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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CEO] ‘비리·갑질’ 사정당국 총공세 한진家 사면초가
입력 2018-06-14 10:00   수정 2018-06-14 10:21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차녀 조현민 전 대한항공 부사장의 ‘물벼락 갑질’ 사건이 나비효과가 됐다. 검찰과 경찰, 국세청, 관세청, 공정거래위원회 등 거의 모든 사정기관이 한진그룹 총수 일가를 정조준하고 있다. 게다가 국토교통부, 교육부까지 나서 조 회장 일가의 비위 의혹에 대해 진상조사를 벌이고 있다.

이번 사태는 갑질이 일상화한 총수 일가의 특권의식과 족벌경영이 불러온 폐해라는 지적이 많다. 삐뚤어진 선민의식을 가진 재벌의 민낯이 만천하에 드러났다.

조 회장 일가의 각종 불법 행위에 대한 사법처리 여부는 결국 기소권을 가진 검찰 손에 달렸다. 박근혜 정부의 국정농단 사태 이후 기업인의 범죄 행위에 대해 더욱 엄정한 잣대를 대고 있는 만큼 검찰의 향후 행보에 귀추가 주목된다.

◇물벼락 갑질→일가 비리 혐의 전방위 수사= 두 달 전 인터넷에 예사롭지 않은 글이 올라왔다. 조 회장 3남매 중 차녀이자 막내인 조 전 전무가 광고대행사 직원에게 물컵을 집어던지며 폭언을 했다는 내용이었다. 휴가 중이었던 조 전 전무는 논란이 커지자 해외에서 급거 귀국해 자신의 행동에 대해 사과했다.

재벌가의 갑질에 염증을 느끼던 국민들의 공분은 가라앉지 않았고, 경찰은 내사를 통해 사태 파악에 나섰다. 조 회장은 조현아·현민 자매에 대해 대한항공 등 경영 일선에서 퇴진시키고 이번 사태에 대해 사과하며 진화에 나섰지만 사정당국의 칼날은 더 날카로워졌다.

사정당국은 조 회장은 물론 부인인 이명희 전 일우재단 이사장과 조현아·원태·현민 3남매 모두 수사선상에 올렸다. 더불어 국세청은 수백억 원대의 상속세를 탈루한 혐의로 조 회장 형제를 검찰에 고발했다. 검찰은 조 회장과 조남호 한진중공업 회장, 조정호 메리츠금융지주 회장의 자택을 압수수색하는 등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총수 일가 모두 수사 대상 초유의 사태= 조 회장 일가가 받는 혐의는 10여 개에 달한다. 조 회장은 2002년 조중훈 창업주 별세 이후 재산을 상속받는 과정에서 상속세 수백억 원을 내지 않은 혐의를 받는다.

이 전 이사장은 2013년 여름 자택 리모델링 공사를 하던 작업자들에게 욕을 하면서 때리고, 2014년 5월께 그랜드 하얏트 인천 호텔 증축 공사장에서 현장 관계자들에게 폭언을 퍼부으면서 손찌검한 사실이 드러나 논란이 됐다. 경찰은 이 사건을 수사하면서 운전기사, 경비원 등 추가 피해자를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이 전 이사장에게 폭행 및 업무방해 혐의를 적용했다.

이 전 이사장과 함께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은 외국인 가사도우미 불법고용 혐의를 받는다. 이와 관련 지난달 말 조 전 부사장은 2015년 ‘땅콩 회항’ 사건 이후 3년 5개월 만에 다시 사정당국 앞 포토라인에 섰다.

조 회장의 장남 조원태 대한항공 사장은 인하대학교 부정 편입학 의혹에 연루된 상태다.

조 회장 일가의 공동 혐의로 범위를 넓히면 대한항공이 기내면세품을 납품받아 파는 과정에서 자신들이 소유한 업체를 끼워 넣어 부당한 수수료인 일종의 통행세를 챙기는 등 200억 원대의 횡령·배임 의혹이 있다. 더불어 해외 고가 명품 밀수 혐의 등으로 조사를 받고 있다.

◇가중처벌 대상 많아…대법 선고까지 1~2년 걸릴 듯= 조 회장 일가가 받는 혐의 중 횡령·배임과 상습 폭행 등은 가중 처벌되는 죄질이 무거운 범죄다. 법원은 기업인의 횡령·배임죄에 대해 실형 등 비교적 무거운 형량을 내리고 있다.

이 전 이사장의 경우 혐의가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상 상습 폭행, 특수 폭행으로 인정될 경우 집행유예 이상의 징역형만 선고할 수 있다.

외국인 가사도우미 불법 고용은 출입국관리법상 3년 이하 징역이나 2000만 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

법조계는 조 회장 일가에 대한 검찰의 기소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관세청, 출입국관리청, 공정위 등에서 혐의 입증을 자신하는 만큼 범죄 사실에 대한 소명이 충분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번 사건에 대한 재판은 대법원 상고심을 고려하면 최소 1~2년이 소요될 전망이다. 조 회장 일가가 일부 혐의를 부인하고 있고, 이 전 이사장의 폭행 및 업무방해 혐의에 대해 법원이 이달 초 구속영장을 기각하면서 유무죄에 대한 다툼의 여지가 크다. 앞서 피해자와 합의해 업무방해 혐의만 적용된 조 전 전무에 대한 구속영장도 기각된 바 있다.

법조계 관계자는 “재판부가 기업 총수 일가의 사회·경제적 영향력을 양형에 고려해 더욱 엄정한 판단을 내리는 만큼 이번 사태가 어떤 방향으로 흘러갈지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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