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의 원천 흙의 경제학 上] 기후변화 방패막… 흙 속에 280兆가 묻혀 있다

입력 2018-03-15 1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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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농경지, 지리산 171개 규모 CO2 흡수 효과 농작물 생산·양분 공급·수질 정화 등 다양한 역할 정부, 흙의 공익적 기능 높여 기후변화 대응 모색 ICT 적용한 온실가스 감축·가뭄 극복 연구 박차

인간을 비롯한 생물들이 살아가는 기반인 토양의 가치가 국내에서만 280조 원을 넘는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환경오염 심화와 지구 온난화 등으로 기후변화가 증폭되는 가운데 우리 정부는 삶의 터전인 토지의 공익 기능을 강화해 대응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15일 농림축산식품부와 농촌진흥청에 따르면 흙에는 작물 생산과 자원 함량, 오염물질 정화 등 다양한 기능이 내재돼 있다. 환경 측면에서는 온실가스를 저감하고 수질을 정화하며 기후를 순화하는 공익적 역할을 담당한다.

전국 농경지는 연간 팔당댐 16개 크기의 물 저장 기능과, 지리산국립공원 171개 규모의 이산화탄소 흡수 효과를 지니고 있다. 이 같은 토지의 기능을 강원대 연구팀이 경제적 가치로 환산한 결과 280조 원을 웃도는 것으로 추산됐다.

기능별로 △양분 공급 179조8000억 원 △자연 순환 79조1000억 원 △식량 생산 10조5000억 원 △탄소 저장 6조5000억 원 △수자원 함량 4조5000억 원 △생물 다양성 2000억 원 등에 이른다.

논밭에는 대기 중 이산화탄소 7000만 톤에 해당하는 9000만 톤의 토양탄소가 저장돼 있다. 수자원 함량 가능량은 39억 톤에 달한다. 이에 정부는 토양의 수자원 함양과 토양탄소 저장 등의 공익적 기능을 높여 온난화 등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연구를 강화해 나갈 방침이다.

기상변화로 인해 가뭄 발생 빈도는 증가하는 추세다. 1904∼2000년 연평균 0.36회에서, 2000~2015년 0.67회로 급증했다.

우리나라는 2030년까지 농축산 분야 온실가스 발생량 2000만CO₂톤 중 4.8% 감축을 목표로 설정해 가뭄 피해 극복 연구와 온실가스 감소 기술 보급이 시급히 요구되는 시점이다. 농식품부와 농진청은 가뭄 피해 최소화를 위해 밭가뭄 예보, 작물별 적정 물 사용기술, 토양 물 저장능 확장기술을 개발 중이다.

우선 전국적으로 토양 수분 관측망 121개소를 설치하고 가뭄 정도를 ‘정상-주의-심함-매우 심함’ 등 4단계로 구분했다. 가뭄 시 농가가 다른 작물을 재배하거나 파종을 연기하는 등 영농에 활용할 수 있도록 유관기관과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물 절약을 위해서는 옥수수, 참외 등 33개 작물(밭작물 20, 시설작물 13개)에 대한 스마트 관수기술을 개발했다. 이는 지역별 기상과 토양 조건을 고려한 생육 시기별 물 사용법과 토양 중 수분을 센서로 감지해 관수 간격과 1회 관수량 등을 자동으로 조절하는 기술이다.

정보통신기술(ICT)을 적용해 시설 규모, 작물, 토양에 따라 관수 시점과 시간, 관수량 등을 자동 제어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농가 관행 대비 물 사용량은 20∼40%, 전력소요량은 5~10% 절감 효과를 낸 것으로 분석됐다.

작물별 물 사용기술의 경우 물 절약, 아열대 작물의 도입, 새로운 재배 방법 개발 등에 발맞춰 지속적으로 개발하고 있다. 가뭄 극복을 목표로 보다 많은 물이 토양으로 스며들도록 지하수 함양 기능을 확대하는 연구도 올해부터 착수했다.

온실가스 발생 감축을 위해서는 논물 관리, 적정 비료 사용 기술 보급, 토양의 탄소저장 기능 활용 연구를 수행 중이다. 대표적으로 논에서 벼 수량은 유지하면서 논물 공급을 줄여 온실가스 발생량을 25% 감축하는 관개 기술을 개발했다. 벼를 시작으로 133개 작물의 비료 사용법을 보급함으로써 1990년대 대비 비료 사용량이 44% 줄고, 온실가스 발생은 58만CO₂톤이 억제됐다는 설명이다.

이와 함께 농식품부와 농진청은 농경지 탄소의 축적량을 증가시키기 위해 탄소의 장기 변화 추적 연구를 실시 중이다. 토양에서 오랫동안 저장되는 물질 및 효능에 대한 연구를 중점 추진하고 있다.

농식품부는 이달 9일 서울 중구 농협중앙회에서 ‘제3회 대한민국 흙의 날’ 기념식을 열기도 했다. 흙의 날은 매년 3월 11일로, 흙의 소중함과 보전의 필요성을 알리기 위해 2015년 법정기념일로 제정된 바 있다.

올해 3회 행사는 ‘흙의 공익적 가치와 국민 건강’이란 주제로 개최됐다. 그동안 흙이 농업 생산에 미치는 영향에 주안점을 뒀던 것과 달리, 흙의 공익적 가치와 국민 건강에 미치는 영향까지 포괄했다는 설명이다.

김영록 농식품부 장관은 “농업이 지속 가능하려면 흙을 건강하게 유지하는 게 중요하다”며 “먹거리의 안전성도 건강한 흙으로부터 시작된다. 정부가 정책적인 노력을 지속하겠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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