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기업회생 거부하는 경영진… 법원은 왜 침묵하나

입력 2017-09-14 1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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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다운 기업금융부 기자

회사를 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 상황으로까지 내몰았던 경영진에게 다시 정상화를 맡기는 일이 타당할까. 현행 채무자회생법상 타당하다.

이는 ‘기존 경영자 관리인 제도(DIP제도)’로 채택하고 있는 회생 원칙 중 하나이다. 회사의 재산을 유용·은닉하거나 중대한 부실을 초래한 정도가 아니라면 원칙적으로 법원은 기존 경영자를 회생절차 중 관리인으로 선임한다.

우선 기존 경영자보다 다방면에서 적합한 전문가를 찾기 쉽지 않다는 게 이유이다. ‘경영권 존속’이 보장돼야만 경영진이 회생절차 등 구조조정에 적극적으로 나서게 할 수 있다는 점도 DIP제도의 근간이다.

그러나 최근 몇 년 새 회생절차가 활성화하면서 이를 악용하는 사례도 속출하고 있다.

부산지방법원에서 회생절차를 밟고 있는 한국특수형강은 노조와 소액주주들, 최대 채권자인 유암코까지 모두 회사 매각을 통한 조기 정상화를 요구하고 있지만 현 경영진은 응하지 않고 있다. 회생절차를 밟으며 사주의 지분은 단 한 주도 남지 않았지만 DIP 원칙상 회생절차가 진행되는 10년간 회사의 경영을 계속 맡을 수 있기 때문이다.

청주지방법원에서 회생을 진행 중인 떼제베CC의 회생 인가 과정 역시 DIP 원칙의 영향으로 난항을 겪고 있다. 구 사주의 방만 경영과 각종 범죄 혐의 등으로 골프장 운영이 어려워졌지만 여전히 이들은 법원에 회생계획안을 내며 다시 한번 기회를 달라고 당당히 주장하고 있다.

오직 채무 감면이나 경영 수명을 연장하기 위한 수단으로 회생절차를 악용하는 이들을 막을 수 있는 것은 결국 법원뿐이다. 경영진과 노동자, 채권자, 주주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듣고 회사의 정상화에 최선이 되는 방향으로 신속하게 개입해야 한다.

그러나 ‘동양 사태’처럼 경영진의 비위행위가 떠들썩하게 공론화(公論化)되지 않는 한 법관들은 적극적인 위치 선정을 기피하는 것이 현실이다. 퇴임 후엔 기업가들이 모두 ‘고객’으로 바뀌기 때문이라고 하면 너무 과한 비판일까.

일부 법원·법관이 그 존재 이유인 ‘중재자(仲裁者)’로서의 역할을 수행하지 못하는 것만은 확실해 보인다. 중재의 사전적인 의미는 ‘분쟁에 끼어들어 쌍방을 화해시키는 일’이다. 한국특수형강이 회생계획대로 채무변제를 하지 못할 때까지, 떼제베CC의 회생절차가 폐지될 위기에서까지 ‘끼어들기’보단 ‘관망’하겠다는 법원이라면 위의 비판이 그다지 과하지만은 않은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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