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으로 본 상속·가업승계] 아버지가 사망하면서 남긴 빚, 누가 갚아야 할까

입력 2018-04-02 1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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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씨는 얼마 전 돌아가신 아버지의 장례를 마무리했다. 상속인인 A씨와 동생인 B씨는 아버지가 남긴 재산을 정리하려고 알아보던 중 상당한 액수의 은행 대출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이외에도 아버지가 사용한 카드 대금, 병원비 등 채무도 남아 있었다. 다행히 아버지가 남긴 재산도 있었는데, 임대를 준 아파트 1채와 상가 1개가 있었고 약간의 은행 예금이 있었다.

A씨와 B씨는 아버지가 남긴 재산과 채무를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 고민하던 중 한 가지 생각을 하게 됐다. A씨는 재산을 꽤 많이 가지고 있었는데, B씨는 사업을 하다 실패해서 특별한 재산이 없었고, 빚만 있는 상태였다. A씨와 B씨는 아버지가 남긴 재산은 A씨가 전부 가지는 것으로 하고, 채무는 전부 B씨가 가지는 것으로 상속재산을 분할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됐다. B씨는 어차피 재산이 없어 채무를 상속받는다고 해도 별다른 피해가 없고, A씨는 어버지의 채무는 빼고 재산만을 상속받을 수 있어 큰 이익을 볼 수 있다고 생각했다. 얼핏 보면 좋은 생각인 것처럼 보이기도 하는데, 이러한 A씨와 B씨의 합의는 효력이 있는 것일까.

결론을 말하자면, 아버지가 남긴 재산을 상속인 중 한 명이 전부 갖기로 한 합의는 유효하지만, 채무를 전부 한 사람이 가지기로 한 합의는 효력이 없다. 아버지가 남긴 채무는 상속인들이 마음대로 나눌 수 없고, 상속인의 법정상속분 비율에 따라 자동적으로 상속된다. 이렇게 하지 않으면 돌아가신 분의 채권자들이 부당한 피해를 입을 수 있기 때문이다. 위 사례에서 A씨와 B씨의 경우 아버지가 남긴 은행 대출, 카드 대금 같은 채무를 법정상속분에 따라 절반씩 상속받게 된다.

다만 아버지가 남긴 아파트와 상가의 임대인에게 돌려주어야 할 임차인에 대한 보증금반환채무는 이와 다르게 상속된다는 점을 알아둘 필요가 있다. 보증금 반환채무는 법정상속분에 따라 상속인들에게 상속되는 것이 아니라 그 아파트와 상가를 상속받은 상속인이 전부 책임지게 된다. 즉 위 사례에서 만일 아파트와 상가를 전부 A씨가 상속받는 것으로 했다면, 보증금 반환채무는 A씨와 B씨가 절반씩 상속받는 것이 아니라 A씨가 전부 책임져야 한다. 이는 ‘주택임대차보호법’과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에서 아파트와 상가의 소유권을 취득한 사람이 보증금반환채무를 책임지도록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A씨와 B씨의 경우에는 그래도 아버지가 남긴 재산이 채무보다 많거나 적어도 채무를 전부 갚을 정도는 되기 때문에 별다른 문제는 없다. 그런데 아버지가 남긴 빚이 상속받은 재산보다 훨씬 많거나 상속받을 재산은 없고 채무만 있는 경우에는 어떻게 해야 할까.

이 때는 ‘상속포기’를 하거나 ‘한정승인’을 신청해야 한다. ‘상속포기’는 말 그대로 재산, 채무를 포함해서 아예 상속을 받지 않겠다는 것이고, ‘한정승인’은 상속받은 재산의 범위 내에서만 상속채무를 갚겠다고 하는 것이다. ‘상속포기’나 ‘한정승인’은 부모님이 돌아신 후 3개월 안에 해야하니 주의할 필요가 있다.

‘상속재산 파산제도’도 알아두면 유용하다. 상속재산, 상속채무 모두 어느 정도 규모가 있고, 상속채무의 현황을 정확히 파악하기 어려운 경우 특히 도움이 될 수 있다. 최근 서울가정법원과 서울회생법원에서도 이 제도를 활성화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고, 회생법원에서는 ‘NEW START 상담센터’를 운영하여 상담을 해준다고 하니 필요할 경우 활용해 볼 것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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