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FTA 개정 협상 험난할 듯…통상교섭본부 ‘고난의 연휴’

입력 2017-10-02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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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폐기 카드가 엄포가 아닌 실제였음이 알려지면서 향후 제대로 된 협상을 할 수 있겠냐는 우려가 나온다. 이대로라면 우리 측이 끌려 다닐 수밖에 없는 협상이 될 것이라는 우려다.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은 지난달 27일(현지시간) “미 정치권 및 업계의 강한 반발에도 한미 FTA 폐기 위협이 실제적이고 임박해 있다. 미국이 폐기 위협을 지속적으로 지렛대로 쓸 것 같다”고 했다.

김 본부장은 “이번에 백악관 고위 관계자를 만나 확인할 기회가 있었는데 미국의 FTA 폐기 위협이 블러핑(엄포)은 아닌 것 같다. 미국이 실제 폐기를 한국에 통보하는 편지까지 작성했었다고 하더라”고 말했다.

지금까지 우리 정부는 트럼프 대통령의 한미 FTA 폐기 발언에 대해 ‘블러핑(엄포)’ 정도로 치부해왔다. 하지만 판단이 잘못됐음을 시인한 셈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22일 서울에서 열린 한미 FTA 공동위원회 1차 특별회기 결과를 보고받은 뒤 “폐기를 검토하라”고 지시했다가 불안한 안보 상황에서 한미 동맹이 흔들려서는 안 된다는 점을 감안해 논의를 보류한 상태다.

여기에 트럼프 대통령이 현 시점에서도 대북 인도적 지원을 외치는 한국 정부의 대북 정책에 반감을 갖고 있으며, 이런 분위기가 한미 FTA 폐기 결정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한편, 미국의 한미 FTA 개정ㆍ수정 요구를 논의하기 위한 한미 FTA 공동위원회 제2차 특별회기가 4일(현지시각)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다. 통상교섭본부와 관계부처로 구성된 우리 협상단은 3일 미국으로 출국한다. 출국 전까지 모든 가능한 시나리오를 치밀하게 검토하는 등 협상 준비에 몰두하고 있다.

특히,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협정 폐기’ 발언이 엄포가 아닌 실질적 위협으로 확인되면서 협상단의 부담이 더욱 커진 실정이다.

이번 2차 협상에서는 미국의 요구를 양국이 앞으로 병행해 진행할 수 있는지, 또 개정이 필요하다면 그 목적과 범위를 어떻게 정할 것인지 등을 두고 양국이 치열한 공방을 벌일 것으로 보인다.

앞서 3일에는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가 진행하는 태양광 전지 세이프가드(긴급수입제한조치) 조사의 2차 공청회가 열린다. 미 국제무역위는 지난달 22일 한국산을 비롯한 수입 태양광 전지의 급격한 증가로 자국 산업이 심각한 피해를 봤다고 판정했다.

산업부는 외교부와 함께 공청회에 참석해 한국산 태양광 전지가 수입규제 대상에 포함되지 않도록 정부 입장을 전달할 계획이다.

추석 다음 날인 10월 5일에는 국제무역위가 한국산을 포함해 대형 가정용 세탁기 수입으로 미국 관련 산업이 피해를 봤는지 여부를 판정한다. 미국으로 세탁기를 수출하는 기업은 사실상 삼성전자와 엘지(LG)전자 두 곳이다.

10월 6일에는 제네바 세계무역기구(WTO)에서 서비스무역이사회가 열린다. 이번 이사회에서 우리 통상당국이 어느 정도 수위로 사드 보복 문제를 제기할 것인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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