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쏭語 달쏭思] 역세권, 학세권, 숲세권, 포세권

입력 2018-05-30 1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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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철역이 생기면서 ‘역세권’이라는 말이 번지더니 요즈음에는 학세권, 숲세권, 심지어는 포세권이라는 말도 유행하고 있다. ‘○세권’, 이게 다 무슨 뜻일까?

역세권은 [역쎄꿘]이라고 발음하며 한자로는 ‘驛勢圈’이라고 쓰는데 각 글자는 ‘역(station) 역’, ‘형세 세, 기세 세’, ‘우리 권, 울타리 권’이라고 훈독한다. 국어사전은 역세권을 “기차나 지하철역을 일상적으로 이용할 수 있는 거주자가 분포하는 범위”라고 풀이하고 있다. 도시에 살면서 전철을 일상으로 이용할 수 있다는 것은 큰 혜택이 아닐 수 없다. 게다가 사람이 많이 몰리는 지역이기 때문에 상업 활동을 하기에도 조건이 매우 유리하다. 그러므로 역세권이냐 아니냐에 따라 부동산 가격에 큰 차이가 생기는 것은 물론이다.

사람은 누구라도 보다 더 편리하고 쾌적한 곳에서 살기를 원한다. 역세권이 교통이 편리한 지역이라면 주변에 숲이 많은 곳은 공기가 맑고 풍경이 좋아서 역시 사람이 살기를 원하는 지역이다. 그래서 숲이라는 말과 역세권의 ‘-세권’이 만나 ‘숲세권’이라는 합성어가 생겨났다.

그런가 하면 자녀를 교육해야 하는 젊은 부부들은 거주지 조건으로 ‘학군(學群)’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학군이란 원래 ‘중·고등학교의 통학구(通學區)를 지정하여 학교 격차를 평준화하기 위하여 채택한 제도’의 성격이 강했는데, 후에는 ‘입시 제도의 개편에 따라 지역별로 나누어 설정한 몇 개의 중학교 또는 고등학교의 무리’라는 의미를 더 중시하여 이른바 ‘신생 명문’ 중·고등학교가 몰려 있는 지역을 좋은 학군으로 여기게 되었다. 이때부터 좋은 학군이 주는 이점이 미치는 범위라는 의미에서 ‘학세권’이라는 말이 생겨났다.

최근엔 모바일 증강 현실(AR) 게임인 ‘포켓몬고’의 캐릭터가 자주 등장하는 명당이라는 뜻에서 ‘포세권’이라는 말도 생겨났단다. 아, 나는 지금 무슨 세권에서 살고 있을까? 자세권(自勢圈)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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