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침표 없는 시인’ 김수영의 詩 50년 만에 다시 세상 속으로

입력 2018-03-02 10:10수정 2018-03-02 14: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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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준 교수 ‘김수영 전집’ 결정판 출간…미발표 시와 미완성 초고 시까지 총망라

▲이영준 경희대 교수가 27일 서울 광화문 한 식당에서 열린 ‘김수영 전집’ 결정판 출간 기자간담회에서 김수영 시인과 ‘김수영 전집’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사진제공=민음사)

‘한국 시인들의 시인’으로 불리는 김수영(1921~68)의 시와 산문을 담은 ‘김수영 전집’이 새롭게 출간됐다.

민음사는 김수영 연구의 권위자이자 ‘김수영 육필시고 전집’의 편자인 이영준 경희대 교수가 새로 엮은 ‘김수영 전집’ 결정판을 출간했다.

이번에 출간된 ‘김수영 전집’은 김수영 시인의 동생이자 현대문학 편집장이었던 김수명 선생이 편집한 1981년 판과 2003년 판 전집, 이 교수가 2009년 펴낸 ‘김수영 육필시고 전집’, 시인 생전에 발간된 유일한 시집인 ‘달나라의 장난’을 비롯해 오랜 시간 김수영 연구자들이 밝혀낸 새로운 사실들을 반영해 정본 확정 작업을 진행했다. 특히 2003년 판본의 크고 작은 오류를 바로잡았고, 지금까지 발굴된 작품은 물론, 시인이 공개하지 않은 미발표 시와 미완성 초고 시까지 더해 김수영 작품을 총망라했다.

▲김수영 전집 1·2권/ 김수영/ 이영준 엮음/ 민음사/ 1만8000원·2만5000원

이 교수는 27일 ‘김수영 전집’ 결정판 출간 기자간담회에서 “김수영이 ‘한국 시인들의 시인’이라고 불리는 것은 한국 현대시의 관습을 만드는 데 큰 영향을 끼쳤기 때문”이라며 “한국인들은 우리 관습에 익숙하기 때문에 잘 모르겠지만 흔히 문예지의 시를 보면 시에서 문장이 끝날 때 마침표가 없다. 이는 김수영이 시에 마침표를 찍지 않는 것과 관련이 깊다는 분석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시에 욕설을 쓴 것, 남녀관계의 은밀한 이야기도 시적 대상으로 삼는 등 김수영이 한국 시 역사상 처음 시도한 것이 한둘이 아니다”라며 “김수영 이후로 일상의 언어가 시가 될 수 있다는 것, 예술이라는 것이 멀리 있는 것이 아닌 실생활에 있다는 개념이 생겼다”라고 덧붙였다.

1921년 서울 종로에서 태어난 김수영 시인은 1945년 문학지 ‘예술부락’에 시 ‘묘정의 노래’를 발표하면서 등단했다. 이후 김경린, 박인환과 함께 시집 ‘새로운 도시와 시민들의 합창’을 발표하며 시선을 끌었다. 1959년에는 첫 단독 시집 ‘달나라의 장난’을 출간했고 이후 번역과 작품 활동을 계속하다가 1968년 버스에 치여 안타깝게 생을 마감했다.

그에게 1950년 발발한 한국전쟁은 그만의 문학세계를 만드는 안타까운 계기가 됐다. 한국전쟁 당시 시인은 북에 끌려갔다 탈출한 뒤 포로수용소에 수감되면서 정신적 혼란을 겪었다. 이 시기에 남긴 기록과 전쟁 직후 그가 쓴 산문, 일기에서 다소 충격적인 내용을 접할 수 있는 것은 이런 배경 때문이다. 이 교수는 “포로수용소에서 김수영이 유일하게 탐닉했던 텍스트는 성서였다. 이 때문에 김수영이 쓴 저항시로 알려진 ‘풀’은 초월적, 종교적인 느낌도 담겨 있다”라고 말했다.

아울러 이 교수는 “저는 김수영 시인의 대표 시를 ‘꽃잎’으로 꼽고 싶다. 김수영 시인은 ‘해방의 그날이 언제 올까’를 그리며 이 시를 썼다”라며 “한국 참여시가 도달한 가장 높은 지점에 그 시가 있지 않나 싶다. ‘아주 격렬한 혁명적이고 투쟁적인 시’이면서도 종교적인 수준에까지 고양된 초월적인 비전을 보여준 것이 아닌가 싶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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