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라오스, 어떻게 기억될 것인가…우리에게 달렸다

입력 2018-07-31 1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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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혜 국제경제부 기자

라오스는 우리에게 ‘꽃보다 청춘’으로 친숙한 나라다. 필자 또한 몇 해 전 라오스를 찾은 ‘청춘’ 중 하나였다.

비엔티안공항에 도착해 처음 마주한 것은 공항을 지어 준 일본에 대한 기념비였다. 라오스는 공항을 지을 여력이 없어 일본의 원조를 통해 공항을 건설했다고 한다. 도로도 외국의 도움으로 정비했다. 그나마도 유지·보수를 못해 곳곳이 움푹 파여 있었다. 덜컹거리는 비포장도로를 달리는 것은 예사였다.

라오스는 경제를 부양하기 위해 댐을 세웠다. 수력발전으로 주변국에 전기를 팔아 이익을 얻는, 이른바 ‘동남아시아의 배터리’가 되겠다는 목적에서다. 라오스의 지형은 풍부한 산과 강 덕분에 수력발전에 이상적이다. 생산한 전기의 70~80%를 이웃 국가로 수출하면서 수력발전은 라오스의 주요 외화 공급원으로 떠올랐다.

그런 라오스에서 23일(현지시간) 댐이 무너졌다. 라오스 남동부 아타프주에 SK건설이 시공 중인 대형 수력발전 보조댐에서 5억 톤 규모의 물이 쏟아졌다. 사고가 발생한 세피안·세남노이댐 건설은 한국 정부의 원조와 민간 기업의 수출이 결합한 지원 사업이다.

라오스 정부는 경제성장 포부를 실현하는 데 차질이 생길까 싶어서인지, 폐쇄적인 문화 탓인지 피해 규모를 축소하고 있다. 라오스 국영 언론은 6개 마을을 휩쓴 사고의 공식 사망자가 단 4명이라고 전했다. 해외 언론의 접근도 차단했다. SK건설도 사고 초기 ‘붕괴’냐, ‘유실’이냐를 두고 책임을 회피하는 모습을 보여 비판을 받았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30일 통룬 시술릿 라오스 총리는 사고 원인 조사에 한국·태국 정부와 협력할 뜻을 밝혔다.

사고 당일 라오스 댐 붕괴는 실시간 검색어 상위에 올랐다. 국내 기업이 관련된 탓도 있지만, 라오스에 다녀온 청춘들이 자신의 기억을 떠올렸기 때문은 아닐까. 라오스가 추억의 나라가 될지, 미안한 나라가 될지는 우리 정부와 기업이 앞으로 어떻게 이 비극을 수습하느냐에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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