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김현철 청와대 경제보좌관의 기준금리 언급을 사실상 정면 비판하고 나섰다. 전날(28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현안보고 자리에서 이 총재는 “시장에 영향을 미칠 만한 위치에 있는 분의 발언은 신중해야 한다”며 “(이 발언으로) 금통위의 신뢰를 떨어뜨린 것은 사실”이라고 언급했다. 그는 더 나아가 “기준금리 결정은 금통위의 독자적 결정이며 금리 결정에 대해 (청와대 압력에 의한 결정이라는) 우려가 있는 것에 대해서는 걱정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진작 이런 언급이 이 총재에게서 나왔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 박근혜정부 시절 청와대와 정부는 물론이거니와 당시 여당이던 새누리당 인사들(현 자유한국당 내지 바른정당)까지 나서 한은 기준금리 인하를 강하게 압박할 때 꿀먹은 벙어리처럼 냉가슴만 알아왔던 것에 비하면 실로 놀라운 변화가 아닐 수 없어서다.
한은은 그간 두 번의 수정경제전망에서 올 성장률을 올려 잡은바 있다. 또 지난달 금통위에서 이 총재는 드라기 ECB 총재 언급을 빌어 “성장세가 확대되면 별도의 조치가 없더라도 통화정책은 좀 더 완화적이 된다. 기존 수준의 통화정책 스탠스를 유지하기 위해서라도 완화 정도의 축소조정이 필요할 수 있다”고 언급하는 등 매파적 스탠스로 전환해온 바 있다.
이에 따라 한은 일각에서는 오는 31일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를 인상해도 이상할 것이 없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는 중이다. 다만 김 경제보좌관이 망쳐놨다는 인식이 강하다.
한은은 전날 기재위 현안보고에서 추경 등을 감안하더라도 올 성장률이 2%대 후반에 그칠 것임을 밝힌 바 있다. 다만 10월 수정경제전망이 남아있는 상황인데다 한은이 전망 중간에 전망치를 변경한 사례가 없다는 점에 비춰보면 액면 그대로 받아드리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
이를 종합하면 한은은 금리인상을 위한 행보를 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신중하지만 뚜벅이처럼 인상에 한발씩 내딛고 있으니 제발 외부에서 관여하지 말아달라는 주문을 한 셈이다.
이에 따라 31일로 예정된 한은 금융통화위원회 기준금리 결정전까지는 경계심이 여전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이달 금통위에서는 만장일치 동결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예상한다.
반면 채권시장에 우호적 재료도 많다. 당장 내년도 예산안이 오늘 발표된다.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내년 적자국채 발행 물량은 올해와 비슷한 수준이라고 공표해온 만큼 시장에 부담을 줄 수준이 아니다. 밤사이 미국채 금리도 하락했다.
기재부가 1조4500억원 규모로 국고채 30년물 입찰을 실시한다. 입찰 결과와 외국인의 국채선물 동향도 곁눈질 하는 하루가 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