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기획_여성친화기업 (28)한국존슨앤드존슨] “아무리 좋은 제도도 ‘써야 보배’ 눈치 보지 않게 ‘리더부터 먼저’”

입력 2018-01-19 1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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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규현 한국존슨앤드존슨메디칼 이사

▲박규현 한국존슨앤드존슨메디칼 이사가 9일 서울 용산구 본사에서 이투데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고이란 기자 photoeran@

 “좋은 제도의 도입에만 집중하지 않고 직원들에게 어떻게 제도 이용을 장려하고 문화로 정착시킬지를 진지하게 고민하는 것이 한국존슨앤드존슨의 비결입니다”

 9일 방문한 서울 용산구 본사에서 만난 박규현 한국존슨앤드존슨메디칼 이사는 남성육아휴직제도, 탄력근무제도 등 다양한 사내 양성평등 제도를 성공적으로 안착시킨 비결을 이같이 답했다.

 회사는 지난해 8월 남성육아휴직제도를 성공적으로 도입한 데 이어 최근엔 유연·재택 혼합근무(Flex Hour+Workplace) 제도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10~16시 핵심 근무 시간을 포함하는 선에서 직원들에게 출퇴근 시간과 재택 근무 여부를 자유롭게 조정할 수 있도록 자율을 주는 제도다. 박규현 메디칼 이사가 앞장서 이 제도의 파일럿(시범 도입)을 준비하고 있다. 그는 “효율적 업무 추진이라는 원칙 아래, 직원 개인의 라이프스타일과 팀 업무의 밸런스를 맞추자는 것이 이번에 도입하려는 유연·재택 혼합근무제의 요지”라고 설명했다.

 새로운 제도의 도입 과정은 단지 경영진의 공지와 시행을 넘어서 훨씬 더 면밀하게 이뤄진다. 박 이사가 유연·재택 혼합근무 제도의 도입을 검토하고 있음을 사내에 살짝 퍼뜨려 직원들의 관심을 유도하고, 존슨앤드존슨 4개 계열사 중 하나인 메디칼에서 우선 파일럿 제도를 시범적으로 시행하면서 직원들의 피드백을 수집한다. 파일럿 시행 3개월 후 장점과 단점을 모아서 분석하고 회사 전체에 제도를 효율적으로 확산하고 안착시킬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한다.

 박 이사는 “리더가 제도를 도입한 후 직원에게 쓰라고 말하면서 본인이 움직이지 않으면 제도는 실패한다”면서 “존슨앤드존슨은 리더부터 솔선수범해서 유연근무제나 남성 육아휴직제를 이행하는 모습을 보여주면서 직원들에게 자연스럽게 확산을 유도한다”고 귀띔했다.

 지난해 하반기 도입된 유급 남성육아휴직제도 역시 존슨앤드존슨이 내세우는 대표적인 양성평등 제도다. 박 이사 스스로도 아이를 낳은 후 육아휴직제를 활용한 경험이 있다. 그는 “남성 육아휴직제도야말로 ‘맞벌이’라는 보편화된 가족 양식에 적합한 제도”라고 평가했다. 최근 육아휴직제를 가장 먼저 이용한 후 회사에 복귀한 한 남성 직원은 곧바로 승진해 이목을 끌기도 했다. 박 이사는 “앞으로도 이런 사례가 많이 나온다면 양성평등 제도 이용이 내 커리어에 만에 하나 불이익으로 작용하지는 않을지 걱정하는 직원들의 우려도 불식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비슷한 제도 도입을 검토하고 있는 한국 기업들에 조언을 요청하자 박 이사는 “무엇보다 존슨앤드존슨의 제도들이 업무 효율성 향상으로 이어진다는 것을 실제 성과로 보여주는 점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면서 “전통적인 문화에 익숙한 기업들이라면 단순히 설명을 듣고 벤치마킹을 한다고 해도 실효성과 의미가 떨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박 이사는 “모든 문화적 위계질서에서 비롯된 불필요한 장벽을 깨자는 것이 우리 회사 경영진의 의지이자 리더십”이라며 “업무 과정에서 젠더는 물론 문화적인 편견, 장애인·비장애인의 편견을 넘어서 최고의 인재를 모실 수 있도록 우리 회사부터 앞장서겠다”고 강조했다.

 전효점 기자 graduall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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