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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병호의 독서산책] 연동원, 영화로 역사읽기-미국편
입력 2018-06-18 10:15   수정 2018-06-18 10:19
디즈니의 역사 왜곡 ‘포카혼타스’

미국은 어떤 나라인가. 미국인은 어떤 사람들인가. 북미정상회담을 바라보면서 정상회담을 환영하는 사람도 있었을 것이고, 실속 없는 회담 결과에 실망하는 사람도 있었을 것이다.

역사학자이자 역사영화평론가로 활동하는 연동원 연영상문화연구소 소장(명지대 객원교수)이 쓴 ‘영화로 역사 읽기-미국편’(학지사)은 영화를 통해 미국 이해하기를 시도한 대표적인 책이다. 영화에 관한 다른 서적들과 뚜렷한 차이점은 저자의 출발점이 역사학자였다는 점이다. 그러니까 본래 역사학자인 저자가 역사영화평론가로 업역을 확대하였다. 따라서 영화에 관한 책이지만 역사적 사실에 관한 한 다른 미국사에 절대 뒤지지 않을 정도로 탄탄한 내용을 담고 있다.

독자들이 이 책에서 얻을 수 있는 것은 세 가지이다. △미국을 이해하기 위해 봐야 할 영화들이 어떤 것이 있는지 △대표적인 영화의 내용은 어떤지 △역사적 사실은 어떤지이다. 각각의 영화는 영화 속의 역사, 제작과 에피소드, 그리고 그 밖의 영화들로 구성된다.

책은 마치 미국사 교과서처럼 탄탄하게 구성돼 있다. 지리상의 발견과 원주민과의 만남, 식민지 정착과 발전, 독립과 영토 확장, 노예제와 이민, 남북전쟁, 서부 시대와 인디언 저항, 산업주의 시대와 제1차 대전, 대중 시대와 금주법, 대공황과 뉴딜, 제2차 대전, 그리고 현대사회와 문화다.

리들리 스콧 감독이 1992년에 내놓은 ‘1492 콜럼버스’로부터 책은 시작된다. 이 작품은 콜럼버스를 소재로 한 영화 가운데 가장 흥행했다. 이 같은 짧은 코멘트만으로 독자들의 볼 만한 영화 목록에 이 영화를 포함시킬 수 있다.

이 책의 특별한 점은 영화가 픽션을 가미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정확히 알고 영화와 역사적 사실을 혼동하지 않도록 돕는다는 것이다. “영화에는 두 번의 원정만 나왔지만 실제로 네 번에 걸친 항해로, 유럽인이 신대륙에 정착하는 기틀을 마련하였다.” 영화는 콜럼버스가 신대륙 발견으로 초기에 명예와 부를 누렸지만 시간이 흘러갈수록 원주민 반란과 식민지 경영 실패로 본국으로 소환되는 고통을 겪었음을 말해준다. 여기서도 역사학자로서의 저자의 논평은 독자들에게 역사적 사실을 혼동하지 않도록 말해준다. “영화에서는 군인들의 원주민 학대를 부각하고 있지만, 근본적으로 콜럼버스가 리더십이 부족하다는 걸 의미한다.”

콜럼버스가 도착한 이후 원주민 수는 약 100만 명에서 500명으로 급감한다. 스페인의 침략 이후 몇 년 내에 원주민의 95%가 유럽에서 시작된 전염병으로 전멸하고 만다. 이런 역사적 사실을 속속들이 영화에서는 알 수가 없다. 영화평론가로서 저자는 본 작품 이외에 국내에 소개된 몇 편의 영화에 관한 정보를 소개한다. 특정 사건에 깊은 관심을 가진 사람이라면 여러 감독의 작품을 보면서 역사적 사건에 대해 더 깊은 이해를 할 수 있을 것이다.

디즈니의 역사 왜곡의 대표적 사례에 속하는 마이클 가브리엘 감독의 1995년의 ‘포카혼타스’는 역사 영화를 볼 때 관람자들이 무엇을 주의해야 할지를 말해준다. 미국의 초기 제임스타운의 정착민들이 납치한 추장의 딸이 포카혼타스다. 영화 속의 주인공처럼 그녀는 슈퍼모델 같은 처녀는 아니었다고 한다. 1607년 훗날의 남편이 되는 존 스미스가 그녀를 만났을 때 그녀는 불과 열두 살에 지나지 않았다. 영화에서 결코 그려지지 않은 초기 제임스타운 정착민들의 생존에 도움을 준 담배 경작이 생존에 기여한 바는 저자가 역사학자이기 때문에 독자들에게 제공할 수 있는 정보다.

영화를 통한 미국 이해하기를 시도한 재미있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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