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학, 중국 수능 ‘가오카오’ 입학조건 인정…재정난 돌파구 되나

입력 2018-06-14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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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학생, 미국 학생보다 학비 2~3배 많이 지출…트럼프 정부의 중국 학생 비자규제가 장애물

▲중국에서 7일(현지시간) 대학입학시험 가오카오가 치러진 가운데 응시생들이 시험 직전 공부를 하고 있다. 중국 전역에서 7~8일 이틀간 치러진 가오카오에 975만 명이 응시했다. 후난/로이터연합뉴스
미국 대학들이 중국의 대학입학시험 가오카오를 입학 지원 조건으로 인정하기로 했다.

13일(현지시간) 영국 BBC방송은 뉴햄프셔대학(UNH)이 미국 대학 중 최초로 중국 학생들을 대상으로 가오카오 성적만으로도 입학 지원을 할 수 있게 했다고 보도했다. 대학 측은 “이 새 계획은 전 세계의 더 많은 유학생을 유치하기 위한 뉴햄프셔 대학의 노력”이라고 밝혔다. UNH는 신입생 모집 웹 사이트에서도 중국어 지원을 시작했다.

샌프란시스코대학(USF)도 비슷한 프로그램을 운영할 계획을 밝혔다. USF는 중국인 학생들의 입학 조건을 가오카오 성적과 영어 인터뷰 등으로 대체할 방침이다.

가오카오는 중국의 대학 입학시험으로 한국의 대학수학능력시험이나 미국의 학업능력시험인 SAT와 비슷하다. 앞서 7~8일 중국 학생 975만 명이 이 시험을 치렀다. 가오카오 점수로 지원할 수 있는 대학이 정해지고, 진학하는 대학이 학생 개개인의 향후 장래 방향을 정하기 때문에 중국내 대학 입시 경쟁은 한국만큼이나 치열하다.

그러나 1000만 명에 육박하는 학생을 중국 대학들이 모두 수용할 수 없는 탓에 올해 응시자 4명 중 1명은 대학에 진학할 수 없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 대학들이 가오카오를 입학 조건으로 인정하면 중국 학생과 미국 대학 모두에게 이득일 수 있다. 중국 학생은 대학 진학의 새로운 활로를 얻고, 미국 대학은 학비로 수익을 창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중국 정부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현재 미국 대학에 등록한 중국인 학생은 37만7000명으로 전체 외국인 학생 (약 110만 명) 가운데 가장 많다. UNH의 경우만 봐도 지난해 이 대학을 졸업한 781명 중 중국인 학생이 357명으로 절반을 차지했다. 미국 대학에 다니는 외국인 학생들은 미국 학생들보다 보통 2~3배 많은 학비를 지출하기 때문에 대학에는 확실한 수입원이 될 수 있다.

관건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정부의 중국 학생들에 대한 강력한 규제다. 미 정부는 3월 중국이 미국의 지식재산권을 침해한 이유로 로봇공학, 항공 등 첨단분야를 공부하는 중국 대학원생들의 비자를 1년으로 제한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트럼프 행정부가 들어선 뒤로 미국 대학들은 재정난을 겪고 있다. 미 국무부에 따르면 지난해 외국인 학생 비자 F-1 발급 건수는 전년 대비 17% 감소했고 특히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중국과 인도 학생의 비자 발급 건수는 각각 24%, 28% 줄었다. BBC는 올해 초 다카(DACA·불법 이민자 자녀 추방유예)를 폐지하고 외국인 전문직에 대한 단기 취업비자(H1-B) 발급도 제한한 것이 원인으로 작용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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