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단 지원 끊긴 성동조선… ‘법정관리 후 청산’ 수순 밟나

입력 2018-03-08 1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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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견 조선사 구조조정안 확정

정부가 성동조선해양을 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하겠다는 것은 사실상 이 회사를 포기한 것과 다름없다. 회사 운영을 위한 현금이 확보되지 않는 한 법원에서 회생절차를 인가받는 것조차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한진해운 사례처럼 법원에 의한 파산 또는 자체 청산으로 갈 가능성이 크다. 반면 STX조선해양은 채권단이 요구한 구조조정 목표를 달성하고 선수금환급보증(RG)을 받으면 빠르게 정상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8일 정부는 성동조선해양에 대해 회생절차를 진행하겠다고 밝혔으나 신규자금 투입 없이는 법원 인가가 어려운 상황이다. 채권단 고위 관계자는 “성동조선해양에 신규자금 지원 없이 출자전환이나 부채탕감을 해주는 것은 회사 정상화에 별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결국 이번 법정관리 방침은 정부가 법원의 입을 빌려 성동조선에 사망 선고를 내리겠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회생절차는 채권자 또는 채무자 회사가 회생개시를 신청하면서 시작된다. 법원이 심사 후 개시 결정을 내리면 채권신고와 조사기간을 거쳐 회사가 회생계획안을 작성해 인가 결정을 받는 순서다. STX조선해양은 지난해 이러한 회생절차를 밟아 8개월 만에 종결 결정을 받았다.

그러나 법원이 회생계획안의 이행 가능성·현실성 등을 문제 삼아 회생계획안을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회생절차가 폐지된다. 2016년 서울중앙지법 파산부(현 서울회생법원)는 한진해운의 회생절차 개시까지는 승인했지만 회생계획안은 받아주지 않았다. 법정관리 중인 한진해운에 선주사들이 선박 압류를 걸어오는 등 정상화 기대치가 사라졌기 때문이다. 선금을 주고 제품 인도를 기다리는 계약자와의 신뢰관계가 중요한 수주산업의 특성상 회생 성공 가능성이 극히 낮다.

정부는 성동조선해양의 회생 방안으로 수리공장 전환 등을 거론하고 있지만 이 역시 현실성이 낮다. 수리조선소 전환을 위해서는 현재 감축한 인력에서 또 5분의1 수준만 남기는 대규모 구조조정을 해야 한다. 이미 경남 통영에 중형 수리조선소가 있어 공급 물량 문제도 있다. 법원이 이러한 전후 상황을 고려한다면 회생계획 인가를 내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그럼에도 채권단이 성동조선해양을 당장 청산시키거나 법원 파산절차가 아닌 회생절차에 집어넣은 이유는 ‘명분 쌓기’와 지역 민심을 고려한 조치로 풀이된다. 성동조선해양은 수출입은행 등을 통해 7년간 약 3조2000억 원의 공적자금을 지원 받았다. 그간 수차례 실사에서 청산가치가 높게 나온 적이 있었는데도 ‘좀비기업’에 혈세를 썼다는 비판을 법원 결정을 통해 다소 비껴갈 수 있다. 특히 6월 지방선거를 앞둔 상황에서 회생절차가 진행되는 몇 개월간 만이라도 청산·파산을 뒤로 미루는 효과가 있다. 청산·파산으로 회사가 소멸되면 회사 존속 시 구조조정과는 달리 노조 관련 문제도 해소된다.

반면 STX조선해양은 신규자금 투입 없이도 RG 발급만 제때 이뤄진다면 정상화 궤도에 들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5일 기준 STX조선해양의 수주잔량은 옵션 2척을 포함해 총 18척이다. 이 중 그리스 선사에서 발주한 4척 선박에 대한 RG가 아직 발급되지 않았다. 이 부분이 해소되면 남은 옵션 2척 계약도 발효된다. 또한 현재 선주사와 논의 중인 선박계약 건들도 RG발급에 대한 신뢰만 지속된다면 무리없이 성사될 수 있는 상황이다. 다만, 회사는 이를 위해 산업은행 등 채권단이 요구한 인력 구조조정 등의 조건을 기한 내 수행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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