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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대 출판 강국 영국, 브렉시트 이후 미국에 밀릴까 우려
입력 2018-04-16 16:38
출판업 종사자 3만명…“영국이 개척한 유럽 내 영어판 서적 시장, 미국이 밀고 들어올 것”

▲영국 출판 업계에서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이후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출처 = 픽사베이
영국 출판 업계의 표정이 밝지 않다.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인 브렉시트 여파로 EU 시장에서 점유율을 잃을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15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가 보도했다.

영국은 세계 최대 출판 강국이다. 매달 4월 열리는 런던 도서전은 세계 각국의 출판사와 서점, 저작권 대행사, 도서 관련자들이 몰려들어 영국 출판업의 위상을 증명하고 있다. 프랑크푸르트 도서전과 함께 유럽 양대 북 페어로 유명한 런던 도서전은 지난 10~12일 열렸다. 여느 때처럼 많은 인파가 몰려들었으나 이번 도서전에는 브렉시트 이후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곳곳에서 터져 나왔다. 영국 출판사 케논게이트의 프란시스 빅모어 이사는 “브렉시트 협상의 세부 사항이 완료되지 않아 앞으로 어떤 일들이 있을지 알 수 없다”며 “출판업계에 부정적인 분위기가 감돌고 있다”고 토로했다.

영국 출판업체들은 최대 수출지인 유럽에서 미국과의 경쟁이 격화할 것을 우려하고 하고 있다. 영국은 수십 년 동안 프랑스, 이탈리아 등을 포함해 EU 각국에서 영어판의 서적을 판매하며 시장을 개척해 나갔다. 영국출판협회에 따르면 2016년 기준으로 자국 출판업체들이 거둔 매출은 총 48억 파운드(약 7조3448억 원)에 달했다. 이는 2015년 대비 7% 증가한 것이자 2007년 전자책 매출이 포함된 뒤 가장 큰 규모의 매출을 기록한 것이다. 수출은 전년 대비 6% 성장한 26억 파운드를 기록했다. 수출이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54%이며 전체 수출 시장에서 유럽이 차지하는 비중은 35%다. 전자책 판매는 전년보다 3% 감소했지만, 종이책의 매출은 8% 증가해 2012년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다. 영국출판협회의 스테판 로틴가 최고경영자(CEO)는 “영국의 출판 산업은 세계 1위”라며 “훌륭한 출판사와 뛰어난 인재들이 이를 만들어냈다”고 밝혔다. 이어 “유럽-영국 간 브렉시트 협상은 영국 출판업의 지속적인 성장을 보장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약 3만 명에 달하는 영국 출판업 종사자들은 금융, 부동산업 등에 몸담은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브렉시트 이후를 걱정하고 있다. 이텐켄알렉산더어오시에이츠의 클레어 알렉산더 대변인은 “영국의 국내 시장은 미국보다 작다”며 “수출 의존도가 높은 영국 출판업계는 생존 싸움에 직면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런던에 기반을 둔 출판사 프로필북스의 앤드류 프랭클린 창업자는 “유럽인들은 언제고 이곳에 발을 들일 수 있어서 영국 도서에 관심을 둔 것”이라며 “브렉시트 이후 벽이 만들어지면 문학은 고립될 것이고, 발행에도 영향이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영국 국내 시장도 위축될 것으로 관측했다. 영국 경제 전반이 브렉시트 여파로 흔들리고, 영국 국민의 실소득도 감소해 도서관과 서점 등이 문을 닫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다만 일부 영국 출판사들은 미국보다 영국이 유럽에 더 가까이 있다는 이유를 들어 여전히 자국 출판업체들이 유럽 시장에서 유리하다고 주장한다. 영국저자협회의 고든 와이즈 전 회장은 “유럽 시장에서 책을 팔고자 할 때 미국에 있는 작가들조차 더 빠르게 공급할 수 있는 영국 출판사를 택하지 않겠는가”라고 반문했다. 그러나 오늘날 유통망의 발전을 고려할 때 지리적 근접성이 이점이 될지에 대한 회의도 만만치 않다. 미국 저작권 대행사 니림&윌리엄스의 한 관계자는 “미국과 유럽 간 거리는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며 “공급망이 발전해 세계는 더 작아지고 있다”고 반박했다.

유럽시장이 미국과 영국 출판사들의 격전지가 된다면 그 피해가 작가들에게 돌아갈 수도 있다. 알렉산더 대변인은 “출판사들의 경쟁이 치열해지면 베스트셀러 작가들의 경우 이익을 볼 수도 있지만, 신인 작가들은 더 소외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유럽의 출판 시장은 할리우드와 같은 모양새가 될 것”이라며 “많은 자본이 투입된 블록버스터가 되어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공고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이 같은 현상은 수요가 적은 틈새시장이 발전할 가능성이 줄어든다는 의미”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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