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권 아파트값 오를 수밖에 없다

입력 2018-01-15 11:58수정 2018-01-15 1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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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건축 등에 따른 이주 수요 증가로 수급 불균형

『최영진 대기자의 현안진단』

요즘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고민이 참 많을 게다. 청와대 민원 사이트에 김 장관을 사퇴시켜야 한다는 청원까지 올라왔으니 말이다. 강남 집값을 잡기는커녕 비 강남권과의 가격 양극화만 심화시켰다는 게 이유다.

김 장관은 그동안 여러 부동산 대책을 통해 서울 집값을 잡으려고 나름의 노력을 쏟았지만 성과가 별로 없다보니 속이 타지 않겠는가. 게다가 국민들은 강남 집값을 더 뛰게 만들어 지역 간의 자산 양극화만 더 키웠다는 비판을 퍼붓고 있어 심간이 편할리가 없다.

세간의 이런 날 선 비난은 단순한 정책 비평을 넘어 주무 부처 수장에 가해지는 수모로 비칠 수도 있다. 시장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지 않은 채 쓸데없는 규제책만 남발함으로써 오히려 부작용만 키운 무능한 장관이라는 의미 말이다.

아마 강남 아파트값을 잡지 못하면 비난의 강도는 더욱 강해져 어쩌면 장관직을 내려놓는 불상사가 벌어질지도 모른다.

절박한 상황에 처한 김 장관은 과연 어떤 해법으로 정책 방향과 엇박자를 내고 있는 강남 아파트 시장을 제어할지 심히 궁금하다.

과연 해답은 있을까. 지금보다 더 센 규제 카드를 뽑아들 수 있으나 그것으로 과연 날뛰는 아파트값을 잡을 수 있을지 의문이다.

왜냐하면 강남의 주택 구매 수요는 서울 주민뿐만 아니라 전국에서 몰려드는 세력이다. 여기다가 해외 투자자까지 덤벼들어 단순히 수급 불균형 해소 차원에서 처리할 문제는 아닌 듯싶다.

일부에서는 공급 확대만이 해결책이라고 목소리를 높이지만 속내를 뜯어보면 그렇게 간단한 사안이 아니다. 공급을 무한정으로 늘릴 수만 있다면 그것만큼 좋은 처방이 없다.

그런데 말이다. 과연 강남에 공급을 한없이 늘릴 수 있을까.

우선 각지에서 몰려드는 수요를 다 충당할 수 있을 만큼의 아파트를 생산할만한 빈 땅이 없다. 대안으로1980년 대에 건립한 기존 아파트를 다 초고층으로 재건축하는 것을 꼽을 수 있다. 건폐율용적률과 같은 건축 기준을 대폭 완화해 지금의 15층짜리를 50층 이상 초고층으로 재건축하여 새 아파트를 엄청나게 쏟아내면 수급난은 해결될지 모른다. 이렇게 되면 강남권 아파트의 희소가치가 떨어져 투자 수요도 확 줄어들 가능성도 있다. 현재 재건축 대상 아파트 주민이나 주택 관련 업체들은 50층 이상 재건축을 허용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으니 까짓것 못할 일도 아니다.

하지만 만약에 강남 집값을 잡기 위해 그런 조치를 내린다면 아마 더 큰 화를 불러오지 않을까 싶다.

먼저 도시체계가 엉망이 돼 버린다. 후세대를 위해 백년대계(百年大計) 차원에서 들여다봐야 하는 도시의 공간구조가 완전히 엉클어지고 만다. 고밀화로 가뜩이나 번잡한 서울은 더욱 사람 살기가 힘들어진다. 교통 문제에서부터 환경· 교육 등 여러 도시 인프라 체계가 따라주지 못해 불편함이 가중될 것이라는 말이다.

게다가 규제 완화가 이뤄지면 기존 아파트값은 더 많이 치솟을 게 뻔하다. 여기다가 강남권 재건축 대상 아파트 주민만 살찌게 해주는 정책이라는 비판도 감수해야 한다.

개발이익을 환수한다 해도 가격 상승 바람을 막기 어렵다. 어쩌면 강남 발 상승세가 전국으로 확산돼 주택 가격만 잔뜩 올려놓을지도 모른다.

결국 강남권과 비 강남권 양극화만 더욱 심화시켜 사회 문제가 될 것이라는 얘기다. 새 아파트가 많은 강남권으로 유입하려는 수요가 많아지고 이에따라 다른 곳은 쇠퇴를 피하기 어렵다. 강남권 재건축 활성화는 약이 아니라 독이 될 가능성이 크다는 뜻이다.

현재 강남권 집값 상승의 주범으로 재건축 아파트가 지목되고 있는 마당에 재건축 규제 완화를 통한 공급 확대책은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소리다.

재건축으로 인해 올해 서울 강남 4구에서 생기는 이주 또는 철거 수요는 3만 3000여 가구로 추정되고 있다. 그만큼의 수요가 강남권 안이나 주변 지역에서 이사 갈 집을 찾게 된다는 소리다. 반면에 집이 완공돼 입주 가능한 아파트는 1만 5500여 가구로 단순히 계산해도 1만 7500여 가구가 부족하다. 같은 지역에서는 집이 모자라 다른 곳으로 이사를 해야 한다. 이주·철거 수요가 이사 갈 집을 구하기 위해 중개업소를 드나들면 매매가와 전세가는 자연적으로 오르게 된다. 재건축 사업이 계속되는 한 이런 현상은 없어지지 않는다.

강남권 재건축이 다 이뤄진다고 해서 수급 상황이 안정된다는 보장은 없다. 새 집이 많은 강남으로 몰려오는 수요는 끊이지 않아 집값 상승 바람은 지속될 것이라는 얘기다. 다른 곳은 낙후가 심해지는 반면 강남은 새로운 신도시로 탈바꿈하는데 그렇지 않겠는가.

이는 공급만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말이다. 결국 강남으로 몰려드는 수요를 억제하는 길 밖에 없다. 그렇다고 유입 수요를 막무가내로 막는다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다. 어쩌면 고가 주택에 대한 보유세 강화로 위안을 삼아야 할지 모른다. 억지로 집값을 잡으려고 헛발질하지 말고 비싼 주택에 대해 세금을 많이 거둬 주거복지에 보태는 것으로 만족하자는 뜻이다.

이와 함께 서울의 재건축 기준을 더욱 강화해 무분별한 재건축 바람이 불지 않도록 해야 한다. 박근혜 정부에서 재건축 연한을 40년에서 30년으로 앞당긴 게 서울 집값을 부추기는 화근이 됐다. 재건축에 대한 호재가 없어지면 투자수요도 감소하지 않겠나 싶다.

이제는 재건축보다 리모델링 활성화에 정책의 초점을 맞췄으면 좋겠다. 세상 어디에도 우리처럼 재건축이 천국인 나라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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