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명장을 찾아서] 진민옥 삼성물산 패션부문 빈폴액세서리 MD

입력 2017-11-15 1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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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웨이드 단점 보완한 알칸타라, 업계 최초 도입… ‘프리미엄 신소재 접목’ 통한 차별화 전략

▲진민옥 삼성물산 패션부문 빈폴액세서리 MD(차장)가 서울 강남구 도곡동 쇼룸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진 차장은 올겨울 트렌드 소재로 알칸타라(Alcantara)를 찾아내 제품 출시까지 함께하며 알칸타라 가방의 흥행을 이끈 일등공신이다. 고이란 기자 photoeran@

찬바람이 부는 계절에 가장 잘 어울리는 패션 소재인 스웨이드는 따뜻하고 고급스러운 분위기로 인기가 높지만 소비자로서는 스웨이드를 활용한 아이템을 선뜻 구매하기 쉽지 않다. 물에 약하고 관리가 어렵다는 치명적 단점으로 패션피플에게도 도전이 필요한 소재로 꼽히기 때문이다.

삼성물산 패션부문 빈폴액세서리는 최근 이 같은 고민을 해결해 줄 아이템을 찾아내 주목받고 있다. 스웨이드의 느낌은 최대한 살리면서 내구성까지 더한 이탈리아 수입 신소재 ‘알칸타라(Alcantara)’를 도입해 올 가을·겨울 시즌 주력 상품으로 알칸타라 가방을 선보인 것이다. 세미 포멀 스타일을 추구하는 30대 직장인을 타깃으로 배우 정유미를 모델로 내세워 캐주얼하고 클래식한 빈폴액세서리의 아이덴티티를 담아내며 호응을 얻고 있다.

알칸타라는 본래 일반 가죽보다 2배 이상 비싼 소재인데, 빈폴액세서리가 소비자가 만족할 만한 상품으로 탄생시킬 수 있었던 비결을 무엇일까? 소재 발굴부터 디자인, 마케팅, 영업까지 알칸타라 백 흥행의 일등공신인 진민옥 삼성물산 패션부문 빈폴액세서리 MD(차장)를 만나 그 비결을 들어봤다.

“이제 소재의 차별성 없이는 소비자의 눈길을 끌 수 없어요. 고가의 럭셔리 백을 시즌마다 소비하던 10여 년 전의 과시성 소비 트렌드가 사라지면서 소비자들은 시즌 트렌드에 맞는 특화된 소재의 가방을 합리적 가격에 구매하길 원해요. 여름에는 라탄 소재의 버킷백, 겨울에는 스웨이드나 코듀로이, 벨벳 소재의 가방을 구매하고 싶어하죠. 샤넬백을 든 사람보다 시즌에 가장 핫하고 자신의 착장과 어울리게 연출한 사람이 패셔너블하게 보이거든요.”

그래서 진 차장이 올겨울 트렌드 소재로 찾아낸 것이 알칸타라다. 작년 하남 스타필드에 시장조사를 갔다가 우연찮게 들른 커피숍 의자에서였다. 알칸타라는 요트와 항공기, 최고급 자동차 내장재, 디자이너 가구 등에 사용되는 소재로, 천연 스웨이드와 외관이 유사하지만 천연가죽에 비해 훨씬 가볍고 물이나 오염에도 강한 것이 특징이다.

“한 번도 가방에 시도해 본 적이 없는 소재라 개발 과정에서 시행착오가 많았어요. 일반 가죽보다 얇아 가죽과 접착해야 하는데, 표면이 매끄럽게 부착되는지, 쉽게 떨어지진 않는지, 물건을 넣고 빼는 과정에서 생기는 유격이 유연하게 조정되도록 디자인하기까지 수차례 샘플을 제작하며 품질 안정화를 위해 노력했죠. 일반 가죽 2배 수준의 고가라 소비자 가격을 올리지 않기 위한 원가 구조 개선도 험난한 과정이었습니다.”

소재 다각화 필요성과 지속적인 원가 구조 개선으로 경영진을 설득했고 1년 이상의 준비기간을 거쳐 알칸타라 백이 출시됐다. 소비자 반응은 기대 이상이었다. 프리미엄 신소재를 접목한 차별화 전략이 시장에서 통한 것이다.

“소비자들이 기대 이상으로 신소재를 유연하게 받아들였어요. 구매력이 있고 패션 트렌드에 민감한 20~30대 여성들에게 인기여서 거의 완판 상태예요. 현재 구매 예약을 받고 있는데, 이마저도 공급 물량이 부족한 지경이라 인기를 실감합니다.”

진 차장은 2014년 일명 ‘수지백’으로 이룬 완판 신화가 또 한번 재현되길 기대한다. 당시 초도물량 1000매는 2주 만에 동났고 긴급하게 재생산에 들어갔지만 계속되는 예약 주문에 생산 가능량을 뛰어넘어 매장에 진열조차 못하는 상황이 발생했다.

“두 달여간 매일 아침마다 예약 수량을 보고 한숨을 내쉬던 기억이 생생합니다. 그런 한숨 한 번 다시 쉬어보는 것이 꿈이죠. 빈폴액세서리를 회사 내에서 가장 수익률 높은 브랜드 중 하나로 만드는 것이 목표예요.”

진 차장은 다른 브랜드와 차별화되는 명확한 아이덴티티를 가진 브랜드만이 국내 잡화시장에서 살아남을 것으로 내다봤다. 내년 20주년을 맞이하는 빈폴이 다시 20년이 지나도 폭넓은 소비자층으로부터 사랑받는 국민 브랜드가 되는 것이 바람이다.

“국내 잡화 시장은 갈수록 프리미엄·매스티지(Masstige)·매스(Mass) 브랜드의 경계가 모호해지고 가격 경쟁도 의류보다 훨씬 치열해졌어요. 온라인의 중저가 브랜드나 글로벌 매스 브랜드에는 가격 경쟁력에서, 럭셔리 브랜드에는 첨단 트렌드에서 밀리죠. 클래식 캐주얼의 기본에 충실하면서도 현대적 라이프 스타일과 감각을 균형 있게 반영한 빈폴액세서리 고유의 브랜드 아이덴티티로 고객들에게 오래도록 기억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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