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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어나는 주택 보유세
입력 2018-05-10 06:00   수정 2018-05-14 17:07
집값 상승분 공시가격 반영으로 올 재산세 늘어날 판

『최영진 대기자의 현안진단』

다들 싫어한다. 되도록이면 안 내려고 용을 쓴다. 꼭 부담해야 할 처지면 적게 내는 방법을 찾는다. 세금 얘기다.

부동산 분야에서도 이런 관행이 자주 벌어졌다. 매각 때 부과되는 양도소득세를 비롯해 취득세·각종 부담금 등을 줄이려고 애를 썼다. 지금도 마찬가지다. 이를 위해 다운 계약서·미등기 전매·비용 부풀리기·감정가 조작 수법 등이 동원됐다.

재산세와 같은 보유세는 세금 당국이 게을러서 제대로 못 거뒀다. 세금 부과 체계도 엉망이다. 같은 가격인데도 세금 액수가 제 각각이다. 주택과 토지에 대한 세금 차이도 크다. 세금 부과 기준인 과표, 이른바 공시가격이 달라서 그렇다.

아파트 과표는 시세의 70~80% 선까지 올라갔으나 토지는 30~40%에 불과한 곳이 허다하다. 일부 시골 임야나 농지는 20~30%에 머물러 있다.

요즘 들어 재정 확충 빌미로 토지에 대한 보유세를 인상하는 추세지만 변두리 지방은 여전히 낮다.

주택은 주거 기능이 있지만 토지는 그냥 놀리는 곳이 다반사다.

이를 감안하면 주택보다 땅에 대한 세금이 많아야 옳다. 별다른 노력 없이 시세 차익만 챙기는 형태로 봤을 때 더욱 그래야 한다는 말이다. 농사를 짓고 있는 농지는 제 기능을 다하고 있으나 나대지는 땅값 상승의 불로소득만 고스란히 챙기는 구조다. 특히 실수요자가 아닌 외지인 소유의 땅은 순전히 돈벌이가 목적이다. 나중에 뭔가 하기 위해 구입한 경우도 없지 않으나 대부분은 땅값 오르기만 기다린다.

그런데도 토지에 대한 보유세 현실화율은 너무 약하다. 불합리하기 짝이 없는 세금 구조다.

세금을 올리자는 게 아니다. 합리적이지 못한 과표를 조정하자는 것이다. 부동산에 따라 과표 현실화율이 서로 다르면 조세 형평성에 문제가 있다는 뜻이다.

그런데도 정부는 자꾸 주택 쪽 보유세만 인상하려고 든다.

요즘 주택시장 안정화 명목으로 보유세 인상 카드를 꺼내고 있지만 내막은 세수 확보 빌미가 강하다.

먼저 세금 부과기준이 되는 공시가격부터 높였다. 과표 현실화율을 조정한 게 아니라 시세 상승분을 반영한 것이다.

지난해 서울을 비롯한 주요 도시 아파트 가격이 급등하자 공시가격도 따라 올렸다. 그래서 올해 재산세는 지난해보다 엄청 많을 게 분명하다. 여기다가 종합부동산세까지 인상하면 세금 부담은 가중될 게 뻔하다.

그러나 시세 상승분이 제대로 반영된 곳이 있는데 반해 그렇지 않은 지역도 있다.

이는 보유세 부과 체계가 형평성을 잃었다는 소리다. 전수 조사가 어려워서 그런지 몰라도 벌써부터 부작용이 드러난다. 그만큼 정부가 품을 안 들였다는 말이다. 그동안 근로소득세처럼 편안하게 세금을 물리는 쪽에만 관심을 뒀다가 주택 시세를 일일이 확인하려니 골치가 아플 수밖에 없다. 실제 거래가격까지 들쑥날쑥해 어느 것을 기준으로 삼아야 할지 헷갈리기도 한다.

세금 거두기 쉬운 근로자의 유리 지갑만 들여다봤던 세금 당국으로서는 여간 곤혹스러운 일이 아니다. 근소세는 관련 회사가 알아서 세금 수납을 대행해줬으나 재산세는 그럴 수가 없어 다 세무 공무원이 확인해야 한다. 그만큼 품이 많이 든다는 의미다.

상황이 이러니 오류가 생길수밖에 없다. 세금 폭탄을 맞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그렇지 않은 쪽도 있다는 얘기다. 이런 현상은 조만간 재산세 고지서가 발부되면 곳곳에서 벌어질 게 뻔하다.

그런데도 일각에서는 선진국에 비해 보유세율이 적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부동산 보유세 비중은 2016년 기준 0.8%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인 0.9%보다 적고 민간 보유 부동산 시가 총액 대비 보유세 비중도 낮다는 소리도 나온다. 이는 세금을 더 거둬야 한다는 말이다.

이렇게 따진다면 근소세도 높은 수준이 아니다. 특히 유럽 국가와 비교하면 그렇다.

하지만 세금을 인상하는 것도 순서가 있는 법이다.

먼저 정부가 예산부터 절감해야 한다. 불필요하게 새 나가는 세금이 얼마나 되는지 따져볼 일이다. 정확한 통계는 없지만 민간기업이라면 전체 예산의 4분의 1 절감이 가능하다는 얘기도 나온다.

쓰지 않아도 되는 돈에서부터 관리 미흡으로 누수가 생기는 세금까지 치면 그렇다는 말이다.

물론 국가 재정은 기업과 다르다. 그냥 지원해야 하는 복지예산에다 별 효과가 없는데도 경제 살리기 명목으로 공돈을 쏟아부어야 하는 경우도 생긴다. 게다가 국회의원들의 지역구 관리용 예산도 부지기수다. 비싼 돈을 들여 만든 시설은 활용성 문제도 그렇지만 엄청난 유지 관리비가 들어가기 일쑤다. 불합리한 사업이 한두 개가 아니라는 말이다. 효용성도 별로 없는 시골 동네 새 도로는 얼마나 많은가. 유지 관리 때문에 돈만 집어삼키는 천덕꾸러기들이다.

부질없는 돈 질부 터 없앤 뒤 세금을 올리는 게 순서라는 얘기다. 급격한 세금 인상은 강한 조세저항을 불러올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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