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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대 1이 넘는 청약 경쟁률 비결은?
입력 2018-04-23 06:00
낮은 분양가로 인한 억대 시세 차익 때문

『최영진 대기자의 현안진단』

얼핏 보면 이해가 안 간다. 주변에는 미분양 사태가 벌어지고 있고 시세가 분양가 이하인 신규 입주 단지들이 적지 않은데도 청약 경쟁률이 100대 1을 넘는다니 말이다.

공급 물량이 넘쳐나 입주 대란을 겪고 있는 경기도 화성 동탄 2 신도시에서 최근 분양한 금성백조의 동탄역 예미지 3차 얘기다. 동탄역 바로 인근이라 입지가 좋은 것은 사실이지만 그래도 그렇지 무슨 매력이 있기에 대대적인 인기를 얻었을까.

이유는 낮은 분양가였다. 당첨만 되면 2억 원 이상의 시세 차익이 생겨서 그렇다. 2015년 2월 입주한 바로 옆 우남 퍼스티빌 전용면적 84㎡ 규모의 시세가 7억~7억 5000만 원 정도인데 반해 같은 평형의 예미지 3차 분양가는 4억 3000만~4억 7000만 원대다. 가격 차이가 적지 않다는 소리다.

서울 강남구 일원동 디에이치 자이만큼은 아니지만 수익률로 따지면 엄청 높은 수준이다. 디에이치 자이 분양가가 11억 원대인 점을 감안하면 동탄역 예미지 3차가 오히려 수익성이 더 좋다. 더욱이 중도금 대출 조건이어서 분양 대금의 10%만 있으면 계약이 가능하다. 투자 조건이 이렇게 좋으니 수요자가 몰리는 것은 당연하다. 요즘 분양시장이 가라앉고 있다고 야단인데도 청약 경쟁이 치열한 단지들이 속속 등장해 눈길을 끈다. 주택경기가 활기를 띠었던 2~3년 전보다 열기가 더 뜨겁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주상복합아파트인 동탄역 예미지 3차(498가구)만 봐도 그렇다. 평균 경쟁률이 106대 1을 기록했고 101㎡ 형은 152대 1을 나타냈다.

이뿐만 아니다. 세종시 나성동 제일건설의 풍경채 위너 스카이는 109 대 1을 보였다. 이곳도 공급이 넘쳐나 시장 분위기가 안 좋다는 말이 나온다.

아파트 가격이 하락세로 돌아서고 있는데도 아파트를 분양받으려고 기를 쓰는 이유는 뭘까.

분양가가 주변보다 낮아 시세 차익이 기대되기 때문이다. 당첨되면 1억~2억 원 가량을 챙길 수 있으니 다들 청약 대열에 가담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분양가만 싸게 하면 얼마든지 아파트 사업이 가능하다는 소리다. 그동안은 시세 차익을 업체가 다 차지하는 구조여서 분양가가 비쌀 수밖에 없었다. 비싸도 집이 팔리니 자꾸 분양가를 올렸다.

그러나 지금은 분양가가 비싸면 안 팔린다. 주변 시세와 별 차이가 없으면 수요자들의 관심을 못 끈다.

청약 경쟁이 치열한 곳은 대부분 시세 차익이 1억 원대가 넘는다.

동탄역 예미지 3차분은 위치가 좋고 투자 전망도 밝아 분양가를 더 높여도 됐다. 서울 수서까지 13분이면 도달하는 SRT 역이 바로 옆에 있는 데다 앞으로 수서~삼성~서울역~일산으로 연결되는 GTX가 생겨나 서울은 물론 전국으로의 이동이 간편해 외지 투자자들도 관심을 보인 곳이다. 게다가 판교 테크노 밸리보다 2.3배 큰 동탄 테크노 밸리까지 조성되고 있어 배후 수요 또한 적지 않다.

이런 입지 조건인데 왜 금성백조는 분양가를 싸게 했을까. 분양가 상한제가 걸려 있어서다. 무슨 방법을 동원해서라도 더 많은 이익을 얻으려는 주택업체 속성상 남 좋은 일 할리가 없다.

세종시 제일 풍경채도 그렇다. 분양가 상한제가 적용돼 주변 보다 가격이 낮게 책정됐다. 주변에 비교 대상이 없어 정확하게 진단하기는 어렵지만 2015년 말 분양한 e편한 세상 세종 리버 파크 전용면적 99㎡ 형의 프리미엄이 3억 가량 붙은 것으로 알려진다. 제일 풍경채의 같은 평형 분양가가 4억 1000만~4억 2000만 원 수준인 점을 감안하면 그 이상의 웃돈이 붙지 않겠느냐는 게 중개업소의 평가다.

이런 분위기를 볼 때 앞으로 분양가는 더 떨어지지 않겠느냐는 생각이 든다. 경기 침체로 기존 아파트 가격이 하락하면 주택업체들의 분양가 인하 경쟁이 벌어질지도 모른다.

어지간한 시세 차익으로는 수요자 마음을 사로잡기 어려워서 그렇다.

게다가 서울 같은 곳은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분양 보증을 빌미로 분양가를 못 올리도록 제동을 걸고 있어 주택업체들의 고 분양가 전략은 먹혀들 수가 없다.

이제는 주택업체가 독차지하던 시세 차익을 수요자들에게 돌려줘야 하는 시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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