한 이시바 전 간사장을 압도하고 있다. 또 하나의 요소는 전국적인 당원 표다. 당원 표는 국회의원 표와 똑같은 힘을 갖고 있어 당원 표에서 이시바 전 간사장이 80% 이상을 획득한다면 그에게도 승기가 있다. 지진 대처 방법이 당원 표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생각한 아베 총리 측은 피해지 순회 등을 결정했고, 대신 전화로 당원들에게 투표를 호소하는 운동 등을 오히려 자제하도록 했다.

한편 이시바 측은 기자회견 등을 연기한 자민당의 결정에 당황하는 모습이다. 그러나 양측 다 지진 피해에 대한 대응을 잘못하면 당원 표에 악영향을 준다고 생각해 국민들의 시선을 의식하면서 선거전에 임하고 있다.

지진 대처는 아무래도 현 총리인 아베에게 넓은 행동의 폭을 제공하는 결과를 낳았다. 최대 규모 7로 관측된 지진으로 인해 대규모 정전이 일어나자, 아베 총리는 즉시 발전소 복구 작업을 서두르겠다는 방침을 강조했다.

그는 6일 “오늘도 밤을 새우며 작업을 하고, 내일(7일) 아침까지 전체의 3분의 1에 해당하는 100만 가구가 넘는 집에 전력을 공급할 수 있게 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실제로 일본 정부와 홋카이도 전력은 7일 아침까지 약 120만 가구분의 전력을 복구했을 뿐만이 아니라 8일 오전 전체의 99%를 복구했다.

한편 신치토세(新千歲) 공항은 8일부터 국내선 대부분과 국제선이 운항을 재개했다. 방위성은 구조 활동 및 이재민 지원을 위해 전 자위대원으로 구성된 ‘예비 자위대’를 200명 정도 소집했다. 이렇게 아베 총리는 현 총리의 이점을 최대한 활용하면서 당원 표를 모으는 작전에 나서고 있다.

그러나 아베 총리는 이시바 전 간사장과의 TV토론을 최대한 회피하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 하지만 이에 대한 비판이 만만치 않다. 민주당 정권 시절 총무상을 지낸 가타야마 요시히로(片山善博) 씨는 TV 시사프로그램에 출연해 이를 비판했다. 그는 “두 후보가 여론 조사 지지율이 팽팽한 가운데 총재 선거 고시 단계에서 자민당 국회의원의 80% 이상이 아베 총리의 재선을 지지하는 현상은 너무 이상하다”고 혹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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