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발언대] 월성 1호기 조기폐쇄 이후의 과제

입력 2018-08-08 1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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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윤 원자력 안전과 미래 대표

월성 1호기는 6월 15일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 이사회의 조기폐쇄 결정으로 고리 1호기에 이어 두 번째 영구정지되는 원전이 됐다. 조기폐쇄를 결정한 당일 한수원 보도자료를 보면 “조기폐쇄 사유인 경제성 부족의 주요 원인은 강화된 규제환경, 낮은 운영 실적 때문이었으며, 이는 후쿠시마 원전 사고와 경주 지진에 기인했다”고 밝혔다.

강화된 규제 환경과 경주 지진으로 정지돼야 한다면 월성 2·3·4호기와 신월성 1·2호기, 고리원전까지 12개 호기 모두 마찬가지인데 왜 7000억 원이 투입된 월성 1호기만 폐쇄하는지 의문이 든다. 월성 1호기의 계속운전은 원자력안전법에 규정된 ‘최신 기술 기준을 체계적으로 적용하지 않았다’는 지적에도 통과됐다. 결국 2년 후인 2017년 2월 서울행정법원은 이 문제를 주요 위법 사유 중 하나로 들어 계속운전 취소를 판결했다.

한수원은 계속운전 기획 당시 캐나다 원자력공사에 계속운전 사업 전체를 맡기려 했으나 1조 원이 넘는 예산을 요구해 자체 수행으로 결정했다. 즉, 우선 일부 수명이 조기 도달해 촉발된 원자로 압력관 채널 등 3000억 원이 넘는 핵심부품 교체는 캐나다 원자력공사, 나머지 교체는 한전기술이 설계 변경하고 한수원이 기기 공급·시공 발주하는 체계로 결정했다. 설계 변경은 낡고 고장이 자주 나거나 규제기관이 일부 요구하는 변경사항, 그리고 계속운전 선행 호기인 캐나다의 포인트르푸로 원전이 수행하는 변경사항을 참조했다고 한다. 그러나 막상 설계 단계에서 적용한 오래된 기준과 현행 최신 기준과의 차이를 분석하는 합치화(Compliance)를 간과함으로써 최신 기준에 부합하는 안전성 향상을 포함해 체계적 개선보다는 발전소 가동에 필요한 노후 설비 교체·개선에 주력한 결과가 됐다. 사업자 주도로 ‘성능’ 부분만 보다가 ‘안전’이라는 전체를 놓친 것이다.

계속운전을 위해 한수원과 규제기관이 수행한 내용을 보면 최신 기술 기준이 제대로 적용되지 않아 비체계적이고 허술하다. 예를 들면 월성 2·3·4호기에는 존재하는 화재방호 안전지침이 1호기에는 없는데, 유사시 화재 대응을 위해 어떤 준비를 했다는 것인가. 계속운전을 해도 이처럼 R-7 등 최신 기술 적용 문제로 안전 시비가 지속되면 꾸준한 비용 증가와 대국민 신뢰도만 저하되는 심각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기술적으로 전체를 체계적으로 조망할 수 있는 실무 전문가가 배제되고 실무 경험이 낮은 소수의 교수가 좌우하는 관료화된 행정 만능 규제 체계를 바탕으로 발전사업자 주도로 추진하다 발생된 우리나라 원전 역사상 가장 치욕적인 실패 사례이다

최신 기술 기준 적용 규정 위반에도 원자력안전위원회(원안위)에서 계속운전 허가가 일방 통과된 당일, 사전에 이미 통과된다는 소문이 자자했다. 계속운전 부실 문제는 제대로 조사하여 어떤 연유로 일방 통과됐는지, 7000억 원이 들어간 원전이 누가 어떤 기준으로 어떻게 비용을 투입했는데 안전성이 미흡한 것인지 지금이라도 철저히 조사해야 한다.

필자는 현 정부에서도 여러 번 조사를 요구했지만 돌아온 것은 원안위 담당 과장 전결공문으로 ‘항소심 소송 결과에 따라 조치하겠다’는 답변뿐이었다. 부실 통과의 주역이었던 당시 원안위원장은 최근 인터뷰에서 대통령까지 운운하며 7000억 원이 들어간 새 발전소를 조기폐쇄한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무책임한 주장을 하고 있다.

‘안전사회’를 지향하는 ‘촛불 정부’는 지난 정부와는 다른 모습을 보여야 한다. 그러기 위해 지난 정부의 잘못들을 철저히 가려서 권위적이고 관료화한 안전체계를 기술 중심으로 반드시 바로잡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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