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엔진 매각 불투명…수주 부진이 발목

입력 2018-02-21 1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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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엔진 매각 본입찰에 주요 인수후보자들이 빠지며 흥행에 실패했다. 수주 부진이 발목을 잡은 것으로 풀이된다.

21일 두산엔진 매각주관사 크레딧스위스(CS)가 실시한 본입찰에는 국내 사모투자펀드(PEF)인 소시어스와 파인트리파트너스가 참여했다. 예비입찰에서 적격인수후보(쇼트리스트)에 포함된 글랜우드PE와 키스톤프라이빗에쿼티가 불참했다.

유력한 인수 후보였던 글랜우드PE가 본입찰 참여를 보류한 데는 신규 수주에 대한 부담감이 컸다. 1월 중 실시한 두산엔진 주요 공장 현장실사와 매니지먼트 프레젠테이션(MP)에서 인수후보자들은 두산엔진의 수주 급감 문제를 가장 큰 리스크로 지적했다. 두산엔진의 지난해 신규수주 규모는 3113억 원으로 같은 기간 매출액의 40.5%에 그쳤다. 수주 잔고는 2016년에 비해 절반으로 꺾였다.

엔진산업은 전방산업인 해운업과 조선업의 영향을 순차적으로 받는다. 세계 경기 저하로 인한 물동량 감소로 해운업이 부진하면 1년 후 그 후방 산업인 조선업이 타격을 입고 그 여파가 다시 1~1년 반 내 엔진산업에 미치는 식이다. 조선업 경기가 지난해 저점을 찍은 탓에 두산엔진의 수주는 당장 올해와 내년 크게 꺾일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두산그룹 등 매각자 측은 투자안내서에 지난해 상각전영업이익(EBITDA)은 400억 원 수준이지만 올해 EBITDA는 12억 원에 불과하다고 추정했다. 2019년 역시 180억 원 수준에 그칠 것으로 내다봤다. 조선업 수주 부진으로 인한 여파는 2020년이 돼서야 정상화될 것이라고 진단한 상황이다.

그럼에도 이번 입찰에 참여한 사모펀드들은 현 매각가 대비 두산엔진의 향후 영업가치를 높게 보고 있다. 이병국 소시어스 대표는 산업은행에서 두산, 포스코, 쌍용 등 관련 딜들을 수행한 경력이 길다. 파인트리는 기존엔 부실채권(NPL) 전문 운용사였지만 최근 STX중공업 매각에서 엔진기자재 부문만 인수를 추진하며 엔진산업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글랜우드PE는 당장 본입찰엔 참여하지 않았지만 매각자 측에 추가 자료 등을 받아본 후 재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다만 재무상황 개선을 위해 이번 매각을 추진한 두산그룹이 현재처럼 기업 가치가 낮게 평가되는 상황에서 계속 딜을 추진할지는 미지수다. 두산엔진 매각으로 실제 두산중공업에 유입될 현금은 약 500억~600억 원 내외에 불과할 것으로 전망된다. 두산엔진의 지난해 EBITDA를 약 300억 원으로 보고 순차입금 2815억 원 중 1000억~1500억 원을 인수자가 소화할 때 예상치다. 이 경우 명목상 두산중공업은 두산엔진을 인수자가 승계하는 차입금을 포함해 약 2500억 원 내외에서 파는 셈이지만 실제 재무개선 효과는 미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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