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발언대] 보고 느끼는 평화·통일교육

입력 2017-10-11 1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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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효은 더불어민주당 부대변인

지금 남북관계와 한반도 안보 상황은 매우 무겁다. 밖에서 보기에는 당장이라도 핵무기가 떨어지고 전쟁이 일어날 것만 같다. 안보와 국방이 동일시되고, 평화적 해법은 철부지 소리다. ‘우리의 소원은 통일’ 노래를 부르던 필자 세대와 “지금 이렇게 잘 사는데 통일을 꼭 해야 하나요?”라고 반문하는 우리 아이들 세대와의 간극은 점점 넓어진다.

한때 ‘새터민’이라고 불렸고, 법적 용어로는 다소 딱딱한 ‘북한이탈주민’을 만나본 적이 있는가? 5000만 인구 중 3만 명에 불과하니 말과 얼굴이 낯선 외국인보다 만나기 어렵고 멀게만 느껴질 것이다. TV 프로그램에서 친숙하게 보았으나 때로는 연예인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대한민국 국민으로 한 나라에 사는 이들도 이처럼 멀고 낯선데, 북한과 북한 주민에 대한 이질감은 클 수밖에 없다. 핵무기와 미사일로 우리를 위협하는 김정은 독재자와 그 치하에서 인권을 박탈당한 주민이 우리가 갖고 있는 북한과 주민에 대한 이미지일 것이다. 가본 적도 만나본 적도 없이 언론과 책으로만 접한 북한이니 모르는 것이 당연하고, 그래서 이해할 수 없는 사람들. 가슴에서는 이미 멀어져 있고, 머리로만 동족이라고 생각하는, 같은 언어를 쓰는 사람들일 뿐인가. 이렇게 지내는 것이 맞는지 의문이다.

남북관계가 경색되고 한반도 위기 상황이 지속돼도 북한에 대해 제대로 알아가는 통일교육은 이어져야 한다. 통일부에 통일교육원이 있고, 학교에서의 통일교육도 필수다. 통일교육의 강조점도 한민족이라서 통일해야 한다는 당위론에서 북한이 블루오션이라며 남북 경제협력의 이익으로 옮겨졌다. 그러나 이 두 논리 모두 이성적 주장의 틀을 벗어나지 못한다. 통일교육이 필요하다는 주장만으로 국민의 마음을 움직이는 데는 한계가 있다. 상대방의 진실에 다가가지 못하고 가정에만 근거한 장밋빛 미래상은 막연하기만 할 뿐이다.

필자는 지방정부에서 남북업무를 맡았을 때 공무원을 대상으로 통일교육을 했던 경험이 있다. 남북문제는 국가 사무라 생각해 지방정부에 담당부서도 없었고, 접할 기회도 없었으니 공무원들의 관심 밖에 있는 것은 당연했으리라.

교육과정 중에 판문점을 가보고 개성공단 입주 기업 사장으로부터 개성공단의 남북협력 관련 이야기를 듣고, 북한 이탈주민을 만나본 것이 처음이었을 것이다. 북한에 대해, 남북관계에 대해 깊이 있게 생각해보지 않았고 몰랐다는 그들이 교육을 통해 관심을 갖고 정책을 만드는 모습을 보았다. 그 관심과 이해를 넓히기 위해 시민을 대상으로 평화교육과정을 개설하고 평화창작가요제도 개최했다. 실향민이 많아 보수적이라고 여겨졌던 시민들이 점차 마음을 열고 남북평화의 중요성을 체감하게 되었다.

청소년들에게 남북 교류협력의 역사를 외우게 하지 말자. 1972년 7·4공동성명부터 1988년 7·7선언까지 비슷한 내용의 선언과 통일방안을 외우는 건 괴로웠다. 남과 북의 아이들이 함께 축구를, 야구를 하도록 하자. 북한 음식체험전이라는 이벤트가 없어도, 퀴즈풀이로 남북 간의 어휘차를 확인하지 않아도 좋다. 북한 이탈주민이 사는 임대아파트에 가서 그들의 삶을 듣고, 실향민이 겪은 전쟁과 이산의 아픔에서 우리가 누리는 평화의 소중함을 확인하도록 하자. 금강산의 사계(四季)에 감탄하고 개성공단에도 우리와 똑같은 사람들이 살고 있음을 보는 것이 쉽고도 빠른 통일교육의 길이라 생각한다.

“아는 만큼 느끼고 느낀 만큼 보인다. 사랑하면 알게 되고, 알면 보이나니, 그때 보이는 것은 전과 같지 않으리라.” 20여 년 전 전국에 답사 열풍을 일으킨 유홍준 교수의 명언이다. 남북관계와 북한에 대해서도 더 많이 알고 느낄 수 있도록 시민평화교육을 시작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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