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생이냐 공멸이냐” 경제이론으로 풀어본 美-北-中 3각 관계

입력 2017-08-16 1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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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김정은 모두 미치광이 전략… 3자 모두 공생하는 방안은 실종

북한 핵 문제를 둘러싸고 미국, 중국, 북한 3자 간의 정세가 복잡·미묘하게 돌아가고 있다. 국제 외교의 미덕인 신중함은 온데간데없고 말 폭탄 등 협박만 난무하더니 결국 미국은 대북 압박에 미온적인 중국을 향해 무역 제재 카드까지 빼들었다. 이들의 말 전쟁은 과연 계산된 결과일까.

말 전쟁의 시작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화염과 분노(fire and fury)’ 발언이었다. 트럼프의 발언에 북한은 괌 탄도미사일 발언으로 위협했고, 이틀 뒤 트럼프는 다시 “화염과 분노 발언은 충분히 센 발언이 아니었다”며 경고장을 날렸다. 북·미간 긴장이 고조되자 트럼프는 중국을 끌어들여 압박 수위를 높였다. 14일(현지시간) 트럼프는 미 무역대표부(USTR)에 중국의 지식재산권 침해와 기술이전 요구 등 부당한 관행을 조사토록 하는 내용의 행정각서에 서명했다.

CNBC는 광란의 행보를 이어가는 트럼프를 두고 ‘미치광이 이론(Madman theory)’에 입각한 전략을 구사한다고 분석했다. 미치광이 전략을 쓴 대표적인 미국 대통령으로는 닉슨이 꼽힌다. 과거 닉슨 행정부는 베트남 전쟁 종결시키고자 전 세계적으로 핵 전쟁 공포를 조성했다. 실제로 핵 전쟁을 일으킬 의도도 없으면서 당시 북베트남을 지원하던 소련을 위협해 협상 테이블에서 유리한 위치를 점하기 위함이었다.

뉴욕대학교의 스티븐 브람스 국제관계학 교수는 트럼프가 미치광이 이론을 사용해 북한과 중국을 압박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브람스 교수는 “미치광이 이론은 양측이 대립하는 상황에서 다른 한 선수가 물러나는 것이 전체 상황에서 합리적이라고 전제한다”며 “트럼프는 대선 전, 대선 후 여러 번 협상이 필요한 순간에 ‘예측할 수 없다(unpredictable)’는 점을 과시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브람스 교수는 “미치광이 전략은 특정한 경우에는 잘 통하지 않는다”며 “사업 협상에서는 트럼프의 위협이 잘 통했는지 모르지만 외교에서는 다르다”고 지적했다. 또 현재 사안이 전 세계를 파멸로 이끌 수 있는 핵무기라는 점에서 훨씬 더 위험하다고 진단했다. 그는 “과거에 트럼프는 사업가 몇 명을 위험에 떨게 할 수 있었지만, 지금은 세계를 공포에 몰아넣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브람스 교수는 북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도 트럼프처럼 미치광이 전략을 추구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미국은 북한을 향해서는 숨 고르기에 들어간 대신 중국에 대한 압박 수위를 한층 높였다. 미치광이 전략의 다음 단계로 ‘게임이론(Theory of games)’에 근거한 전략을 구사하는 것으로 보인다.

게임이론은 상대의 반응을 고려해 자신의 최적 행위를 결정해야 하는 상황에서 의사결정 행태를 연구하는 경제학 이론이다. 게임이론 중 가장 잘 알려진 것이 ‘죄수의 딜레마(prisoner's dilemma)’다. 두 죄수가 자백을 회유 받는 상황에 놓이면 용의자는 자신에게 최적의 선택지를 고르기보다 상대의 의중을 살피다 결국 차악을 고른다는 것이다. 미국이 북한과 중국을 죄수로 놓는다고 가정했을 때, 두 나라는 서로의 눈치를 보며 차악을 선택하게 된다는 이치다. 자국만 국제사회의 비난을 받는 최악의 상황을 모면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이 죄수의 딜레마에서 미국도 예외일 수 없다. 모든 나라는 자국이 우선인 만큼 상대국의 전략이 항상 협동적으로 나오길 기대하기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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