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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박" 낙인찍힌 가상 화폐...불 붙는 투자자 처벌 논란
입력 2018-01-12 10:00

박상기 법무부 장관이 11일 가상 화폐 거래를 사실상 '도박'으로 규정하면서 법조계에서도 논란이 일고 있다. 특별법 제정 전 입법 공백을 가상 화폐 거래소는 물론 투자자들을 법적으로 처벌 가능한 '도박죄'로 옭아매겠다는 뜻으로 읽히기 때문이다.

박 장관은 이날 "가상 화폐 거래소를 통한 거래를 금지하는 법안을 준비 중"이라며 "거래소 폐지를 목표로 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가상 화폐 거래가 사실상 투기, 도박과 비슷한 양상으로 이뤄지고 있다"고도 지적했다. 아무 가치 없는 '돌 덩어리'를 사람들이 돈을 주고 거래하고 있다는 것이다.

법조계에서는 그러나 가상 화폐 거래를 '도박'으로 볼 수 있는지에 의문을 제기한다.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도박이란 두 명 이상의 사람이 내기를 걸어 우연한 승패로 재물을 얻거나 잃는 것을 말한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우연'에 따라 결과가 갈린다는 것이다. 서울지역의 한 부장판사는 "도박은 판례상 우연히 물건을 걸고 내기를 하는 것"이라며 "가상 화폐 거래는 블록체인 기술을 기반으로 하고 투자자들은 나름대로 가격이 오를지 내릴지를 계산해 투자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사정 당국의 칼날은 이미 가상 화폐 거래소로 향했다. 경기남부지방경찰청 사이버수사대는 현재 국내 가상 화폐 거래소 3위 업체인 코인원을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위반과 도박장 개설죄 등으로 수사 중이다. 코인원은 회원들에게 일주일 뒤 시세를 예측한 뒤 결과에 따라 돈을 잃거나 따는 '마진거래' 서비스를 제공했다. 경찰은 시세를 예측하는 행위를 도박이라고 판단했다. 하지만 주식 시장에서는 합법인 공매 거래를 가상화폐 시장에서 불법으로 볼 수 있는지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도 있다.

우리 형법은 도박장을 개설한 사람과 도박에 참여한 사람을 모두 처벌한다. 형법 246조는 도박을 한 사람을 1000만 원 이하 벌금에 처하도록 한다. 다만 잠깐 오락을 한 정도는 제외다. 도박장을 제공한 사람은 더 무겁게 처벌한다. 같은 법 247조는 영리 목적으로 도박 장소를 제공한 사람은 5년 이상 징역 또는 3000만 원 이하 벌금을 받도록 한다. 도박죄가 적용될 경우 범죄수익은닉의 규제 및 처벌 등에 관한 법률에 따라 도박이라는 불법행위로 번 재산 등을 몰수·추징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정부가 특별법 제정 전까지 현행법으로 가상 화폐 거래를 잠재우려다보니 무리수를 둔다는 비판도 나온다. 법무법인 충정의 안찬식(47·사법연수원 31기) 변호사는 "정부가 가상화폐 거래 자체를 도박으로 보는 법률적 근거를 대기 쉽지 않다"며 "가상 화폐를 직접 규제하는 법률 자체가 없는데, 기존 법으로 적용하려니 문제가 생기는 것 같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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