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쏭語달쏭思] 호(胡)떡과 호(胡)주머니

입력 2017-12-07 1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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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가 춥다. 호주머니에 손을 넣고 종종걸음을 걷는 사람이 많다. 포장마차 호떡집에서 뜨거운 호떡을 호호 불어가며 먹는 사람의 모습이 왠지 더 정겨운 풍경으로 다가온다. 아내의 손을 잡아 자신의 코트 호주머니에 넣고서 나란히 걷는 부부의 모습이 아름답다. 겨울은 뜨거운 호떡이 군침을 돌게 하고 따뜻한 호주머니가 포근한 정을 느끼게 하는 계절이다. 그런데 왜 ‘호’떡이고 ‘호’주머니일까?

호떡과 호주머니의 ‘호’는 ‘胡’자를 쓰는데 ‘胡’는 흔히 ‘되 호’라고 훈독하는 글자로서 이때의 ‘되’는 원래 ‘한 되, 두 되’ 분량을 헤아리는 데 쓰는 그릇 또는 부피를 나타내는 단위라는 뜻이지만 ‘胡’를 이런 의미의 ‘되’로 사용하는 경우는 많지 않고 대개 ‘升(되 승)’을 사용한다. ‘되 호’라고 훈독할 때의 ‘되’는 부피를 재는 단위보다는 오랑캐, 즉 ‘되놈’이라고 할 때의 ‘되’의 의미가 더 많다.

따라서, 한자 ‘胡’는 주로 ‘오랑캐’라는 의미로 사용하는 글자이다. 우리나라에서는 대개 만주에 거주하던 이족들을 칭하는 글자였고, 중국에서는 한족 이외에 중국의 변방에 살던 이민족들을 통칭하는 글자였다. 청나라 때에 이르러 만주족이 중국의 주인이 되자 이때부터 우리는 중국을 낮춰 부를 때 ‘胡’를 사용하였는데 나중에는 ‘중국에서 들어온’ 물건을 칭할 때 붙이는 접두사로 사용하게 되었다. 호떡과 호주머니는 바로 ‘중국에서 들여온’ 떡이요, 주머니라는 뜻이다.

호주머니가 달린 옷을 입기 전에 우리나라에서는 주머니를 따로 만들어 허리에 차고 다녔다. 중국식 옷과 서양 옷이 들어오면서 옷의 일정한 곳에 헝겊을 덧대어 돈이나 소지품 따위를 넣도록 했는데 그것이 바로 호주머니인 것이다.

호떡은 설탕을 소로 사용하는 중국식 떡이다. 호떡은 함께 먹을 때 더 따뜻하고 호주머니도 남의 호주머니 사정을 생각해 줄 때 더욱 따뜻해진다. 이웃과 함께하는 따뜻한 연말이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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