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학자의 우리술 이야기] 천연발효식초 만들기

입력 2017-10-12 1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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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초가 건강에 좋다는 것은 많이 알려져 있다. 식초 중에서도 천연 발효식초에 관심을 갖는 사람이 늘고 있다. 그러나 술로 식초를 만든다는 사실은 의외로 잘 모르고 있다. 술은 맛과 향이 좋고 사람을 기분 좋게 만들지만 건강에는 해롭다. 반면 식초는 음식 맛을 좋게 하고 건강에도 이로운 음료이다. 특히 술을 많이 마시는 사람의 건강에 도움이 된다. 신(神)은 사람에게 병과 약을 같이 주었는지도 모르겠다.

국내산(國內産)으로는 좋은 술이 드물어 좋은 식초도 찾기 어렵다. 유럽, 중국, 일본 등 유명 식초가 있는 나라에는 좋은 술도 있다. 우리 조상들은 술과 함께 식초도 대부분 집에서 만들어 먹었다. 현재 마트에서 팔리는 식초는 대부분 희석식 소주의 원료인 주정(酒精)을 물에 타 종균을 넣고 공기를 강제로 주입하여 속성 발효시킨 것이다. 여기에 현미나 여러 가지 과일 엑기스를 넣어 현미식초, 사과식초 등의 이름을 붙여 판다. 외국의 진짜 현미식초나 사과식초는 현미나 사과로 술을 담가 만든다.

우리 조상들처럼 천연 발효식초를 집에서 만들어 보자. 생각보다 어렵지 않다. 초산발효에 적당한 술의 알코올 도수는 4~8도이다. 술은 쌀이나 과일을 갖고 자신이 직접 만들면 좋겠지만, 시중에서 비싸지 않은 와인이나 청주 등을 사서 써도 된다. 어떤 술이든 알코올 도수만 맞추면 식초를 만들 수 있지만, 인공 첨가물이 없거나 적게 들어간 술이 건강에 좋다. 초산발효에 적당한 온도는 25~30도이다. 35도를 넘으면 초산균이 죽기 시작한다. 온도가 낮으면 초산균이 죽지는 않지만 초산발효가 늦게 진행된다.

알코올 도수와 온도만 맞으면 공기 중의 초산균으로 초산발효가 일어날 수 있지만, 다른 균도 같이 섞여 성공 확률이 높지 않다. 안정적 초산발효를 위해서는 종초(種醋)라는 살균하지 않은 천연 발효식초를 넣어야 한다. 종초의 비율은 10~50%로 하는데, 종초의 비율이 높을수록 성공 확률이 높고 초산발효가 빨리 진행된다. 종초는 천연 발효식초를 만들어 먹는 사람이나 인터넷 등을 통해 구할 수 있다.

술과 종초, 그리고 필요시 깨끗한 물을 넣어 전체의 알코올 도수를 6도 내외로 맞추는 것이 중요하다. 이것을 잘 섞어 입구는 좁고 가운데는 넓은 백자 항아리 등에 넣고, 그릇의 60% 정도만 채운다음, 항아리의 입구는 공기가 통하는 깨끗한 헝겊을 덮는다. 햇볕이 들지 않고 온도가 적당한 곳에 놓으면 10일 정도 지나 향기로운 식초 냄새가 나고 표면에 살어름 같은 초막이 생기기 시작한다. 이어 20일 정도 지나 식초 냄새가 약해지고 초막이 옅어지면 식초가 완성된 것이다.

너무 오래 두면 식초가 물이 될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 항아리 속의 식초를 60% 정도 국자로 조심스럽게 떠내고, 나머지에 술과 물을 넣어 알코올 도수를 맞춘 다음 다시 초산발효를 시키면 천연 발효식초를 계속 얻을 수 있다. 종초의 비율이 높고 온도가 높을수록 초산발효의 속도가 빠르다.

천연 발효식초는 냉장 보관하면 살균하지 않아도 되며, 조리용으로 쓰거나 생수나 꿀 등에 타서 바로 마실 수 있다. 자신의 일상적 음식의 원재료를 직접 만들어 먹는 일은 도전해볼 만한 과제이다. 특히 천연 발효식초는 직접 만들어 마시면 믿을 수도 있고 건강에 더욱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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